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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웹 사이트의 텍스트

웹 서비스 기획에서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게 말하기와 문자의 차이다. 말하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 문자로 나타날 때는 다른 의미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웹 사이트에서 "안녕하세요?"와 "안녕하십니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기획자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웹 사이트의 99%는 문자로 이뤄져 있다. 말하는 것도 듣는 사람의 정서와 상황과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듣는데 하물며 문자는 오죽할까. 그런데 웹 사이트를 만들 때 이런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웹 사이트를 기획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대개의 웹 사이트 기획자들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언어를 선택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프로그래밍이나 UI 디자인보다 훨씬 심각하다.

모 웹 사이트는 사용자가 접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대해 "~해요"라는 식의 응대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블로그에 쓴 글이 어떤 기업의 항의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비공개)되었을 때 그 대상이 된 블로거가 접하게 된 글에는 이런 식의 설명 글이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님.

*** 님이 쓰신 글이 법률상 문제가 될 것 소지가 있어 비공개 처리되었어요..."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엔 만냥 빚을 만드는 결과는 낳는다. 물론 그 웹 사이트의 기본 컨셉을 생각하면 "~해요"체가 가장 적절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그런 식의 어투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데, 다음과 같이 사용자 고지 메시지에서 다양한 어투 정책을 유지해야 했을 수 있다.

1. 일반적인 경우
"~해요"라든가 농담을 쓸 수 있도록 허용

2. 시스템 관련
1항과 비슷한 사례 적용

3. error 및 치명적 오류의 경우
매우 정중하며 극존칭 사용

4. 고객 응대의 경우
3항에 기초하여 보다 정중한 표현, 특히 극존칭 사용


고객센터에서 있는 메뉴얼이 웹 사이트 제작 단계에서 각 페이지에 들어가는 콘텐츠 기획에서 없는 경우를 흔히 본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웹 사이트는 그걸 잘 이용해서 수 억원의 소송이 될 수 있는 사건을 넘어서는데 어떤 웹 사이트는 개념없는 텍스트로 사용자를 분노에 끓게 한다. 무엇이 제대로 된 웹 서비스 기획인가, 무엇이 제대로 된 웹 사이트 콘텐츠 기획인가?

그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고객의 분노, 사용자의 분노를 몇 자의 글귀로 다독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웹 콘텐츠 기획"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