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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루의 스프링노트에 대한 부정적 견해

오픈마루가 생산한 작품 중 하나는 스프링 노트라는 웹 에디터다. 웹 에디터라는 정의는 옳지 않는데 그들 스스로 그렇고 나 또한 스프링 노트는 위키위키에 대적할만한 콘텐츠 아카이브 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프링 노트는 혁신적인 웹 에디터라고 볼 수 있고 그들(오픈마루 혹은 스프링 노트 팀)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에 도달하려면 그 정체성을 웹 에디터로 볼 수 밖에 없다.

스프링 노트의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웹 에디터로 동작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나는 최근에 회사의 프로그래머에게 스프링 노트의 API와 공개된 소스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몇 주 되었는데 아직 답변이 없는데 좀 불만이다) 우리가 새로운 웹 서비스를 기획하며 여러 종류의 웹 에디터를 검토했는데 스프링 노트가 꽤 훌륭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래머에게 필요하다면 오픈마루의 스프링 노트 담당팀과 연락해도 괜찮을 것이라 말했지만 아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그래머에게 주어진 다른 일도 있었고, 오픈마루에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업무 때문에 무작정 문의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공개된 소스 코드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우리 회사의 프로그래머는 '정말 완벽히 다르지 않다면 내가 만드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 회사 프로그래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추측한 것이다.

스프링 노트의 초기부터 지켜보며 두 가지 훌륭한 자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도전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완결성이다. 오픈마루라는 회사가 NCSoft의 별동대와 같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 때문에 모 회사인 게임 회사 고유의 성과 지향적인 모습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다고 알고 있다. 구성원들도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이고 프로그래머 치곤 창조적 역량도 뛰어나다고 알고 있다. 이런 근거에는 컨설팅을 맡고 있는 김창준씨(애자일에 대한 책을 썼던)에 대한 신뢰도 있다. 그가 쓴 책이나 블로그의 글을 보면 오픈마루를 엉망으로 컨설팅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의 회사가 컨설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요즘은 오픈마루에 대한 소식이 좀 뜸하지만 - 대학생을 대상으로 스프링노트를 마케팅하고 있다는 좀 황당한 소식이 마지막이었다 - 여러가지 소식을 종합하면 오픈마루, 혹은 스프링 노트 팀이 두 가지 훌륭한 자질을 갖고 시작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노트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이 서비스 혹은 웹 애플리케이션이 갖는 근본적 속성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스프링 노트를 훌륭한 웹 에디터로 생각한다. 몇 개월 전 한 출판사의 기획자와 이야기를 하며 저자 중 몇 명은 스프링 노트를 이용하여 책을 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과 공유하며 현재 진행 중인 서적의 상태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며 간접적으로 내게 '당신도 스프링 노트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한 것 같다. 나는 단호히 거부했는데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 특히 사용자가 적은 웹 서비스의 경우 보안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사용자가 매우 많은 경우 웹 서비스 관리자는 하나 하나 읽어 볼 시간이 없어서 사용자의 보안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기도 한다. 아이너리하게도 사용자가 적은 웹 서비스의 경우 관리자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훔쳐 보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근거를 대 보라고 요구한다면 일단은 "내 경험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지난 10여년 간 경험한 웹 서비스 관리자 대부분이 사용자의 정보를 훔쳐 봤다. 그 회사의 이름은 밝힐 수 없다는 건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어떤 회사는 사용자가 1백만 명이 넘었는데 비밀 방을 만들어 채팅을 하고 있는 경우 관리자가 그 방을 모르게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두고 있었다. 이유는 "불건전 채팅을 막기 위해서"였다.

