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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3가지 종류의 회사 직원

회사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사람으로 구성된다. 회사를 소유한 사람과 회사에 소유된 사람이다. 회사를 소유한 사람은 회사의 지분을 소유한 사람이나 회사에 투자를 한 사람이나 회사를 창립한 사람이 있다. 회사에 소유된 사람은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 있다. 회사에 소유된 사람을 '직원'이라고 부를 때 회사 직원은 회사가 지불하는 급여에 대응하여 어떤 결과를 내는가에 따라 3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 회사의 급여보다 못한 일을 하는 사람
- 회사의 급여만큼 일을 하는 사람
- 회사에게 돈을 벌어 주는 사람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 위 순서대로 직원을 구분하여 해고한다.


모든 회사는 세번째 사람을 원한다. 세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회사는 제약없는 연봉 수준을 제안한다. 연봉이 1억이면 어떤가, 그 사람이 1억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여 회사에 기여한다면 1억은 전혀 아깝지 않다. 반면 첫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의 고용주는 항상 고민에 빠진다. 회사가 주는 급여보다 못한 산출물을 내는 사람을 왜 계속 고용하고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에 해당하는 직원은 사실 별로 고민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늘 첫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을 줄이고 두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을 만족시키고 세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애쓴다. 고전적인 경영 기법에 의할 때 이런 인사관리는 합리적이다.

나는 컨설팅 회사를 시작하며 가장 중요한 요소가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 먼저 내가 훌륭한 인재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과 인연을 믿기로 했다. 처음부터 나보다 훌륭한 인재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과도한 꿈이자 희망이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구하려면 그런 사람이 정착할만한 가치를 회사가 갖고 있어야 한다. 과감하게 연봉을 제안할 수 있어야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며 창조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포기했다. 대신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회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기술과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런 것은 반드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고 처음부터 완벽히 조건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딜레마에 빠졌다. 회사에는 3가지 종류의 사람이 필요한데 만약 기술과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으로 처음 회사를 시작한다면 창업자인 내 입장에서 너무 과도한 투자를 하는 셈이다. 내가 요구하는 바를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결국 회사 입장에서 회사에 돈을 벌어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고 능률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나는 혼자 일을 하는 게 맞다. 이것은 새로운 딜레마다. 자신이 가장 잘났기 때문에 더 잘난 사람을 뽑지 않는다면 환경이 개선될 수 없고, 그런 잘난 사람을 뽑으려면 이미 환경이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딜레마를 쉽게 풀기로 했다. 일단 사람을 믿는 것이다. 그들이 내가 아는 것 이상의 능력이 분명히 존재함을 믿기로 했다. 그런 믿음의 배경에는 자신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있다. 세상 많은 일 중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지불하는 급여만큼도 일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필요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회사 경영자가 할 일이다. 내가 그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나는 경영자로써 자질이 없을 것이다. 회사는 능력과 가치로써 평가되는 냉정한 사회의 한 구조지만 그 '능력'과 '가치'는 회사에 따라 다르게 생성되기도 한다. 내가 만드는 회사가 정말 독특하고 창조적이며 다른 회사가 갖지 못하는 가치를 갖고 싶다면 나는 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결심을 하며 나는 고전적인 경영 기법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나름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현실의 치열함과 싸우면서 능률과 결과물로 사람을 평가하면서 서로의 신뢰를 잃지 않는 방법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것을 실험하고 있다. 어제 했던 방법이 틀렸을 수도 있고 오늘 하고 있는 방법이 또 틀렸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내가 계속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나는 사람을 실험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과 어떤 과제에 대한 반응과 대응과 통찰력을 실험한다. 어떤 사람은 A라는 케이스에서 실패했을 지 모르지만 B라는 케이스에서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실험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한 사람, 한 주체가 다양한 케이스에서 자신을 실험할 수 있고 스스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과 주제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 회사가 그런 실험의 장이 되길 바란다. 실험실의 모르모트가 아니라 실험실을 장악한 연구자가 되길 원한다. 내가 원하는 회사의 비전은 그런 것이다.


나는 3가지 종류의 회사 직원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을 구분하여 퇴출시킬 대상을 찾는 것이 회사의 지상 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의 경영 철학 또한 그러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한다. 능력 있고 없음을 판단하기 전에 직원 스스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회사가 제공하는 실험과 도전의 환경이 척박하다면 직원의 근속 연수 또한 짧을 것이다. 실험과 도전의 환경이 풍부하다면 직원들은 끊임없는 자기 도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경영자의 임무라면 그 환경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도전하는 것은 직원의 임무다.

서로의 임무에 충실할 때 회사는 발전할 수 있다. 경영 또한 익스트림을 지향해야 한다. 진지하게 일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밥벌이에 전전긍긍하는 직원이 존재할 수 없다. 회사 직원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이 서로에게 신심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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