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guacu ONLY

NHN 직원의 블로깅과 직원 관리

최근 NHN의 오해 관련 공지 및 게시판과 관련하여 이 회사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촉발한 격렬한 언쟁이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대해 설명하려면 꽤 귀찮으니 첫 출발점인 블로그를 방문하여 트랙백과 댓글을 읽어 보면 어떤 일인 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언쟁은 갑자기 나타난 팀장의 사과 글로 인해 대략 마무리되어 버렸다.



예전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이트 개발을 한참 하고 있을 즈음이었는데 웹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이 며칠 전부터 점심 시간 때 식사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평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한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붙었고 그 중심에 그 프로그래머가 있다는 것이었다. 며칠 째 이어지는 댓글 전쟁으로 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회사 근처 카페로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그는 많이 망설이며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나는 이유를 알고 싶으니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 그는 한참 자신이 그 논쟁에 빠져 든 사연을 설명했다. 담배를 몇 개피 피우며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업무랑 관계 있는 토론이냐?"

그는 업무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프로그래머로써 개인과는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무슨 토론을 했는 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왜냐면 그는 자신이 그 토론에 몰입하고 있는 자체가 매우 의미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상사인 나는 그의 불안정한 상태에 더욱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내 직원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것이 업무에 영향을 끼친다면 비록 세계 평화를 위해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분명히 내 입장을 표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다음 날 그는 토론을 종료했음을 알려왔고 업무에 차질을 빚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별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 NHN의 어떤 팀장처럼 끼어들기를 하지는 않았다. 비록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비합법 혹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또한 직장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내 부하 직원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NHN의 그 팀장이 잘못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NHN의 취업 규칙 중 하나에 "회사에 위해가 될 수 있는 고객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취업 규칙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규정을 임의로 해석하거나 확대 해석하지 않았고 내 재량의 수준에서 허용하는 편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과 갑자기 나타난 팀장과 그가 한 사과를 보며 NHN의 현재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건을 지켜 본 사람 중 누군가 NHN의 아는 사람에게 연락을 했을 수 있고 그래서 팀장이 사건을 진화시키기 위해 나선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NHN 임직원이자 블로깅을 하는 어떤 사람과 또 다른 블로깅을 하는 어떤 사람들의 싸움이었다. NHN과 개인의 싸움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팀장이 끼어 든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NHN 대신 또 다른 대기업의 이름을 붙여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삼성이나 LG나 뭐 그런 잘 알려진 대기업 말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소환에 대해 어떤 삼성 직원이 옹호의 글을 썼고 그에 대해 알 수 없는 어떤 사람들이 반박을 했고 계속 말싸움이 진행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그 대기업 홍보팀이나 그 사람이 속한 팀의 부장이나 과장 쯤이 '죄송해요'라고 이야기했을 수 있다. 이 사건을 지켜 본 사람들은 그런 끼어들기를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대기업에 다니는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대기업 자체의 의견이라고 믿고 토론을 바라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도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언쟁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내가 아는 또 다른 NHN의 직원이 글을 쓴 바 있는데 여기에도 비판의 댓글이 붙긴 했다. 그런데 이 글은 그리 이슈가 되지 않고 한 개인의 의견으로 넘어갔다. 하긴 내가 읽어 봤을 때도 그 글은 네이버에 대한 옹호라기 보다는 네이버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글에는 자신도 네이버 직원이지만 '뒷통수를 맞은 적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변상련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정도면 족하다. 직원인 자신도 그러한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 했을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정도면 족하다. 물론 결론이 꼭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하는 이야기처럼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이어서 좀 불만이긴 하지만 회사 근무자로써 자기 회사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직원은 글의 마지막 부분에 "논리적이고 근거를 바탕으로 한 발전적인 토론문화를 유도하는 서비스도 하나 만들어주면 더 좋고~"라고 했는데 내 대답은 이렇다, "기획자인 당신이 만들어야지 않겠어요?"

나는 회사 직원일수록 자신의 회사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외부의 평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크고 주목 받는 회사에 근무한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NHN 직원들은 이 점에 대해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 언쟁의 주역이 된 한 NHN 직원의 경우 글 쓰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그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자세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뭐 싸우는 것도 아니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들으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배설이었다는 느낌이다.

배설을 했으면 배설로 끝나야 할텐데 그것의 당위성을 주장하다보니 언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감정 싸움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압권은 소속 팀장의 등장이었다. NHN은 인사 관리 잘 해서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식이라면 NHN 임직원들은 블로깅을 하지 않는 게 속편하겠다. 언쟁하나 끝까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뭐하려고 개인 시간 투자해서 회사 이야기하고 괜히 욕먹고 마음 상하겠나.

내가 실망한 것은 NHN 임직원의 블로깅이나 그들이 NHN을 옹호했거나 혹은 몇몇 블로거들과 감정 싸움을 한 것이 아니다. 임직원의 자유로운 블로깅을 보장하지 못하고 끼어든 그 팀장과 같은 사례를 통해 NHN의 고객 응대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치 NHN의 임직원 블로깅 가이드가 이런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토론이 언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언쟁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 윗 사람이 등장하여 사과하고 마무리한다? 내가 NHN 임직원이면 절대 블로깅 안한다.

'Iguacu ON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촛불을 꺼야할까?  (0) 2008.06.23
구루(guru)와 대화  (6) 2008.06.23
네이버 검색 점유율 하락의 시사점  (8) 2008.06.16
NHN 혁신의 과제  (11) 2008.06.14
6월 무료 컨설팅 안내  (4) 200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