스프링 노트의 현재에 대해 내 부정적 견해의 핵심은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 한국이든 해외든 관계없이 -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스프링 노트는 소스 공개나 Open API 정책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업체가 오픈마루에서 개발한 스프링 노트를 주요 웹 에디터로 쓸 때 빛을 발한다. 더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오픈마루의 스프링 노트는 자사의 사용자를 확보해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혹은 스프링 노트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배포 방식은 지양할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스프링 노트 API나 소스 코드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트의 공개나 공유는 그 다음 문제다. 서두에 이야기했듯 스프링 노트 자체는 훌륭한 웹 에디터다. 나도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러나 스프링 노트가 웹 서비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내 사용자를 스프링 노트 혹은 오픈마루와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을 듯 하다. 더구나 스프링 노트 팀은 자신의 서비스나 코드, API를 사용했을 때 장점만 이야기하고 있지 사용자 풀의 증대나 공유 혹은 확산과 같은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전체 사용자가 몇 명이며 활성화된 사용자가 몇 명인가 이야기하지 못할 때 과연 스프링 노트의 서비스를 자사에 붙일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쓰며 오픈마루의 정책이나 스프링 노트의 철학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내가 이 회사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이 있음은 글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맞다, 난 기술적 지향점이 분명한 기업에 대해 호의가 있다. 나는 TNC, 오픈마루, 다음과 같은 기업을 칭찬하고 그것을 숨길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오픈마루, 스프링 노트팀도 다를 바 없다. '우리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니다. 바보가 아닌 바에야 외부에서 생각하는 문제점을 스스로 알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은 그들이 만든 서비스가 살아 남았을 때 한국 웹 인프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얄팍한 아이디어로 만든 쓰레기 같은 웹 서비스는 하루속히 사라지는 것이 좋지만 뜻 있는 서비스는 살아 남아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맞다. 이런 견해가 어떤 웹 서비스를 비난하거나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내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내게 비난 받는 회사나 웹 서비스는 또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관점에서 칭찬과 비판을 할 것이다.

오픈마루의 스프링 노트의 미래가 밝으려면 3가지 사항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1. 더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스프링 노트의 API나 소스 코드를 직접 사용하도록 할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웹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공급사처럼 행동해야 한다. 웹에서 그렇게 행동한 사람은 매우 적었다. 웹 서비스 기업은 마치 웹이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마구잡이로 행동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웹을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있다. 조정과 합의 지점을 스프링 노트와 같은 솔루션이 발견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블로그와 충돌하지 말 것. 현재 스프링 노트 서비스는 블로거를 통해 버징(buzzing)되었는데 정작 서비스 자체는 블로그와 충돌하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 - 예컨데 나 - 이 스프링 노트에 글을 쓰려면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도래한다. 나는 블로그를 선택했다. 이런 문제는 remote blogging 툴을 제공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블로그와 충돌하는 관점 차제를 바꿔야 한다.

3. 고가의 콘텐츠, 유일한 콘텐츠에 집중할 것. 스프링 노트에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스프링 노트 팀도 알고 있듯 이런 솔루션은 글쓰기 교육을 받은 사람과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 그리고 논리적 글을 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스프링 노트 개발팀은 이것이 매우 쉽고 편리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어렵기 그지 없다. 그것도 특성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특성을 버리지말고 인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매우 진귀하며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콘텐츠가 스프링 노트에 쌓이도록 운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별성이 바로 이럴 때 써 먹을 수 있는 단어 아니겠는가?


오픈마루는 오픈ID와 스프링 노트, 라이프포드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 받는 스타트업 기업 중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서비스를 공개한 회사이기도 하다. 회사의 구성인자도 훌륭하고 개발 철학도 나쁘지 않다. 근데 성공, 사업적 성공의 가능성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Open API를 정말 싫어 한다. 사업 못해서 언제 망할 지 모르는 회사의 Open API를 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최소한 10년은 살아 남을 것 같아야 마음 놓고 Open API를 쓸 수 있을 것 아닌가? 오픈마루 혹은 스프링 노트의 API를 우리 회사에서 쓰고 싶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어쨌든 앞으로 이 회사의 API를 쓸지 말지 앞으로 6개월 동안 더 지켜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