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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블루문의 인터뷰

지난 주 모 언론사에서 블로그 관련 이메일 인터뷰가 왔습니다. 나중에 기사는 어떻게 나갈지 모르겠지만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내 대답은 있는 그대로 남길 원합니다. 내가 이메일로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1. 블루문님의 현재 직업을 알려주세요. 
 
(주)트레이스존 의 대표이사입니다. 웹 서비스 컨설팅을 하는 회사이며 커뮤니티, 미디어, 포털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사업자에 대해 웹 서비스 전략 수립, 웹 서비스 제작 기획, 서비스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직종은 웹 서비스 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겠군요.

 
 2. 블로깅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1996년부터 IT 뉴스 사이트를 제작해 왔고 그 이후 서적을 집필하고 IT 관련 기획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한 동안 대외적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2003년에 새로운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마침 블로그가 가장 좋은 글쓰기 도구라고 생각해서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3. 하루에 몇 시간 블로깅 하시나요? 네이버 블로그 '가장 거대한 아스피린'의 경우 다양한 주제로 솔직하면서도 공감되는 글들을 많이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운영하시는 블로그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 포스팅할 때 보통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대략 3~4시간 정도를 블로깅을 하며 보내는 것 같습니다. 보통의 블로거라면 일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기록하기 마련이고 저도 그런 것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제 블로그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편입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며 글을 쓸만한 꺼리가 있으면 메모를 해 둔 후 일과가 끝난 야간에 써야 할 글을 깊이 고민해서 몇 개를 쓰곤 합니다. 늘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 그리고 메모장을 들고 다니며 일상에서 느끼는 사안이나 우연히 발견하는 묘한 장면을 메모하고 일과가 끝난 후 그것 중 글로 옮길만한 것을 블로그에 쓰곤 합니다.
 
 
4. 블루문님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블로그를 하면서 얻은 것과 힘든 점은? 또 블로거로서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한 사례가 있으셨나요?

블로그는 내 일상의 기록이지만 특히 내가 남기고 싶은 일상의 기록입니다. 모든 일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역사와 관계된 일상은 기록할만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프칸에서 피랍되었던 분 중 한 분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사무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지 전혀 모르고 우리 회사에 취업할 사람을 위한 이력서를 검토하고 있었죠. 그런데 하필이면 그 분이 매우 특이하게도 종교가 이슬람교였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블로그에 쓰며 그 묘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지만 자신이 아닌 외부의 역사와 함께 할 때 블로그는 일상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블로그를 하며 얻는 가장 큰 의미는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이 아닌가 합니다. 보통 어린 시절이나 대학 시절이 지나면 자신에 대해 깊은 성찰의 계기를 얻기 어렵습니다. 반면 블로그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됨으로써 항상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살고 있나? 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블로그는 그런 것을 강요합니다. 때문에 블로그를 계속 쓰는 게 힘들기도 합니다. 블로그가 많은 것을 주지만 또한 많은 고민을 주는 이유입니다.
 
아마 저는 블로거로서 블로거가 아닌 대중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블로거)끼리 영향을 미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자칭 블로거라 스스로 부르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무슨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겠죠. 2006년 초반에 "드라마 궁과 대한제국 왕족의 삶"이라는 글을 써서 약 100만 명이 넘는 대중이 글을 읽었고 그로 인해 대한제국 황손들의 삶에 대해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주목 받는 정치인과 IT CEO를 인터뷰하여 대중들에게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일은 지금도 블로거에 의해 반복되고 있지만 한국 블로고스피어에서 거의 처음으로 이런 일을 했다는 점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초 진행 중에 얻는 오류를 극복하여 현재 블로거들은 보다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압니다.
 

 
5. 블루문님은 블로그 전문 운영 일도 하시지요. 현재 블로그로 얻는 경제적 수익이 얼마나 되나요? 스폰서쉽이나 광고 수익도 있으신가요?

