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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야후 인수합병 제안 (Microsoftt and Yahoo M&A)

몇 주 전 국내외 소식통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야후를 인수합병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S가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안한 금액은 446억 달러, 현재 달러대 한화 환율로 40조원을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웬만한 세계적인 대형 제조업체 인수합병 금액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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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개적 제안이 있은 후 국내 언론은 경천동지의 상황이 온 것처럼 많은 기사를 생산했다. 특히 IT 업계에 대한 기사를 주로 다루는 언론사는 하루에 수십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몇 주가 흐른 후 이런 식의 관련 기사가 생산되었다.

- MS, 야후!인수를 위해 칼을 들다
- 구글, 뭐든 이건 좋지 않다, 막자!
- 야후! 애매하게 반대하다.

3줄로 정리하면 지금까지 상황은 이렇다. 지난 2월 10일 야후! 본사의 이사진들이 회의를 한 후 MS가 제안한 금액이 너무 낮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MS는 야후!를 인수합병하고 싶다는 공격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그 이후 바로 구글(www.google.com)은 공식적으로 인수합병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야후!의 이사회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는 식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외 언론은 이런 소식을 다양한 루머와 함께 전파했다. 회사를 사고 파는 금액이 40조원을 가뿐히 넘는 상황이니 이건 정말 엄청난 "이슈"였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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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원이라니... 정말 대단한 거래 금액이다.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기업 인수합병(M&A)을 많이 해 봤다는 사람도 이런 정도의 금액은 평범한 사람이 난데없이 로또 1등에 당첨되었을 때 느끼는 환상적인 금액이라고 했다. 거래 금액의 1%만 커미션(commission; 수수료)으로 먹어도 4천억원이다. 어쨌든 이 사건은 정말 굉장하다. 그런데 나는 이 사건에 무덤덤하다. 쇼하고 있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북미의 언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론 그리고 세계 각지의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만약 MS가 야후!를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고 소설을 쓰고 있다. 게다가 구글이 두 회사의 인수합병에 위기를 느껴 언론사 기자를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막고 말겠다"고 공언한 이후 이 사건은 정말 빅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무덤덤하다. 하든가 말든가...


내가 무덤덤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이번 거래가 대개의 기업 간 거래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차이의 핵심은 "사용자(user)"다. 이런 생각을 해 보자. 만약 삼성 그룹이 신한 지주 회사를 인수합병했다면 어떨까? 그 거래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산업적 변화 특히 삼성과 신한의 고객층 변화는 극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두 회사가 어떤 식으로 합병을 하든 사용자 즉 개인에게 극심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삼성과 신한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다. 언뜻 생각할 때 두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동일할 것 같지만 실제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잘 이해할 수 없다면 이번 사건을 인용해 보자. MS 소프트웨어의 사용자와 야후! 서비스의 사용자가 동일할까? 워낙 큰 기업이고 그 대상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제로 매우 다르다. 손쉽게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경우만 보자. 나는 MS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10개 이상 사용하고 있다. 윈도XP, 미디어 플레이어,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웃룩 익스프레스 등등... 아마 10개도 훨씬 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야후! 웹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 야후!가 인수합병한 플리커(http://www.flickr.com/)과 같은 서비스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나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게 내가 이야기하는 이번 거래가 갖는 문제는 핵심이다. 도대체 뭘 만들려는 거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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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쉬운 비유를 해 보자. 삼성이 네이버를 인수합병한다면 삼성전자 램 가격이 오를까? MS의 야후! 인수합병은 내게 그런 의미다. 소프트웨어만 줄기차게 생산해왔고 인터넷에서 항상 실패만 했던 MS가(hotmail 인수합병이라는 시작부터 지난 10년 동안 했던 MS의 잘못된 사업에 대해 거론하면... 끝이 없다!!!), 오로지 인터넷에서 성장한 야후!를 인수합병하겠다고 공언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MS의 이런 행동에 대해 "독과점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데 구글은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내버려둬도 스스로 망하는 분위기인데 왜 그러나 싶다. MS와 야후!의 결합은 현재 의미에서 +1와 -1이 합치면 0이 되는 공식이라고 본다. 더 나아질 게 없는 두 회사가 환상의 콤비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그런데 구글이 그런 결합에 대해 발끈하며 나서는 것은 구글 또한 멍청한 이해의 대열에 끼어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구글은 아직도 MS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선진성과 야후!의 웹에 대한 진취성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그 둘이 합치면 구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구글은 한국인으로서 내가 이해하기 힘든 상당히 우둔한 결정, 특히 끼어들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MS가 야후!를 인수합병하더라도 최소한 2년 이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특히 MS는 소프트웨어를 주로 생산, 판매하는 회사이며 야후!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라서 그들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변화는 느릴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MS는 이런 걸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할 바"가 무엇일까? 살아 남아야 하는 길에 대한 것이다. 어쨌든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다. 거대한 조직인 MS를 지키고 살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멍청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이며 최선의 판단이라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MS의 야후!에 대한 결정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MS와 야후!의 딜(deal)에 대해 무감한 편이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는 시장(market)이고 그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웹 서비스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야후!코리아의 입지는 계속 축소되고 있고 이번 딜로 인해 확대될 가능성도 없다. 그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한국와 북미의 웹 서비스 연동성이 결여된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1997년 즈음엔 한국의 웹 서비스와 북미의 웹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0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북미와 한국의 웹 서비스가 연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이 거대한 기업간 거래에 대해 시큰둥한 이유는 이런 것이다. 거시적으로 이 사건은 분명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지만 최소한 2년 이내 이 사건은 한국 웹 서비스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별 의미도 없는 MS의 웹 서비스(msn.co.kr에 방문한 사람이 있나?)와 하락세인 야후!코리아(yahoo.co.kr의 최근 개발한 서비스가 뭔지 알고 있나?)의 서비스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 사용자에게 갑자기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MS와 야후가 같은 회사가되든 말든, 나는 별 관계 없다. 내가 궁금하고 정말 관심 갖는 것은 오직 한 가지다,

"그래, 우리에게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줄래?"



한국의 웹 서비스는 이 질문으로 끝내야 하지 않을까? 세계 최고의 웹 서비스를 만드는 경쟁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왕이면 우리가 만든 서비스면 좋고!!! MS가 야후!를 먹는 말든 지금 당장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런 것 때문에 한국이 변방의 국가로 아직까지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도 한다만... 어쨌든...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지금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