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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아프칸 피랍 사건, 역사의 기록

아프칸 피랍 사건이 벌어진 지 8일이 지났지만 특별히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한 바 없습니다. 세 시간 쯤 전 귀가해서 샤워를 하고 TV를 켰는데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있더군요. 특히 피랍된 분 중 한 분이 살해되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급히 컴퓨터를 켜고 해외 웹 사이트를 서핑하고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아직 정부의 확인이 있지 않았지만 외신은 기정 사실인 듯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이번 사건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냉담한 마음도 아니고 분노하는 마음도 아니고 오직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어쩌면 그리 타이밍이 절묘한지 글을 쓰고 저장하려는 순간 (아마 00:05 정도 였을 겁니다) 네이버 블로그 점검 시간이 시작되었더군요;;; 그래서 이 곳에 글을 올리려다 다음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글이라 블로그기자단으로 올려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도 필요할 것 같아 올렸습니다.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디어다음의 오른쪽 테이블인 "블로거뉴스"에 올라갔더군요.

올라간 지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개독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댓글과 그에 반박하는 댓글과 동감을 표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수십 개 달렸습니다. 지워 달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이런 사태가 인류애의 파괴라는 관점에서 글을 썼습니다. '가지 말라는 곳에 갔으니 순교하라'는 주장 또한 상처 받은 사람의 포효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한 방향으로 살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생적으로 정신적 이상이 있지 않다면 그렇게 살도록 교육 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한 방향으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글도 그런 의미에서 쓴 글입니다. 인류애라는 것, 평화라는 것 별 것 아닙니다. 그걸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인류애는 발전하는 것이고 평화는 존속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피랍 사건과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약하게 만듭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나쁜 인간과 좋은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버리게 만듭니다. 악한 놈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고 그런 놈들은 개과천선할 필요 없이 세상에서 말살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버리게 만듭니다. 그렇게 인류애가 파괴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인 서로에 대한 존중, 믿음, 사랑을 버리게 만듭니다. 원숭이와 인간이 무엇이 다른 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세상은 원래 이 모양이라는 한탄을 공유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세상은 망가집니다.

이 글은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러한 파괴적 본능의 확산을 막는 것, 인류애와 평화를 지키는 에너지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목숨을 건 투쟁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이 글에도 포털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각종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댓글은 '나가 죽어라', '개독교', '착한 척 증후군'이라는 등 상처를 주기 위한 내용이지만 그냥 두기로 합니다. 왜냐면 그것 조차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기록이고 역사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짧은 인생을 살며 오늘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복잡한 어떤 사건에 대한 역사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한 백년 뒤면 이 사건도 우리 아이들이 역사책에서 배우게 되겠지요. 그러나 백년 뒤 아이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 교과서 내용으로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내가 여기에 쓰는 글이 그렇듯 데이터로 남아 있는 글을 백년 뒤의 아이들은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에 남을만한 사건의 댓글을 삭제하지 않습니다. 역사가 될 것이니까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아프칸 피랍 사건과 인류애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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