다른 블로거는 질문하신 일을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특정 업체의 상품을 홍보하거나 구글 애드센스나 다음 애드클릭스로 수익을 구현하는 분도 있는 걸로 압니다. 2005년에 ZDNet.co.kr에서 전문 블로거로써 1년간 활동했으며 월간 일정 금액을 지급 받으며 블로깅을 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그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한 순수 수익은 매우 적습니다. 최소 월 1백만원 미만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만약 블로그를 통해 순수하게 수익을 얻고 싶다면 매월 5백만원 이상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질문에서 이야기한 스폰서 쉽이나 광고 수익을 최대화할 경우입니다. 현재 블로거 중 순수하게 블로그를 통해 월 순수익 3백만원 이상을 얻는 블로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광고 스패머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제가 월 5백만원은 벌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월 5백만원을 벌 수 있는 블로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봅니다. 제 경우엔 그런 수익이 별 의미가 없는 자신의 직업 - 컨설팅 - 이 있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6. 블로깅만으로 생활이 된다면, full-time 블로거가 되실 생각도 있나요? 아니면 취미 생활로 만족하시나요? 

제 직업의 특성 때문에 full-time 블로거의 수익은 결코 제 원래 직업의 수익보다 나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블로깅이 취미 생활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블로깅을 통해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얻기도 합니다. 그러니 순수히 수익을 기준으로 full-time 블로거가 될꺼냐 말꺼냐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더구나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제 상황에서 블로깅은 취미 활동은 결코 아닙니다.

 
7. 블로그가 1인 매체로서 기존의 언론과 많이 비교되는데요, 보통 블로그 기사는 저자의 메세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블루문님이 보시기에 매체로서 블로그의 강점과 단점은?

블로그는 조직에 속하지 않은 미디어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는 개인의 공간입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존 언론 종사자들과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블로그의 강점은 그런 '자유로움'과 주제 선택과 대상 선택에 대한 '보편성'입니다. 전문 기자들은 블로거들을 대립적으로 보지 말고 그들을 '정보원' 혹은 '조력자'로 봐야 합니다. 블로거는 사건을 빨리 발견할 가능성이 전문 기자에 비해 조금 더 높습니다. 그러나 전문 기자들의 인맥과 정보력을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이 둘은 대립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협조해야 합니다. 기자의 전문성과 접근성이 중요하고 블로거의 직관성과 일상성이 결합해야 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 스팟(media spot)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의미있는 기사의 작성 요령 말입니다.

8. 외국에는 마이크 애링턴이나 페리즈 힐튼처럼 성공한 블로그 '사업가(entrepreneur)', 소위 말하는 프로 블로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는 아직 블로깅을 생업으로 하는 프로 블로거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영어를 쓰고 이해하는 사람이 20억명이고 한글을 쓰고 이해하는 사람이 국내외 교포까지 합쳐서 7천만명입니다. (글 못 읽는 애들은 빼야겠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한글로 블로깅하는 사람들의 경우 어떤 멋진 수익 모델이 나와도 그걸로 프로 블로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이야기하기엔 좀 사이즈가 크니 다음에 찾아 오던가 하세요 :-) 어쨌든 시장의 규모는 언어적 제약이라는 넘지 못할 벽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로 인해 블로그 시장의 가능성이 한국에서 폄하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프로 블로거가 되어서 먹고 살만하면 블로고스피어가 활성화될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충 다섯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일을 해야 답이 나온다"
 

9. 지금 한국어로 된 블로그 모두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고, (많이 나아졌지만) 블로그들이 포탈 안에 갖힌 현재 구조가 문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또 앞으로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요?
 
한국의 블로거들은 매우 이상적인 상태에서 블로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떠한 탄압과 소외를 받지 않고 나름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블로그를 통해 생산되는 특별한(unique) 기사는 드물죠. 솔직히 말해서 포털 메인 페이지에 세울 만한 기사를 생산하는 블로거는 매우 드물지 않나요? 아님 말구. 
 
이건 검색의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포털 안에 갖힌 문제도 아니구요. 굳이 문제를 만들자면 제대로 한국의 문제를 읽지 못하게 만드는 현행 교육 구조의 문제겠죠. 어떤 주제를 던져 주면 그에 대한 논술은 잘하는데 자기들이 공부하지 못한 주제가 나오면 아주 바보가 되잖아요? 예를 들어 대학 입시 논술의 주제로 "진리를 찾아가는 종교적 방법과 그외의 방법에 대해 논하라"는 주제가 나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것 같습니까? 지금 고 3들이 '진리'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 지 생각해 봤습니까? 종교적 진리와 그외의 방법에 대해서는? 한국의 블로고스피어의 미래를 알고 싶습니까? 그러면 블로고스피어를 장악하고 있는 20대에게 물어 보십시오.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대학에 들어 왔는지.
 
1천만 멍청이의 세대에 블로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