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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조중동없는 다음의 미래

지난 주에 조선, 중앙, 동아 일보는 (주)다음에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오늘 (7월 7일)부터 다음의 뉴스에서 세 회사의 콘텐츠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하여 많은 블로거가 이미 상세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과학적인 분석도 있었고 조중동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강조한 나머지 마치 다음을 투사로 묘사하는 다소 과장된 분석도 있었다. 또한 조중동의 기사를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정보 습득 때문에 읽는 다는 분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음이 다소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했다. 이런 의견에 대부분 공감하며 몇 가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조중동이 기사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후 다음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앞서 이야기한 변화 이외에 아래와 같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1. 콘텐츠 공급 채널의 확대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
- 작지만 전문적인 콘텐츠 생산 회사와 제휴 강화
- 파워 블로거에 대한 지원 강화

위 두 가지 노력은 미디어다음을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행해졌던 것이지만 금번 조중동 콘텐츠 공급 중단을 계기로 실질적인 힘 즉 자원의 투자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04년 파란닷컴이 스포츠 신문의 콘텐츠를 자사 포털에 독점 공급하도록 계약한 후 경쟁 포털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신생 콘텐츠 공급사를 육성시킨 전략이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2. 중위권 언론사의 약진과 지역 신문사의 약진
- 경향, 한국, 서울 등 중위권 언론사의 트래픽 증가
- 부산, 대구, 광주, 경기 등 지역 신문사의 트래픽 증가

동일한 주제의 기사가 포털로 송고되었을 때 포털의 편집진은 어떤 기사를 메인 페이지에 노출 시킬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보다 질 높은 기사 혹은 빠르게 전송된 기사를 선택하기 마련인데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정보력과 기자의 수에서 약세인 중위권 언론사의 기사가 선택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 조중동이라는 경쟁자가 빠짐으로써 상대적으로 중위권 언론사의 기사가 선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것은 중위권 언론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런 기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언론사들은 보다 강력한 취재 지원을 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언론사의 편집 그룹이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이런 기회는 지역 신문사나 언론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3. 개인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 증가
- 블로거 기자단에 대한 기대 증가
- 콘텐츠의 지속적 수급이 가능한 팀 블로그에 대한 기대 증가

다음은 조중동의 콘텐츠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조중동의 포털에 대한 콘텐츠 중단 협박은 포털의 영향력이 강화된 이후 계속 제기되었던 것인데 이번 촛불 집회 정국에서 도화선에 불이 붙었을 뿐이다. 다음에 대한 세 언론사의 콘텐츠 공급 중단은 단지 다음이라는 한 회사에 대한 협박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경쟁 포털 또한 언제든 조중동의 콘텐츠 공급 중단이라는 협박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언론사에 의존적인 콘텐츠 공급 경로를 다각화하는 것이고 그 중 하나는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한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다음은 2005년부터 블로거기자단을 통해 콘텐츠 생산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질 높은 블로그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조중동의 뉴스 콘텐츠 공급 중단은 단기적으로는 다음을 비롯한 포털에 대한 분명한 압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음이 이것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한다면 포털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공급 체계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조중동이 빠져 버린 다음에서 중위권 언론사가 독특하고 공격적인 뉴스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고, 미디어를 지향하는 개인들이 다음에 더 많이 모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조중동은 이번 콘텐츠 공급 중단으로 인해 자신들이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다음에 대한 압박과 소외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다음이 이런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경우 조중동의 포털을 통한 뉴스 배포에서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증가하는 형국에 이를 수 있다.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불필요한 네이버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 네이버 또한 가치 중립을 표방하며 조중동 뿐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 회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사용자에게 미디어 선택을 맡겨 버릴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메인 페이지의 뉴스 편집권을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중동의 다음에 대한 뉴스 콘텐츠 공급 중단은 온라인 뉴스 유통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조중동이 원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