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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닷컴이 이글루스를 영업양수한 이유

이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D 포탈과 P 포탈도 지난 6개월 사이에 이글루스를 인수하기 위해 접촉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는 (주)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글루스를 갖게 된 것은 가장 합리적인 조건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조건을 제안한 것일까?

이번 거래를 기획.추진했던 실질적 관계자는 이글루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1) 이글루스의 본래 모습과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 영업양수를 통해 이글루스 운영진을 보존하여 1)항을 만족시킨다.
3) 이글루스 운영진이 안정된 환경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이 3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영업양수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영업 양수를 위한 거래 금액인 15억 원은 적절한 것이었을까? 영업 양수는 기업 인수 합병(M&A)과 달리 기업의 내재적 가치보다는 현실적 가치를 측정한다. 이글루스의 회원수를 10만 명으로 볼 경우 이번 영업 양수는 1인당 1만 5천원을 책정한 셈이 된다. 일부 사용자는 이것을 가리켜 "껌값에 팔았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회원 1인당 1만 5천원은 굉장히 높은 가격이다. 2000년 벤처 거품이 사라진 이후 회원당 평가 가격은 매우 낮아져서 이번 거래에서 1인당 회원의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회사를 인수합병한 것이 아니라 조건부 영업 양수를 했다는 점이다. 이글루스를 인수하기 위해 접촉했던 경쟁사들은 이러한 조건 즉 조건부 영업 양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관계자는 대화 중에 "이글루스에 배경음악을 공급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니홈피 사용자와 다른 특성을 가진 이글루스 사용자이므로 이글루스의 원래 특징을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컴s는 이글루스 영업 양수를 통해 어떤 이득을 얻게 될까? 몇몇 사용자들은 '고드름'이라든가 '냉동 도토리'와 같은 표현을 쓰며 이글루스를 미니홈피처럼 운영할 것이라 염려한다. 그러나 SK컴s가 그런 식 즉 미니홈피의 수익모델을 이글루스에 적용시키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SK컴s가 이번 영업 양수를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의미는 아래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풍부한 콘텐트 네트워크의 확보
2) 네이트닷컴 내부의 한계성 극복

네이트닷컴은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합병한 후 국내 3위의 포탈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미니홈피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미니홈피 콘텐트가 열린 네트워크로 변환시키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퍼라는 칼럼형 서비스를 열기도 했지만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또한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의 다른 서비스를 연동하려는 많은 시도를 했지만 모바일 싸이월드만 성공적이었다. 싸이월드의 고유한 특성을 살릴 때 네이트닷컴 혹은 SK컴s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학습한 셈이다.

네이트닷컴은  지난 3년 간 생성된 이글루스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링크(link)와 커뮤니케이션 노드(communication node)를 확보하게 된다. 싸이월드를 인수합병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회원 가입과 트래픽이었다면 이글루스 영업 양수의 의미는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확산되는 콘텐트 노드의 확보다. 만약 이글루스의 영업 양수를 싸이월드와 유사한 의미로 바라봤다면 이번 계약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 의미는 네이트닷컴 자체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SK컴s이긴 하지만 조직은 그 자체로써 늘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그 한계 중 하나는 우수한 기획력과 생산력을 조직 자체가 막는 것이다. 이것을 관료제의 한계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난 몇 년간 SK컴s가 자체적으로 만든 서비스 가운데 새로운 문화의 형성까지 가능케한 서비스는 없었단 것이다. 그나마 훌륭한 서비스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인스턴트 메신저인 <네이트온>과 <모바일 싸이>, <네이트 톡> 정도가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의 활성화는 '싸이월드 인수 합병'이라는 큰 선택과 변화가 배경에 있다.

이번 영업 양수는 전례를 검토해 볼 때 <싸이월드> 인수 합병과는 다른 의미에서 네이트닷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글루스의 관계자는 이번 영업 양수에 대해 SK컴s를 "훌륭한 마케팅 파트너"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그리 틀린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양사는 이 점에 동의했을 것이다.

영업 양수 이후 네이트닷컴과 이글루스의 서비스 결합이 어떤 식으로 될 지는 전적으로 두 회사의 기획, 운영팀의 협력 관계에 달려 있다. 이글루스의 현재 운영 인력은 조만간 SK컴s의 인력으로 편입된다. 조만간 두 회사의 인력들은 상견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이글루스의 운영 인력도 SK컴s의 조직적 한계 혹은 내부적 문제점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며 두 회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방안을 내 놓을 지 주목해야 한다.

만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많은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우려하듯 "이글루스의 미니홈피화"가 단행될 지도 모른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과거에 했던대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