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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UCC와 콘텐트 오픈 마켓의 가격 정책

재미있는 사건을 하나 발견했다. 지난 1월 5일 네이버 붐 공지사항에 올라온 글이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붐! 입니다.
붐!베스트에 오른 게시물을 이용한 불법광고 사례가 발견되어 안내말씀 드립니다.
최근 붐!베스트 게시물 작성자에게 일정 금액을 제시하며
게시물에 광고를 삽입해달라는 쪽지
를 보내는 사례가 발견되었는데요,
이 같은 행위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붐!베스트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악성코드로 인해 여러분들에게 큰 불편을 끼칠 우려가 있어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습니다... (후략)

요즘은 네이버 붐을 찾아가지 않지만 이전에 붐에 오른 게시물을 클릭했을 때 광고 페이지로 이동하거나 애드웨어를 다운로드하는 코드가 뜨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돈을 줄테니 광고를 실어 달라고 요청을 했단 말이지? 좀 더 조사를 해 보니 몇 개의 관련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지식in의 "붐베갔는데 어떤사람이 광고하면 돈을 준데요"라는 글에는 아래와 같이 글에 광고를 삽입하면 5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사용자가 있었다.

붐베 3위로 현재있는데요
어떤사람이 쪽지로 보냈는데
붐베 게시글에 광고하면 하루당 5만원을 준데요
그래서 해볼까하는데

이미 그분이 폰번도알려줬는데... 한번해볼까요?? 먼저 통장으로돈준데서...저는 학생이라 통장 사용법 몰라서 문상으로 받는다했는데;; 쪽지로 문상 스크래치벗긴거 번호받으려고;;

좀 더 검색을 해 보니 3만 원을 준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애드웨어 코드를 심어 달라고 해 놓고 심은 게 확인되면 잠적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네이버 붐의 베스트에 오른 글이 일부 스팸 광고장이들(스패머)에게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패머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마치 똥파리와 같기 때문이다. 똥파리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좋은 냄새가 나는 곳으로 떼거리로 모여들어 알을 깐다. 네이버 붐의 베스트 글은 어느 정도의 트래픽을 갖기에 스패머들에게 흥미를 끄는 것일까?


네이버 붐

네이버 붐은 즐거움을 주는 사용자 콘텐트 수집을 목적으로 2004년 9월에 개설되었다. 독창적인 서비스는 결코 아니었으며 다른 포탈들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유사한 시기에 공개했다. 그 중 "붐베 (붐베스트)"라는 고유한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성장한 것은 네이버 붐이 유일하다. 18개 월간 네이버 붐의 성장은 주목할만하며 네이버 사용자들이 시간을 소비하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검색을 기반으로 네이버뉴스에서 기사를 소비하고 블로그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네이버 붐에서 killing time을 하고 있다.

2006년 3월 현재 붐 베스트에 선정된 글200,000 히트~ 300,000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붐 베스트에 오른 글들의 히트수는 큰 편차가 있지 않고 250,000 히트 정도에 수렴하고 있다. 이것은 사용자들이 쉽고 재미있는 글을 연속적으로 계속 보기 때문이다. 언듯 생각해봐도 네이버 붐 사용자들의 P/V와 체류 시간이 매우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히트 숫자 자체는 그리 믿을만하지 않다. 게시물을 열 때마다 무조건 히트수가 1씩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간단한 트릭으로 히트수를 무한대로 증가시킬 수 있다. 왜 이렇게 트릭을 쓸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까? 그것은 네이버 붐 사용자들이 자신이 올린 글의 히트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물론 해당 게시물을 refresh할 경우 목록이 나타나도록 했지만 주소를 직접 호출하면 되기 때문에 면피용으로 구현한 기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처럼 붐베에 오른 게시물이 최소 200,000 히트 이상을 보장하게 될 경우 스패머들이 하루 당 3만원~5만원을 지불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첫번째는 이런 금액 자체가 근거없는 속임수일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은 적절한 금액을 제시하여 신뢰를 만들려는 수작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자신들이 판단했을 때 이 정도의 금액이면 광고 노출이나 애드웨어 설치를 위한 투자로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네이버 붐을 이용하는 주 사용자의 연령층을 타겟으로 삼아 금액을 책정한 것이 아닐까 한다.

네이버 붐의 붐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분석하면 대부분 중고생이 직접 작성하거나 이들의 호응을 얻는 글들이 많다. 1월의 월간 베스트 글 중 가장 많은 조회수 (38만여회)와 동감을 표시하는 붐업(8,300여회)를 기록한 "여학교 에피소드"의 경우 어린 학생들이 공감할만한 세뱃돈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카툰이다. 이런 어린 학생들에게 3만원 혹은 5만원조차 매력적인 금액이 된다.




특성화된 Paying Rule과 Content Open Market

네이버는 현재 붐에 올라오는 게시물에 대해 어떠한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다른 포탈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특종상이라는 명목으로 10만원의 캐시를 지급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들에게 직접 돈을 지불하는 대신 독자들의 기부를 조장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개별 사이트의 특성과 미디어의 성격, 참가하는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 사용자의 만족도에 따라 서로 다른 paying rule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규칙은 머지 않은 미래에 생성될 content open market의 가격 정책과 자유 경쟁 가격을 생성하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업체별로 서로 다른 paying rule을 적용할 것이므로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사용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업체에 콘텐트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사용자들은 paying rule에 관계없이 즐거움과 흥미를 위해 콘텐트를 생산하고 공유하게 될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지불의 규칙이 매우 다양지 않을 뿐더러 그것 자체가 수익 모델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미 증명되었듯 ebay.com이나 auction.co.kr의 경우처럼 마켓 플레이스를 생성한 업체의 수익 모델은 "거래 수수료/특별 판매/광고 수익"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최초 이런 수익 모델이 공개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익 모델의 순환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아저씨도 이런 수익 모델을 이해하고 있다. 현재의 지식 수준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는 말이다.


헤게모니의 전환

향후 생성될 content open market은 이미 만들어 진 수익 모델을 이용할 것이며 자사에 가장 적절한 형태의 paying rule을 통해 사용자에게 수익을 배분하게 될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런 특성을 알게 될 것이며 자신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웹 서비스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예컨데, 오늘 퇴근을 하다 전지현이 오뎅을 먹고 있는 장면을 발견했다고 치자. 여러 사람이 이 장면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을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은 네이버 붐의 유머 게시판에 글을 올릴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전지현이 오뎅 먹는 장면을 동영상을 촬영해 다음 TV팟에 올린 후 블로거 기자단으로 보낼 지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전지현이 오뎅을 먹다 바닥에 침을 뱉는 모습을 찍어 오마이뉴스의 연예란에 '공중도덕도 모르는 연예인'으로 글을 올릴 지 모른다.

현재를 포함하여 가까운 미래에 이르도록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웹 서비스, 웹 사이트에 이런 콘텐트를 올릴 것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가장 적합한 웹 사이트"를 찾게 될 것이다. 왜냐면 도메인(domain)은 더 이상 닫혀 있을 수 없고 살아남기 위해 계속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의 권력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물살을 타고 도메인 관리자로부터 사용자에게 넘어갈 것이다. 사용자는 이제 하나의 도메인이 아니라 다양한 도메인을 넘나들며 자신의 콘텐트를 배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도메인 관리자 혹은 웹 서비스 제공자의 몰락을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웹 서비스 제공자는 기존의 권력을 사용자에게 넘겨주는 대신 새로운 권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앞서 이야기한 content open market의 제어권이다. paying rule을 정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사용자를 재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웹 서비스 제공자는 새롭고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며 고수익을 창출하는 권력을 쟁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