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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프로젝트의 이해

컨설팅 초기에 프로젝트에 대한 개념을 철저히 숙지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은 초반에는 비록 그 속도가 느리지만 중반 이후에는 급속도로 빨라지는 특징이 있다. 물론 클라이언트는 속이 바짝 타 들어갈 수 있다. 개념의 정의 보다는 빠른 산출물을 원하는 것은 일을 시키는 모든 사람의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반드시 깊은 사고를 위한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 어떤 멋진 아이디어가 나온 후 그것을 바로 개발로 옮겨서 성공할 수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웹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금 진행 중인 게임 포털 개발 프로젝트가 그런 예 중 하나다.

게임 포털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이전에 게임을 탑재하여 올바르게 동작해야 한다. 80%의 기능은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솔루션과 기술로 구현해야 한다. 나머지 20%는 새로운 기술이나 비전, 아이디어로 구성된다. 중요한 점은 그 20%가 80%에 대한 충분한 이해 속에서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힘든 일이다. 우리는 지난 6개월 간 게임 포털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경쟁사의 시스템에 어떤 특이점이 있는 지 확인했고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다시 보고 또 다시 보는 일을 반복했다. 정말 어떤 기능 상 특이점이 없을까? 왜 그럴까?를 반복하여 질문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것을 경쟁사가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는데 왜 구현하지 않았을까?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이런 질문을 반복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토론했다.

비록 많은 시간을 투입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린 이것을 '리서치한다'고 표현한다) 게임 포털에 대한 이해도는 계속 높아 졌고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게임 포털의 실질적인 모습을 조금씩 그릴 수 있었다. 우리가 게임 포털을 몇 번 만들어 봤다거나 게임 포털 근무 경험이 있었다면 이해의 시간이 줄어 들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게임 포털 근무자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게임 포털의 문제점을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내가 그들에게 물었던 질문은 하나다, "그럼 대안에 대해 고민해 보셨습니까?" 그렇다고 했다. 연이어 물었다, "대안을 왜 실천하지 않지요?" 그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대안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했다. 개발자가 없다, 자원이 배당되지 않았다, 경영진이 싫어 한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게임 사용자들이 원치 않는다 등등 답변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어떤 사정인 지 알기 때문에 아무도 꼼짝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비바람 속에 깃대를 들고 있을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렇게 깃대를 들고 있다고 사용자들이 몰려 올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그럼 결론은 누가 깃대를 들면 되는가? 그것도 아니다. 게임 포털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것은 그 태생적인 한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사용자 층에 대한 상식적 이해 때문이었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상식이 아니라 게임과 웹,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였다.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서 그 아이디어를 게임 포털에 대입한다고 현재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현업 실무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고민을 멈추기 때문에 문제는 상존했고 대안을 부재했다.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 지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만 해도 답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적절한 대안을 찾았는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 제대로 접근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우리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대안이라 불릴만한 어떤 것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 중 어떤 것은 분명히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느리지만 한 걸음 걸을 때 천 번 생각하면, 그 다음 번 걸음은 구백번을 생각하면 되고 그 다음은 팔백번만 생각하면 된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점점 생각의 속도는 빨라 진다. 한 순간 십 년의 세월을 되짚어 볼 수 있고 하룻밤에 백 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프로젝트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다. 첫 걸음은 느리지만 점점 더 빨라지는 행보, 결국 그런 것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을 감소시킨다.


ps : 프로젝트 다 끝난 후에 비로소 프로젝트를 이해하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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