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웹서비스의 미니멀리즘(minimalism)

기획을 하던 직원이 아이디어를 간단히 이야기했다. 아이디어의 구현 방안에 대해 예를 들면서 구글의 캘린더 서비스를 언급했다. 몇 가지 조언을 하며 두 가지 사항을 가이드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라고 말했다.

1. 서비스 사용자의 요구를 구체화할 것
2. 복잡하게 기획하고 단순하게 정리할 것

특히 두 번째 가이드를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했다. 웹 서비스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웹 사이트의 일부 서비스로 역할을 하는 웹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미니멀(minimal)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사용자의 요구를 구체화하다보면 한 사용자의 요구가 매우 다양한 상황과 상태에 따라 켜켜이 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언뜻 생각할 때는 한 객체(사람)에게 하나의 요구가 독립적이며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좀 더 고민해 보면 하나의 요구는 다른 요구에 근거하고 있거나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사용자가 분노의 감정으로 어떤 웹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것이 해결되는 순간 그 웹 서비스는 또 다른 요구를 해결해야 한다. 혹은 그 요구를 바로 곁에 있는 다른 서비스가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서비스 사용자의 요구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복잡한 프로세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행위로 문제의 근본에 단 시간에 도착하고 해결하는 방향성을 갖게 된다. 그것이 웹 서비스 미니멀리즘이 지향하는 서비스 철학이다. 요구가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해결한다.

툴(tool)의 관점에서 미니멀한 도구가 반드시 단순한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 어떤 열쇠공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은 열쇠를 여는 만능 도구 상자가 아니라 단지 일자 드라이버 하나로 대부분의 문을 따 버렸다. 전직이 의심스러웠던 이 열쇠공은 일자 드라이버와 경험에 의해 대부분의 문제 - 닫힌 문 열기 -를 해결하고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툴을 기획, 개발하기 위해 반드시 다양한 방식의 '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웹 서비스 미니멀리즘에서 지향하는 바도 이런 것이다. 매우 간단한 도구이며 그 자체로는 한 가지나 두 가지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그 도구를 이용하여 다양한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 너무나 간단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툴이 복잡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배우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하고 더 이상 그 툴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한다. 웹 서비스의 미니멀리즘은 이런 가능성을 열어 두는 기획과 상상에서 구체적인 상품을 만들어 낸다.

형이상학적인 이 개념 '웹 서비스의 미니멀리즘'은 프로토타입의 활용과 제작 단계에서 데이터베이스의 적용,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현실 웹 서비스 제작의 기본 요건이 된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자와 정신병  (4) 2007.04.23
3가지 종류의 회사 직원  (6) 2007.04.20
주키퍼 - Zoo Keeper - 재미있는 게임  (6) 2007.04.18
과로사를 막는 방법  (2) 2007.04.17
파란닷컴 최후의 돈질  (9)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