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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전기(electricity)에 대한 몇 가지 착각

전기 요금이지 전기세가 아니다. 다시 말해 전기 공급자 또한 수익 발생을 목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지 무상 공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독과점 상태의 한국 상황 때문에 사용자인 국민은 선택의 여지없이 하나의 요금 제도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이고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전력 또한 수익 추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다 싼, 혹은 보다 비싼 전기를 살 가능성이 없다는 한계 때문에 소비자는 전기세라고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기 요금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전기는 절약할 수 없고 저축할 수도 없다.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든 말든 전기는 계속 생산되고 사라진다. 전기 공급자는 수효 예측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데 사용되지 않은 전기 대부분은 공중으로 사라진다. 일부 전기는 축전지나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되어 저장되기도 하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전기 절약은 단순히 어떤 시점에서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절약이 패턴화되어 수효의 하락으로 정착되었을 때 비로소 예측 발전량을 줄이게 되어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게 된다. 전기는 공산품과 같이 수효 예측이 빗나갔을 때 물류로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전기 절약은 저축이라는 개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상식에서 절약=저축, 자원의 낭비를 막는다는 개념이 강하게 있어서 홍보 차원에서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전기는 절약할 수 없고 모을 수도 없다. 

전력 공급사는 그린 에너지(green energy)에 큰 관심이 없다.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보다 자연 생태계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그린 에너지는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원료비 개념이 제로(0)에 수렴하므로 전기 공급사가 큰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전력 공급사는 그린 에너지의 개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첫번째는 수효 예측 공급에 대한 부담이다. 화석 원료나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은 발전량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반면 그린 에너지는 제어 불가능한 자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기 때문에 안정적 전기 공급에 문제가 있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는 과도한 전기가 생산되지만 그것을 저장하여 바람이 없는 날에 공급할 방법은 거의 없는 상태다. 두번째는 여전히 화석 원료나 원자력이 더 싸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하기 쉽고 원자력은 매우 위험하지만 가장 저렴한 발전 원료다. 국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과 자연재해로 인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생산비용대 소비 효율에 대한 전통적인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것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전력 공급사가 생각하는 그린 에너지는 화석 원료나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의 대체재 수준이다. 점차 더 많은 분야에서 그린 에너지가 사용되길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은 기존에 사용되는 화석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린 에너지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이데아(Idea)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전력 공급사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린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극적 변화를 가져올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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