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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조용한 블로그

요즘 내 주변에서 블로그에 대한 질문이 갑자기 늘어났다. 몇 개월 동안 컨설팅을 하던 회사의 직원이 갑자기 회사가 블로그를 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하고 또 다른 직원은 네이버 블로그를 하던 아스피린인 걸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떤 기업은 블로그 운영 요청을 하고 또 다른 기관은 블로그가 뭐냐고 물어 본다. 그런데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지난 1년 간 매우 조용하다.







여러 개의 블로그를 운영했고 폐쇄한 것도 있고 운영 정책을 바꾼 것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매우 조용한 상태에서 2개의 블로그를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블로그 - 예를 들어 책쓰기 블로그와 같은 것 - 를 포함하면 몇 개가 더 있지만 외부로 공개된 블로그는 이구아수와 아스피린 두 개다. 두 개 다 메타 블로그로 글을 공급하고 있지 않다. 이구아수 블로그는 매일 소수의 사람들이 찾아와 글을 읽고 댓글을 거의 달지 않는다. 가끔 다음 블로거뉴스로 보낸 글 때문에 수 백 개의 댓글이 붙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댓글은 읽지 않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구아수 블로그를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 블로그를 RSS로 구독하는 사람들과 큰 차이가 있다. IT 특히 웹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그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여전히 잡다한 이야기를 올리기 때문에 여러가지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매우 많은 실험을 했다. 그 실험 대부분은 요즘 블로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주제들이다.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저널리즘을 구현할 것인가, 기업들은 어떻게 블로그를 적용할 수 있는가? 전업 블로그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광고와 블로그의 관계는 무엇인가? 블로그로 사람들과 친해지는 건 가능한가? 블로그와 프라이버시의 관계는? 콘텐츠의 질로써 블로그를 평가할 수 있는가? 블로거인가 네티즌인가...  나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실험을 계속했고 짧고 긴 실험을 통해 나름의 대답을 찾아 왔다. 그 과정이 거의 끝난 것이 2006년 이맘 때였던 것 같다. 더 이상 할만한 실험이 없다고 생각한 이후 나는 조용한 블로그로 돌아섰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 경험을 책으로 쓰지 그래요?". 가만 생각해보니 그래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블로그에 대한 실험 목적은 단지 내가 궁금한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지 그걸 책으로 써서 공유하고 내 주장을 강화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블로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목적이 훨씬 강했다. 그래서 책은 쓰지 않았다. 대신 수 백 개가 넘는 글을 썼다. 지금도 내 블로그에서 '블로그'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 많은 글이 나온다. 그 글이 웹에서 검색 가능한 상태면 만족이다. 굳이 책으로 써서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오해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 2년 간 조용한 블로그의 상태를 유지하며 힘든 면도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누군가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으면 당연히 '숫자'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유명함은 매우 개인적인 판단인 경우가 많다. 예전에 수퍼주니어라는 그룹이 매우 유명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그룹이 몇 명인지도 몰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돌스타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들이 언론에 아무리 많이 언급되더라도 그런 기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일부분이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블로그라는 단어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블로그도 모르는데 블로거를 잘 아는 건 힘들 것이고 그 중 유명 블로거가 누군지 아는 것도 힘들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유명 블로거라고 불리는 사람 중 매스미디어에 자주 언급되지 않은 사람들은 유명 블로거가 아니다. 블로그를 잘 아는 사람 들 중에 유명한 블로거인 것이다.

이런 상태는 앞으로 꽤 오래 계속될 수 있다. 나는 블로그를 쓴다는 사람에게 '블루문'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 있고 몇 년 전까지 매스미디어에도 자주 출몰하곤 했다. 그러나 그 뿐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지려면 텔레비전에 몇 번 나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블로그를 잘 쓰는 정도로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유명인'이 될 수 없다. 그런데 그 '유명인'이 되려면 브랜드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 브랜드를 구축하는 건 블로그에 글 잘 쓰는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정치인도 잘 알아야 하고, 문화/사회/경제 등등 잡다한 분야에 자주 출몰하며 매스미디어에 언급되어야 한다. 이건 블로그를 잘 쓰고 블로거로써 자신의 지위를 만들어가는 것과 꽤 거리가 있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굴러 온 기회도 걷어 차 버리고 그냥 조용한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는 유명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웹 서비스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결심을 한 이후 요즘의 내 블로그는 조용하다.

내가 선택한 것이라 아무런 불만이 없다. 어쩌면 나는 유명해지기 싫은 게 아니라 번잡한 상황을 싫어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자주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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