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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네이버 검색 점유율 하락의 시사점

오늘 촛불 시위 정국과 관련하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기사가 몇 개 나왔다. 저녁에 지하철의 한 무가지는 1면 톱 기사로 네이버의 점유율이 '폭락'했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었다. 반면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증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기사가 참조하고 있는 근거 데이터는 코리안클릭의 정기 보고 자료다. 그런데 그 하락의 폭이라는 것이 좀 우스울 정도다. 연합뉴스의 기사 중 일부분을 인용한다,

16일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지난달 월간 통합검색점유율이 전달에 비해 0.71%포인트 하락한 73.46%를 기록, 최근 1년간 최저치로 내려갔다. 이 기간 네이버의 통합검색점유율이 73%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다음[035720]은 전달에 비해 0.71%포인트 높은 18.27%로 최근 1년간 최고치인 18%대에 진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비하면 새발의 적혈구 정도로 낮은 점유율 하락이다. 이런 하락율을 근거로 네이버 서비스의 위상에 대해 의심하고 심지어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까지 해 주는 것은 언뜻 봐도 언론이 흔히 하는 선정성 짙은 보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마도 어떤 기자는 "네이버 공화국의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소리치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하긴 벌써 그런 기사를 쓴 기자도 있다.

물론 지난 1년 6개월 사이 가장 낮은 검색 시장 점유율은 의미가 있고 그 이유는 촛불 시위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네이버의 점유율 하락보다는 다음의 점유율 증가에 있다. 네이버에서 하락한 0.71%의 점유율이 고스란히 다음의 점유율 증가인 0.71%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잘난 척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올해 초에 국내 포털의 전망과 관련하여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 중 아래 내용을 참조하시길 권한다. 앞으로 포털은 신규 서비스를 통한 사용자 이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운영과 마케팅 이슈를 통해 사용자의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이번 네이버 검색 점유율의 하락이라고 볼 수 있다.

[Flash] http://cfs6.tistory.com/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YmxvZzU3QGZzNi50aXN0b3J5LmNvbTovYXR0YWNoLzAvMDcwMDAwMDAwMDA1LmpwZw==




문제는 이런 점유율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있다. 현재 네이버의 통합 검색 점유율 하락은 서비스의 질이나 콘텐츠의 질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치적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취한 태도는 비록 그것에 정당성이 있었더라도 사용자 다수에게 부정적 인식을 안겨 주었고 결과적으로 0.71%의 적극적 소비자 거부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네이버 입장에서 0.71%의 점유율 하락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실제 하락율보다 더 큰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쟁자인 다음으로 이 점유율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약점이 경쟁자의 장점이 되어 버리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비슷한 사례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운영 체제 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 체제는 애플의 맥OS와 잦은 충돌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압승이었다. 문제는 의지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 체제를 버리고 애플로 전향한 사람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그 영향력은 지대했다는데 있다.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악의 축이라고 불렀고 그들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여전히 애플의 맥OS(OSX를 포함하여)의 시장 점유율은 낮다. 그러나 애플은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iPod이나 맥북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압도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관계를 이 두 회사와 비교해 보면 미래에 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화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마켓의 전쟁과 포털 마켓의 전쟁이 일치할 수 없고 경쟁 관계의 복잡함도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운영 체제 전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승리했음에도 많은 사용자들이 애플을 지지했고 그로 인해 애플이 사용자로부터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긍정적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회사의 긍정적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새로운 사업 기회에 자신의 긍정적 브랜드를 만들어 준 사용자들이 도움을 주길 바랄 것이다. 이런 기회가 곧 다가올까? 예를 들어 이번 촛불 시위 정국에서 두 포털에 대해 극단적 평가를 했던 사람들이 IPTV 부문에서 네이버가 컨소시엄에 속해있는 메가TV를 선택하는 대신 오픈 마켓을 지향하는 다음 컨소시엄의 서비스를 선택하게 될까? 너무 빠른 추측이다. 그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기엔 아직 에너지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다음은 몇 년 더 이런 에너지를 축적해야 한다.

반면 네이버는 다음이 그런 에너지를 축적하길 원치 않는다. 특히 에너지의 축적이 하필이면 자신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서 출발하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는다. 최근의 촛불 시위 정국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소폭 하락에 그칠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사용자 응대 전략과 조직 개편, 인력 투입, 사용자 패턴 조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브랜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해소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그 노력은 현재의 위험 수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두 포털의 지위는 앞으로 2~3개월 안에 다시 과거의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네이버의 브랜드는 계속 공격 받을 것이고 공격자들은 대안으로 다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 에너지가 오랜 시간 쌓인다면 다음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획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포털 사업 부문이 아니라 미디어 사업 부문 혹은 컨버전스 사업 부문에서 새로운 포털을 구축할 가능성 말이다.


이런 분석을 하자면 문득 다른 포털이 생각난다. 야후!코리아, 엠파스, 네이트와 같은 포털은 안타깝게도 이 에너지 축적 전쟁에서 완벽히 벗어나 있다. 안타깝지만 사용자들은 어떤 기업이나 어떤 브랜드를 공격할 때 항상 둘 중 하나라는 식으로 움직인다. 제 3의 대안은 재미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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