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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처녀 사세요

블로거인 천둥소리님은 지난 토요일 한 일간지 사회면에 실린 광고를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대모집, 베트남 처녀와 맞선보기 행사 참가자"를 모집하는 이 일간지 광고는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 일러스트와 함께 국제 결혼을 위한 행사를 주선하는 것이었다.

천둥소리님은 진보적 일간지라는 H 신문조차 광고 수익을 위해 사람 장사를 조장하고 있다며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광고 좌측의 베트남 여성에 대한 소개글에서 "한국이 섹스와 가정부를 원하는 결혼 못한 남정네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체취가 아주 좋다", "이혼 절대 불가", "몸매가 세계에서 제일 좋다" 등 이 광고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물론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라고 볼 수 있으나 그 내용이 광고로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 건수는 2000년 1만 2319건에서 2004년 3만 5447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국제 결혼은 특히 농어촌에서 자주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농촌 노총각들의 국제 결혼기를 다룬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가 나올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은데 특히 국제 결혼 후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인해 불화가 생겨서 이혼할 경우 외국인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의 거주 인구는 줄어가는 추세이고 특히 청년들의 성혼은 심각할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지난 2004년 12월 경북 예천군은 청년들이 결혼마저 하기 어려우면 농촌 자치단체는 기반이 붕괴된다며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에 6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여러가지 국제적 문제와 도덕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농어촌의 현실은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한 국제 결혼을 추진하는 업체도 성업 중이다. 정확히 통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네이버 검색에서 "베트남 결혼"으로 조사할 경우 십여 개 이상의 유료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국제 결혼 전문 업체의 목록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태어난 2세를 의미하는 코시안(Kosian)의 정체성 문제와 이혼 후 양육 문제 등이 심심치 않게 부각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문제 조사 기관에 의하면 실제로 정식 혼인 절차를 거쳐 보고된 건수보다 훨씬 많은 한국인과 아시아계 외국인의 혼인이 존재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에 떠 도는 사진들 중 "베트남,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플랫카드를 찍은 것이 있다. 내국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국제 결혼이 어쩌다 사람을 사고 파는 것처럼 변질되었는 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베트남"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걸 보고 키득 거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