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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동전 나누기와 대중적 인터페이스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않고 크레딧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 다녀오면 주머니에 동전이 제법 쌓인다. 몇 달을 모아서 600 여 개의 동전이 쌓였는데 오늘 이걸 분류했다. 과거에 한 번 분류할 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10원 짜리와 50원 짜리는 돈 통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분류를 해 보니 돈 통에는 20여 개의 10원 짜리와 50원 짜리가 있었다. 500원 짜리를 구분하고 100원 짜리를 20개 씩 분류해서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동전을 분류하며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이건 UCC의 분류나 디렉토리, 메뉴 생성에도 참조할 수 있을 것 같다.

1. 과거보다 조금 나은 분류 방법은 절대 노동 시간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2. 1차 분류 (10원 짜리, 50원 짜리 분류)는 절대 노동 시간을 분산 시킬 뿐이다.
3. 1차 분류는 실제 노동 시간으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이다.
4. 몇 초는 '이건 이 쪽 통으로 던져 넣어야지'라고 구분하고 던져 넣는 시간이다.
5. 몇 초는 노동이 아니라 버릇이 된다.
6. 버릇은 추가 노동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10원 짜리와 50원 짜리의 구분은 처음 몇 번 구분을 할 때는 늘 생각을 해야하기 때문에 귀찮았지만 며칠이 지난 후엔 적응이 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적응되었더라도 10원 짜리와 50원 짜리를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20여 개의 동전이 섞여 있었다.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돈 통을 10원, 50원, 100원, 500원 짜리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최소한 4 번을 구분해야 한다. 반면 10원과 50원 짜리만 구분하고 나머지는 한 통에 던져 넣으면 될 경우 두 번만 구분하면 된다.

나는 돈 통에 쉽게 동전을 던져 넣길 바랬다. 귀찮은 마음에 책상 위에 동전을 던져 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00원과 500원 동전을 구분하는 돈 통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걸 지폐로 바꿔서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복잡한 분류법을 적용시킬 수도 있었지만 동전 구분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일하기로 한 것이다.

100원과 500원 동전은 하나의 통에 던져 넣는다
나머지는 돈 통 옆에 아무데나 모아 둔다


10원이나 50원 동전은 다 합쳐도 50개가 되지 않았고 어디 써 먹을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웹 사이트에서 디렉토리를 구분하거나 사용자들에게 콘텐트를 검색하고 구분하고 저장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공급할 때 무조건 "과학적인 인터페이스"가 최선은 아니다. "과학적"이라는 것은 기본이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한다. 동전마다 각각 다른 돈 통을 마련하고 서로 다른 동전은 넣지 못하도록 하고 동전이 얼마나 쌓였는 지 디지탈 카운터가 표시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4 개의 서로 다른 돈 통이 어떤 위치(자원)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값 비싼 돈 통을 구입하거나 개발해야 할 것이며 (추가 비용) 사용자들은 이것에 적응하는데 노력을 해야 하며 새로운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고(불편함) 생각할 지 모른다. 게다가 각각의 돈 통에 쌓인 돈을 합계해서 보여주는 추가 기능이나 특정한 금액이 되면 SMS로 알려 주거나 누군가 돈 통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문 인식 장치를 달도록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착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돈 통의 기본 역할은 "모아두는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복잡성을 더할 것인가, 어떤 아이디어를 추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조금 더 쉽게 모아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대중적이다. 대중적 인터페이스는 대중을 속이거나 바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조금 더 개선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