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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기사의 재해석, 파란닷컴 3대 전략 발표

내 쓸쓸한 마음에 불을 질러 주신 파란닷컴 알바 덕에 좀 더 파란닷컴의 허튼 짓에 주목하게 되었다. 서울에 폭우가 쏟아 지고 있는 오늘 파란닷컴은 "포털 4위 진입을 위한 3대 전략"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한 디지털 타임즈 기사의 행간 읽기를 해 보았다. 원 기사 먼저 읽어 보고 아래를 보는 걸 추천한다.


KTH(대표 송영한)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파란닷컴은 27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내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국내 4위 포털로 입성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U-포털로 거듭나기 위한 올 하반기 전략에 대해 밝혔다.

이 분이 송영한 사장. 1988년 과거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에 입사하여 마케팅 본부장과 전무이사,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2004년 KTH (파란닷컴 운영사) 사장이 되었다. 그냥 KT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이 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분이다.
U-포털이란 '유비쿼터스 포털'을 말한다. 이것 저것 다 해 보다 결국 검색은 답이 안 나온다하여 올해 초 포기를 선언하고 거의 마지막 아이템으로 내 놓은 것은 바로 U-포털이다. 매우 흥미롭게도 U-포털이란 과거 KT가 추진했던 유무선 통합 포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그 범주가 멀티 디바이스로 훨씬 확대되었다. 포털 사업도 제대로 못하는 파란닷컴이 유비쿼터스 포털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모사인 KT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어 내 놓은 "내부 무마용 전략"이 아닌가 싶다. 파란닷컴은 유비쿼터스 포털을 만들 역량이 없다. 돈과 역량을 동일시하는 멍청한 의견에 동의하더라도 그만한 돈은 파란닷컴에게 없다.


송영한 KTH 사장은 "2004년 7월 포털 파란을 시작한 후 겪었던 시행착오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데서 비롯됐다"고 털어놓고, "개방형서비스 지향과 함께 자체 조직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쟁에 의한 퇴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경험과 역량 부족이 아니다. 고집과 독선 그리고 우둔함 때문이었다. 거기에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와 개개인의 업무 능력 부족, 조직 관리 역량의 부족이 첨가되었다. 혹자는 KT의 외압을 파란닷컴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 못하는 이유로 들기도 하는데 KT가 파란닷컴의 24개월 연속 삽질을 인내한 것은 오히려 대단히 칭찬할만한 일이다. 아니면 정말 멍청했든가. 개방형 서비스를 지향하겠다는 소리는 소위 파란닷컴 2.0을 의미한다. 개방형 서비스가 열린 이웃 블로그 따위를 만드는 것이라는 큰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파란닷컴은 "개방"이라는 것을 제 입맛대로 임의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 사이트를 개방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갖고 갈 것이 없는데. 문을 열어 두면 손님이 들어 오는가? 웹 2.0 신드롬에 가장 열광했던 사람이나 회사의 공통점은 창의력 부족이었다. 파란닷컴의 "개방"에 대한 철학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서비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에게 "개방"은 웹 2.0 주창자들이 예제로 내세운 웹 사이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몇 개 더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결과는 몇 달 후를 보면 알 것이다.

경쟁에 의한 퇴출 시스템 도입은 입에 발린 소리다. 관료주의가 팽배한 기업들이 늘 innovation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경쟁 시스템"이다. 조직 자체의 문제인 비전의 부제, 마켓 포지셔닝 실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의 실패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책임을 떠 넘기는 짓을 하겠다는 소리다. 파란닷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조직원 개개인을 괴롭히고 스트레스 수치를 증대시키는 퇴출 시스템이 아니다. 팀장급 이상, 정확히 말하자면 경영진이 한 달 보름 동안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든 관료주의적 망상을 완전히 떨쳐 버리도록 몸뚱이가 부숴져라 고생을 해 봐야 한다. 농담일까?

이를 위해, 파란은

△9월말까지 개인 멀티미디어 공유서비스 `파란 푸딩' 오픈
△KT의 유무선망을 활용해 메신저 U2의 연동 구체화
△이번주 간행물 검색서비스 오픈 등의 3대 전략을 발표했다.

3개의 신규 웹 서비스를 전략이라고 발표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건 지 궁금하다. 이런 발표를 할 생각이었다면 전략(Strategy)이 아니라 "신 서비스 소개 간담회"라고 제목을 붙이는 게 나았다. 저걸 정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 파란닷컴의 전략 기획실을 해체 시키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KT 기조실 부사장까지 지낸 송영한 사장께서 저걸 전략이라고 발표하며 얼굴색이 어떠 했을 지 참으로 궁금하다. 기자가 제대로 옮겨 쓰지 못한 것이리라 믿어 본다.


파란의 개인 멀티미디어 공유서비스인 `파란 푸딩'은 기존 파란의 1GB 메일, 대용량 블로그, 아이디스크 등의 대용량 공간 제공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보다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파란 푸딩'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PC와 웹으로 업로드하고 무제한 저장할 수 있으며, 간편하게 펌질까지 되는 서비스다.

"기존 서비스를 짜깁기해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또 KT의 유무선 망을 활용해 유무선 연동을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최근 오픈한 U2 메신저가 그 예로, KT의 통신망을 활용한 U2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7월말 기준으로 파란 측이 밝힌 U2의 가입자 수는 350만명 수준이다.

"유무선 포털,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고 싶다"


이밖에 파란은 검색서비스 전략으로 정기간행물을 보이는 그대로 검색해주는 서비스인 `the 페이퍼'를 오는 31일 오픈한다. `더 페이퍼' 서비스는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키워드에 해당하는 잡지, 사보 등 오프라인 매체의 기사를 이미지까지 포함한 원본 그대로 바로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다.

"이름은 싸이월드 페이퍼를 모방했고, 기능은 뭐 심본부장이 알아서 할 꺼다"


심철민 본부장은 "네이버나 다음의 도서검색의 경우 단행본 위주인데다 10~20%만 본문내용이 제공되는데 반해 파란은 간행물의 심도 있는 기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현재 간행물의 10만건에 달하는 기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래, 돈이 튄다. 왜 떫냐?"


한편, 파란은 올 하반기 이같은 3대 전략과 함께 포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초기화면도 변화시킬 예정이다. 기존의 차갑고 남성적인 이미지에서 10~20대를 겨냥해 더욱 젊어지고 따뜻하며 소프트한 이미지를 적용해 오는 8월 선보인다.

korea.com처럼만 하지 마라.


파란닷컴의 현재는 무슨 색일까?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걸까? 아니,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태연히 절벽 끝에서 점프하려 노력하는 걸까. 미래가 없으니 현재의 색이라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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