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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포털의 이해, 강연 후기

어제 오후 3시~6시까지 서울대 인문관에서 <포털의 이해>라는 특강이 있었다. 이 특강은 NHN과 서울대학교가 함께 하는 것이다. 1주 전 NHN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었고 급박한 연락이긴 했지만 학생들을 위한 자리기에 거리낌없이 승락했다. 어쩌면 나는 돈 되는 일보단 하고 싶은 일을 여전히 하고 싶은 것 같다. 아름다운 재단도 그렇고, 여기도.

3시부터 강연이 시작인데 인문관에 도착했을 때 2시 30분이었다. 거의 7년 만에 서울대 캠퍼스에 왔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교정 - 교정이라... 정말 고풍스러운 단어 아닌가 - 을 잠시 거닐며 이런 생각을 했다,

'망할 놈의 대학, 새 건물은 부지기수로 들어서는구나'

늦가을의 대학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부산의 모교를 찾아가지 못한 지 또한 7년이 되었다. 아마 모교의 가을을 더욱 아름답겠지. 추억이 깃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단순한 아름다움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추억의 아름다움... 어슬렁거리다 교내 간판에 붙은 학생회 선거 벽보를 볼 수 있었다. 총천연색의 포스터를 보며 요즘은 대학 총학생회 선거도 돈이 있어야 되는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때는 오직 전지와 매직팬 뿐이었는데 요즘은 총천연색에 다양한 버전의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것 같았다. 포스터 중 눈에 딱 드는 것이 있었다, 모 후보 진영이 붙인 "서울대 2.0"이라는 제목의 포스터. 아니나 다를까 두 후보의 경력(?)을 보니 KTF가 어쩌구 하는 식이었다. 우리 업계의 2.0 신드롬이 이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구나 싶어 우울한 마음이 먼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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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정치적 이슈가 사라진지 오래라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각종 선거 포스터를 보니 정말 정치적 이슈는 완벽히 사라진 것 같았다. 내가 대학 생활을 하던 초기 서총련(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에서 '생활 학생회'라는 개념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엔 정치적 투쟁이 극렬하던 시기였는데 그에 반하여 학생 생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생활 학생회의 주류는 서울대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1991년 상황은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서울대 학생운동 혹은 학생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모르겠지만 2007년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포스터는 동네 반장 선거 포스터 같았다. 학교 행정부가 해야할 일을 대신하는 조직이 학생회인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오후 3시 10분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중식 교수가 주임 교수였고 김경달 NHN 정책실장이 코디네이터인 수업이었다. 원래 이번 강좌에는 SK communications의 윤지영 이사님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수업은 검색엔진 마스터의 대표인 전병국님과 내가 각각 30분씩 강연을 진행했고 1시간 정도 QnA를 진행했다. 전병국님은 "통합 검색"을 주제로 하여 그 잇점과 단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전병국님은 정확히 30분 동안 강연을 했다. 그리고 내가 했는데... 20분 오버타임했다. 별로 재미있는 주제도 아닌 "한국 블로고스피어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끝나고 보니 50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정면 맨 뒷자리에서 신문 보고 있던 학생에게 감사의 마음 전한다. 17년 전 교수님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정확히 떠올랐다,

"니들이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다 보인다"

핵심은 돈이다!라고 주장했던 내 강연은 돌이킬 바 없이 싼티나는 강연이었고 전병국 대표의 발표 주제는 여러번 고민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강연이 끝난 후 그 서글프다 못해 처절하게 추운 강의실을 떠나 간단한 저녁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명박이 대통령되면 어쩌지? 낭패네... 기타등등의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격적인 강연 후기

내 강연이 시작될 때 이중식 교수께서 나를 "유명한 블로거"이자 "가장 거대한 아스피린" 운영자이며 닉네임 "블루문"이라고 소개해 주셨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거대한 아이스크림이었다. 3년 전에 텔레비전 출연을 하라고 했을 때 거부한 이후 느끼는 오랜만의 비굴함이었다, '그래 오늘은 웃기고 보자.'

