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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휴일에 출근하는 사람

사회 생활을 중소 기업과 벤처 기업에서 시작했다.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의 생활 패턴과 달리 중소 기업과 벤처 기업은 휴일 출근이 예사로왔다. 법적으로 토요일 격주 근무가 일상화된 이후에도 그것과 별 관련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일이 많으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도 비슷한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던 중 나도 가정을 갖게 되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특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서 격주 휴무에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부터인지 기억을 뚜렷하지 않지만 휴일이 되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위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하게 되었다. 휴일에 출근하는 건 이상한 일이 되었다.

아참... 먼저 이야기할 것은 나 또한 꽤 오랫동안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일이 있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이 없어도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휴일 출근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사회 생활 초기에는 해당 업무에 대해 내가 너무나 무지하고 서툴렀기 때문이었다. 휴일에 출근해서 업무 관련 서적을 읽고, 금주에 있었던 업무를 되 살펴 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음에 실수 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기껏해야 2년 정도? 그 이후에 휴일 출근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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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할 일이 없었다. 딱히 취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날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휴일에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누워 있을 바에야 회사에 출근해서 이런 저런 일을 하는 게 더 좋았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이 된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당시에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회사를 위해 휴일에도 나와 회사를 위해 먼저 고민하고 있는 '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덕분에 내 건강은 급속히 망가졌고 그 누적 결과물로 작년 말에 병이 생겨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고 일하는 직원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다고 볼 수 있다. 내 스스로 깨달은 결과에 의해 나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휴일에 항상 쉬도록 요구하곤 했다. 그런데 어떤 직원들은 늘 휴일에 나와서 일을 하곤 했다. 나는 이 직원들이 굉장히 못 마땅했다. 평일에 일을 끝낼 수 없어서 휴일에 나오는 직원이나, 자신의 공부가 부족하여 휴일에 회사에 나와 일하는 직원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자의 경우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여 업무량을 조절하는 게 맞을텐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 부족한 능력으로 인한 공부는 개인의 공간에서 하는 것이 맞지 공적 공간(회사)에서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회사 대표 이사라는 입장에서 그런 직원들의 휴일 근무에 대해 "아이고 잘한다"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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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휴일 근무를 하는 수 백 가지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나는 단 2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니 과도한 업무로 인해 휴일 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이유는 전혀 없다. 최근 나는 휴일에 스스로 쉬고 내 직원들도 그러길 바란다. '쉰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준비할 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열심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 잘 쉬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위한 창조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바로 당신이야말로 제대로 쉬어야 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나는 휴일에 회사에 나와 일하는 사람이 싫다. 그를 위해 나를 위해 회사를 위해 모두,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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