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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웹표준과 브라우저 전쟁 그리고 애국

오랜만에 올블로그에 갔더니 제목과 같은 내용의 포스트가 올라와 있다. 지겹지만 여전히 이 주제는 전형적인 flame war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논쟁에 참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논쟁을 하고 있는 포스트를 몇 개 읽고 내가 알고 있는 것, 단지 내가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한 포스트는 웹 표준이 크로스 브라우징을 위해 제안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 지식 수준에서 웹 표준은 W3C에서 많은 역할을 했고 그 이유의 처음은 "Data Transfer"였다. 다양한 개발 환경과 플랫폼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차이로 인해 연구 자료를 공유하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팀 버너스 리를 비롯한 엔지니어들은 데이터를 쉽게 "읽을 수 있기" 바랬고 웹(WWW)에서 그 방법 중 하나를 찾았다. HTML이 GML을 기본으로 한 응용 스크립트였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고 최초의 제안자들은 아주 특별한 언어 대신 보편적이고 출력 중심의 언어를 선택했다. 그게 HTML이다. 최초의 브라우저인 모자익에 대해 이제 그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모자익은 데이터를 출력하는 소프트웨어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고 이제 웹표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지만 처음 시작이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크로스 브라우징 즉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동일하게 데이터가 출력되는 것은 사실 상업적 이유로 인해 제기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오직 모자익만 존재할 즈음엔 그런 고민조차 없었다. 최초의 싸움은 모태는 분명 모자익인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대립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의 절정기를 "브라우저 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 논쟁에 참여한 글에서 "웹 개발자가 ActiveX를 만들었다"는 표현을 볼 수 있었는데 이건 정확한 표현은 아닐 듯 하다. 웹 개발자 중 소프트웨어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ActiveX를 개발하는 개발 인력은 웹 개발자와 다소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ActiveX가 출력하는 값을 웹에서 받거나 그 반대의 경우엔 웹 개발자가 관여하지만 ActiveX는 컴파일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적 관점에서 볼 때 웹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ActiveX를 웹 서비스에 도입한 회사들은 두 개발자를 다르게 보고 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데 '경영적 관점'에서는 ActiveX 대신 웹 스크립트로 그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면 웹 개발자가 일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인원을 뽑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경영적 관점'이라고 말했고 이것을 '무식한 경영자'라든가 '웹표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경영자'라든가 '돈만 벌고 싶은 경영자'라고 오해해도 관계없다. 왜냐면 이것은 ActiveX를 통해 자사의 웹 서비스를 구현하라고 지시했던 경영자가 웹 표준이나 크로스브라우징, 혹은 웹 접근성에 대해 정말 무지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ActiveX가 되었든 스크립트가 되었든 혹은 또 다른 대안이 있든 관계없이 지금 당장 사업을 할 수 있기 바라기 때문이다. 사실 왜 개발자들이 스스로 이 문제 - ActiveX를 누가 강제했나? -로 대립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 결정은 경영자가 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경영자에게 "ActiveX를 안 쓰는 게 훨씬 빠르게 개발할 수 있고 유지보수도 훨씬 편리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경영자는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다. 경영자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왜 이런 현실(ActiveX로 많은 기능이 구현된 한국의 웹 사이트들)을 개발자에 대한 갈등으로 만드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MS, 파이어폭스와 모질라 재단, ActiveX와 크로스브라우징... 참으로 할 이야기가 많은 주제들이다. 거기에 북미 및 영어권 사용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웹표준, 그리고 웹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할 및 지위... 이런 이야기까지 합쳐지면 이 논쟁은 끝이 없는 것 같다. 10여년 전에 소위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런 논쟁은 유즈넷과 웹에서 끝없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 명확하게 마무리될 가능성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이 애국적인 관점에서 풀리지 않기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도 한 때 나름대로 브라우저를 만든 적 있다. 어떤 브라우저는 모자익 엔진을 이용했고 어떤 브라우저는 IE 엔진을 이용했다. 지금은 어떤가? 한국 브라우저는 없다. PHP든 ASP든 JSP든 국적으로 보자면 어쨌든 한국은 아니다. MySQL이든 MSSQL이든 Oracle이든 한국 DBMS도 아니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멸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나는 브라우저나 웹표준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볼 때마다 우리의 진정한 애국주의는 한국 소프트웨어에 대한 갈망으로 전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웹표준을 논의하는 시스템에 한국 사람들, 한국 조직들, 한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어떨까? 만약 크로스 브라우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조직들, 기업들에 한국 사람들과 한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어떨까? 오픈 소스에 대한 많은 논의와 인터넷 조직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면 어떨까? 그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애국'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매우 자주 이런 논의를 만날 때마다 스스로 해야 할 바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내뱉는 많은 고민들 중 우리의 적극성 부족으로 인해 헤매고 있는 게 있는지 아닌가 스스로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