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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의 내재된 게임성

왜 악플을 다는가?라는 이제 이 바닥의 고전이 되어 버린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의견과 다양한 분석을 제시했다. 심지어 악플에 대한 사회 병리학적 분석이 존재할 정도다.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노출되는 방식이라는 말도 있고 악플을 다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며 또한 이 소수가 대부분의 악플을 생산한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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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을 다는 것과 비슷한 행위는 아무데나 자신의 미니홈피 링크를 걸어 놓는 행위다. 대개 악플이 그러하듯 미니홈피를 홍보하는 경우에도 직접 방문해 보면 별 다른 내용이 없거나 실제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 둘은 비슷한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관심의 집중과 그로 인해 증가하는 관심 측정치에 대한 만족감이다. 악플을 다는 행위는 고의적인 경우와 무의미한 댓글로 구분된다. 실제로 뉴스 관련 댓글 중 악플 보다는 무의미한 댓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댓글 놀이라는 신종어가 나올 정도로 한동안 무의미한 댓글이 집중적으로 생산되기도 했다. 악플이나 무의미한 댓글 혹은 미니홈피 링크 노출로 인해 특정 수치가 증가한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뉴스 댓글은 조회와 추천 등 다른 사용자의 관심(attention)을 수치로 표시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런 시스템은 댓글을 다는 행위가 의견의 표현이나 토론의 제안이라는 본질적인 의미와 함께 내재된 게임성(propensity to game)을 갖게 한다. 몇 개의 댓글을 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나, 댓글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댓글이 또 붙었나 등등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이것은 게임에서 몬스터를 잡을 때 경험치가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만족감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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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네이버 뉴스 댓글>

게임에 중독(holic)이 존재하듯 댓글 또한 내재된 게임성 때문에 중독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짧은 댓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한 트위터(www.twitter.com)나 플레이톡, 미투데이와 같은 경우 헤비유저(heavy user)들은 일종의 중독성을 느꼈다는 경험담을 블로그에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는 댓글의 내재적 게임성을 제한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댓글의 내재적 게임성을 서비스 자체가 제한하기 때문에 포털 뉴스의 댓글에 대한 중독만큼 위협적이지 않고 또한 때문에 이슈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낮다.

댓글의 내재적 게임성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구현되어 있는 경험치(experience point) 획득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갖는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게임에서 경험치의 획득은 일정한 대가를 돌려 주지만 댓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악플이나 무의미한 댓글 혹은 미니홈피의 주소를 알려 줌으로써 게임의 경험치에 준하는 수치를 획득하게 된다. 미니홈피 방문자 숫자의 증가나 댓글을 읽은 수의 증가, 신고 수의 증가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한다. 이러한 수치를 원래 의미와 달리 마치 게임의 경험치처럼 재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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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World of Warcraft>

실제 게임에서 경험치는 게임을 플레이한 결과값이며 게임을 구성하는 주요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 게임 자체의 내용이 경험치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지 경험치 증가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에 중독되면 경험치 증가가 게임 자체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만렙(Full Level)을 달성하기 위해 게임 팁을 읽고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는 게이머들의 행동은 원론적 의미에서 게임 자체의 목적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게이머의 행위이기도 하다. 때문에 게임 제작자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게이머의 이런 행위를 고려하여 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마치 사용자의 댓글이 필요한 어떤 웹 서비스를 제작할 때 댓글의 내재적 게임성을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고 고려하는 기획자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댓글의 내재적 게임성은 현존하지만 구체적으로 이것을 연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실무 기획에서 "사용성"이라든가 "사용자 참여 시스템" 혹은 "사용자 피드백"과 같은 주제로 언급된다. 또는 "댓글 시스템"이라든가 "유저 아이덴터티", "커뮤니티"와 같은 시스템 관련 주제를 다루며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댓글의 내재적 게임성은 그것 자체가 독립적 연구 이슈가 될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특히 실무 기획 단계에서 깊이 고려해야 할 사용자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악플이나 무의미한 댓글, 미니홈피 주소의 홍보와 같은 "이해하기 힘든 행위"에 대한 대답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댓글이 왜 활성화되는가?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왜 우리 사이트의 댓글은 활성화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 악플, 무의미한 댓글, 미니홈피 주소의 홍보는 사회 병리학적 문제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정치적 반론의 방법이기도 하며 광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런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 글은 그런 현상 또한 존재함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