포털에 대한 이야기와 블로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핵심은 돈이야!"를 설파하는 내 강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핵심은 돈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후기를 쓰며 이중식 교수께 학생들에게 내 준 과제가 무엇인지 문자를 보냈다. 방금 통화를 하며 그가 이 수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 그런 것... 참으로 어려운 것. "포털이 너희에게 무엇을 주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 기껏 이제 20대 중반을 통과한 학생들이 결코 답을 낼 수 없는 것. 그런 것을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IT 현업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결코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을 아르바이트의 기본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답을 내 보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답은 원래 없다

나는 91학번이다. 내 시절에 대학 생활은 정말 헐거웠다. 대출도 쉬웠고 시험도 쉬웠다. 하지만 인생은 힘들었다. 바깥에선 사람들이 잡혀하고 죽어가는데 무슨 얼어죽을 논리적 토대에 대한 증명인가? 2007년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다를 것 하나 없다. 다만 질문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포털이 너희에게 무엇을 주지 못하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내 보라는 질문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항상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멍청한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현명한 학생들은 질문 자체가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질문이 이미 훌륭하기 때문에 답은 어떤 것이든 훌륭하다. 훌륭한 답과 그렇지 못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질문이 훌륭함으로 어떤 답이든 훌륭하다. 멍청한 학생들은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과 별개로 훌륭한 답을 찾으려 한다.

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중 현업에서 근무한 사람이 있을까? IT 업계가 어떤 종류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포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포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매일 어떤 압박을 견디며 신기술과 새로운 개념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지 이해할까? 이제 대학교에 들어와 몇몇 경험들을 듣고 읽고 간접 체험한 사람들이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수업 점수 A+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1%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오늘 내가 서울대를 방문하여 한 이야기의 요지는 이것이다. 현업의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일할 뿐이다. 이런 우리의 삶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한다면 학생과 아마추어도 우리와 같이 고민을 할 수 있다. 일주일 느긋하게 다음 수업 시간 기다리며 고민하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불꽃튀게 고민할 수 있다. 타협하지 않으면 된다. 교수님의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 "포털이 무엇을 너희에게 주지 못하는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이렇게 요약된다.

1) 도대체 포털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측면에서 포털이 무엇이며,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포털이 당신에게 준 영향을 생각해 보라. 한국의 포털와 북미의 포털이 어떻게 다른지 조사하라. 일본과 중국의 포털은 어떠한가? 그들의 사업 구조는 어떻한가? 검색해보라, 누군가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2)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 솔직히 이야기해보라, 포털에 원하는 게 없을 수 있지 않나? 평소 포털이 무슨 짓을 하든 관심이 없을 수 있지 않나? 없는 관심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자신에게 솔직하라.

3) 뭐가 불만인가?
: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라. 국내, 국외의 서비스 중 자신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웹 서비스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이 답이니 선택하고 기술하라. 없으면? 더 찾아보든가 스스로 만들어라.


이번 특강에 참가했던 모든 학생들에게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위에 했던 이야기를 참조하고 아래 사항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1)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플레이톡은 절대 연구 대상으로 삼지 말라. 뻔하고 뻔한 이야기 아닌가? 최대 B- 정도의 점수 밖에 얻을 수 없을 것이다

(2) 겸손하라. 선생은 항상 당신보다 위대하다. 당신들이 미팅하고 커피마시고 토익 공부할 때 교수는 관련 사이트를 뒤진다. 웹 서핑을 많이 한 것과 insight가 있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3)  잘 알려진 공식을 사용하라. 마케팅 원론서에는 각종 분석 방법이 있다. 그걸 이용하라.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적분하고 미분하라. 인문계가 무슨 얼어죽을 미분, 적분이냐고? IT 업계는 늘 그런 것을 반복한다. 미분과 적분!

(4) 매출과 수익이 핵심이다. 구글(google)이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구글이 M&A를 당하면 어찌할텐가? 브랜드를 믿지 말고 수익을 믿어라. 매출과 수익은 단지 '돈'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와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도 구글이 최고라고? 현재는 그렇다.



안 믿는 거 안다


내가 뭐라 이야기해도 여러분은 믿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선배들의 현실적이며 진지한 조언을 항상 무시했다. 여러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관없다. 진실은 내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반드시 증명되니까. 다만 나는 2007년도를 보내며 여러분이 보다 현명하게 판단하길 원한다. 답이 아닌 곳에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조언을 남긴다.

"젊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뿐이다. 기성을 파괴하라.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하나 뿐이다."



언제나 행운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