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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꼭 일등을 해야 하나?

며칠 전 한 회사 사장님과 대화 중

블루문 : "말씀하신 회사는 최근에 알게 된 어떤 회사와 수익 구조가 매우 유사하네요"
사장님 : "그 회사는 어떤가요?"<
블루문 : "여기랑 비슷합니다. 전년 매출은 50억 원 정도되는데 경쟁 관계가 치열하지 않고..."
사장님 : (눈에 점점 빛이 돌기 시작한다)
블루문 : "또 다른 회사도 있는데 한 때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그리 큰 돈을 벌지 못하고...
하지만 직원들 급여 주는데 전혀 무리없고 돈도 좀 쌓을 수 있을 정도에요."
사장님 : "와, 정말 멋진데요!"


며칠 전에 만난 사장님이 이 이야기를 읽는다면 "왜 내 이야기야!"라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많은 회사의 사장님들이 이 분처럼 반응을 한다. 왜 꼭 일등을 해야하지? 직원들 봉급 풍족하게 줄 수 있고 그러고 나서도 회사가 돈을 좀 쌓을 수 있다만 만족, 만족, 대만족이라고 말하는 사장님들이 참 많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세상 물정 모르고 의지와 신념만 넘치고 있을 시절에 밥벌이나 하려고 사업하는 사장님들을 경멸했다. 사업을 한다면 원대한 포부와 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하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 나는 다양한 목적과 상황에 처한 사장님들을 만난다. 어떤 사장님은 수 천 명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자신은 돈이 별로 없기도 하다. 어떤 사장님은 자기도 돈이 많고 회사도 돈이 많다. 또 어떤 사장님은 자신도 돈이 없고 회사도 돈이 없지만 큰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장님들은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오류를 경험한 후에 그런 사장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일등이 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 또한 회사의 모든 사장이나 대표이사가 자기 회사를 업계 1위나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강남에 50 평 짜리 아파트나 하나 갖고 통장에 현금으로 10억 원 정도를 갖는 게 최종 목표일 수도 있다. 물론 이것도 서민 기준으로는 굉장한 목표다. 어떤 사장님은 "직원들 봉급이나 제 날짜에 줬으면 좋겠다"는 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꿈을 이루게 되면 또 다른 그보다 높은 꿈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최종 목표가 업계 최고나 세계 최고, 혹은 일등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없다.


컨설팅을 할 때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은 컨설팅을 요구한 고객(클라이언트)의 진정한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는 그 회사 사장님의 요구를 가장 먼저 파악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지금 당장 회사의 안정적 경영이라면 새롭게 만들려는 서비스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혹은 현재 운영 중인 웹 서비스를 즉시 중단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덕분에 6개월이나 12개월을 안정적으로 컨설팅할 수 있는 일이 3개월 만에 끝나기도 한다.

한 친구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해서 무슨 컨설팅을 하냐?"고 나무랐다. 그가 지금도 보고 있는 어떤 컨설팅 업체는 별로 해 주는 것도 없이 한 달에 억대가 넘는 돈을 꼬박꼬박 받아간다며 너무 싼 가격과 너무 고지식한 원칙을 지키면 컨설팅으로 돈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의 조언이 얼마나 나를 생각한 것인 지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쓴 소주를 들이키며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인생 별 거 없다. 내가 돈을 벌 지 못해도 어떤 회사가 나로 인해 부활하면 사회적인 재부는 결과적으로 증대하지 않겠나. 그게 내가 컨설팅을 하는 이유다."

작은 바람을 갖고 사는 사장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결국 그 사장님이 월말 급여 일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면 나는 그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에게 행복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 직원들의 가족들에게도 작은 행복을 나눠줬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컨설턴트라는 직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돈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