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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도미노피자, 멍청한 기부 이벤트 사례



반쪽은 내가 받고 반쪽은 불우이웃에게 준다는 의미의 이벤트. 

 

반쪽 먹는 것도 짜증나고, 반쪽만 받아 먹는 '불우이웃'도 짜증나게 만드는 '거지스러운' 이벤트. 돈은 내가 내고 생색은 도미노피자가 내겠다는 의미인 듯. 서스펜디드 커피를 따라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서스펜디드 커피는 온전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니 그것도 아니고, '음식 나눠먹기'라는 의미를 담은 듯.


돈은 제대로 내고 반쪽 짜리 피자 받고 "와, 이것봐 내가 기부를 했다는 증거야. 뿌듯하군!"이라고 할 줄 알았나 봅니다.하지만 실상 사람들은 "이런 거지같은, 누가 내 피자 반쪽을 뜯어 먹고 반만 보낸거야!"라고 했다는 거죠. 


차라리 2판 먹으면 1판을 주는 쿠폰이 있는데 그걸 기부하는 이벤트를 하든가. 아니면 내가 모은 무료 쿠폰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행사를 하든가. 기획자가 발로 안 뛰고 책상머리에서 입으로 이벤트를 기획하면 이런 거지스러운 이벤트가 탄생합니다. 이런 이벤트도 안하는 회사에 비하면 낫다고 두둔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입니다. 안하는 것보다 멍청하게 보이더라도 기부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다만, 그냥 머리만 굴리지 말고 직접 현장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훨씬 보기 좋고 기분 좋고 영향력 있는 기부 이벤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능력이 안되면 할 수 없는 일이구요.


** 이 프로젝트는 2010년에 있었고 실제 주문을 하게 되면 반쪽은 주문자에게 반쪽은 해당 지역 불우이웃에게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아래는 실제 주문한 분이 올린 이미지. 


*** 제가 몰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주문자에게는 반판이 가지만, 불우이웃에게는 도미노피자 측이 나머지 반을 채워서 한 판이 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멍청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콩 반쪽도 나눠먹는다는 '의리'는 듣고 생각하기엔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볼품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이벤트는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과 기부 받는 사람에게 실물보다 중요한 무엇을 빠뜨리고 있습니다. 바로 '품위'입니다. 서스펜디드 커피가 유럽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기부하는 사람의 쿨함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기부 행위가 문화적 행위로 소비될 수 있었다는 거죠. "손님 뭘 주문하시겠어요?" "됐고, 그냥 필요한 사람오면 줘요." 이런 쿨한 기부를 만들었고 그런 행위를 소비한 겁니다.



(http://blog.naver.com/dieforfun/70097513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