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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이 글은 사회 생활 동안 만난 후배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를 정리한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사회 생활을 하며 매번 어떤 잘못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쉽게 조언하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고민할 것입니다. 분명히 잘못된 상황인데 용기 있게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앞으로 그런 고민을 끊임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 즉, 자신의 용기 없음을 탓하게 되는 고민은 합당치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매우 많은 경우 여러분이 처한 어떤 잘못된 상황은 정말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생각하기에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한 회사에서 저는 이런 착각을 매우 자주 경험했습니다. 회의 시간에 사장이나 경영진의 말도 안되는 회사 정책 수립과 사업 방향 제시를 듣고 일개 직원인 저는 '잘못 흘러가는 상황'에 대해 직언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개 직원 주제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공식적으로 말할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하여 정말 그 권리를 쓸 용기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했고 몇 년 지난 후 회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시의 생각이 옳았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당시의 상황은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질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누구든 그 자리에서 경영진이 되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해를 하게 됩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뭐가 옳았고 뭐가 잘못되었다 평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서로 최선을 다해 옳은 길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용기에 대한 제 생각과 그 용기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냥 서로 다른 생각을 했다고 이해를 했으면 그만 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매우 자주 무엇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하도록 강요 받습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분명히 그런 용기를 발휘해야 할 시간과 사건은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우리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틀린 것,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신과 조금 다른 어떤 경우일 뿐입니다. 혹은 매우 다른 어떤 경우일 뿐입니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는 것은 삶의 방향을 잡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틀린 것은 고쳐야 하지만 다른 것은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을 틀렸다고 말해 버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은 불필요한 갈등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해야 할 소중한 많은 일 대신 아무런 결과도 남지 않는 갈등과 투쟁을 반복하게 됩니다.

사회 생활의 기본이 뭐냐고 물어 본다면 저는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다른 것은 인정하고 틀린 것과 투쟁하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구분은 정말 어렵습니다. 언뜻 볼 때 '틀린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저런 경우를 따져 보면 '다른 것'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분명히 '다른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본질적인 측면을 깊이 성찰하다보면 '틀린 것'이 되기도 합니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면 그로 인해 인생이 완전히 바뀌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논조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다른 어떤 의견으로 바라보지만 조선일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일생일대의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예 말고도 여러분의 일상 곳곳에는 '다른 것'과 '틀린 것'에 대한 판단에 의해 스스로 선택한 다양한 모습이 존재합니다. 한 번 찾아 보십시오, 자신이 생각하는 '다른 것'과 '틀린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한 자신의 인생을.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이 '틀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보다는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입니다. 그런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는 것은 진정한 용기를 발휘할 시점을 알게 합니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의 영역으로부터 발현됩니다. 지식은 인간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지혜는 인간을 용감하게 만듭니다. 분별력 없는 지식은 일부의 인간을 풍요롭게 할 뿐이지만 용기 있는 지혜는 인류를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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