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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다음 내부 강연

몇 주 전에 다음 내부 강연을 위한 요청이 들어왔다. 아직 연락은 못 드리고 있는데 모 회사 대표이사께서 추천을 했던 것 같다. 단순 추천 때문에 강연 요청을 한 건 아닌 듯 하고 다음에 대해 긍정적인 표현했던 것도 초청 이유가 된 듯 하다. 누구나 칭찬을 좋아한다는 예전 포스트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나도 괜히 회사 꾸리지 않고 1억 연봉은 일도 아니라는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강연 초청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또한 굉장히 부담스럽다. 초청 요청을 받고 몇 주 동안 계속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했다. 고민하다 일하고 일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아마 최근 강연 중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주 초인가 강연 내용의 인덱스를 보냈다. 인덱스 정도는 공개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오히려 주최측에서 공개되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인덱스라면.

1. Title : “Who am I?”
(NHN과 DAUM의 전략 분석을 중심으로)

2. Agenda :
A. 포털이란 무엇인가?
B. DAUM의 주적(主敵)은 누구인가?
C. 전략 분석 : NHN
D. 전략 분석 : DAUM
E. 전략 비교 : NHN vs DAUM 공통점과 차이점
F. 주적 전략 수립과 경쟁 우위 확보
G.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이번 강연은 다음에 근무하는 기획 실무자(staff)를 위한 것이다. 사실 최근 1년 사이 스탭을 위한 강연을 해 본 적이 없다. 회사 강연을 하는 경우 대개 팀장(manager)급 이상이 대상이었다. 그래서 대개의 주제는 전략적 방향 설정을 위한 것이었고 현상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판단을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다음 측에선 참가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으나 예측하기로 업력 5년 미만에 실제로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아닐까 싶다. 영리하고 기술적이며 고민이 많은 그리고 현명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2주일 가량 고민하다 나는 이번 강연의 주제를 "주적 개념의 설정"으로 잡았다. 다음의 주적 즉 극복하고 타도해야할 주된 적으로 NHN을 설정했다. 이건 굉장히 도발적인 주제이며 또한 내가 회사 생활과 컨설팅을 하며 스탭들에게 계속 요구했던 개념이기도 하다. 왜 이겨야 할 대상을 설정하지 못하는가? 아마 이 글을 내 강연을 들을 어떤 사람이 읽을 지 모르겠다. 아니, 반드시 읽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계속 쓰고 있다.

주적 개념은 전쟁을 전제한다. 전쟁은 승리하는 자와 패배하는 자가 존재한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은 없다. 그런 게 존재하면 애당초 전쟁 따위의 개념도 없다. 승리하고 싶다면 전쟁을 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주적 개념을 설립해야 한다. 주적 개념을 설립하는 것은 상대방을 괴멸시키겠다는 의지를 세우는 것이다. 협상과 설득과 반전은 없다. 단지 승리할 뿐이다. 이게 주적 개념이다. 무서운 의미다.

다음은 1등에서 2등으로 밀려났다. 한 때는 3등으로 잠깐 밀려난 적도 있다. 최초 회사를 설립했던 사람들도 떠나고, 조직원들은 분열하고, 대표 이사는 삽질을 했다. 어떤 주식 애널리스트는 다음은 이제 끝났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2006년 8월 다음은 다시 2위로 복권했고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다음 근무자도 모르고 애널리스트도 모르고 이재웅 사장도 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일부 다음 사람들이 허황된 꿈을 꾸고, 일부 다음 사람들이 서로를 힐난하고, 일부 다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암담함을 토로하는 동안 많은 다음 사람들이 현실을 받아 들이고, 많은 다음 사람들이 동지애를 발휘하고, 많은 다음 사람들이 미래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게 다음이 여전히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믿음을 잃지 않고 일했던 사람들, 바로 그들이 다음의 힘이었다. 그런 건 신문 기사에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 조직만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이 정말 1위를 다시 차지하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가 이야기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주적 개념의 설립이다. 세상살이 우습게 보지 말라는 말이다. 다음에서 일하면서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NHN으로 옮겨 가겠다는 따위의 허튼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 따위 생각으로 인맥 쌓지 말라는 소리다. 그 따위 삶을 살며 봉급 받지 말라는 소리다.

나는 다음의 몇몇 프라퍼티 기획자를 알고 있고 한 때 그들의 행태를 경멸했다. 그들 중 일부는 다음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일했다. 그것은 전쟁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총을 쏘는 것과 같다. 인간적으로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전쟁의 규칙에 맞지 않다. 전쟁은 생존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또한 이율배반적인 주장인 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또한 다음이 바로 그러한 '배려' 때문에 여전히 2위로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강연은 그런 생각을 깨 부수는 게 목적이다. 살려면 주적을 설정해라. 여기서 떠나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 친구를 배신하지 말라. 이런 이야기다.

어쨌든 나는 이번 주 목요일 강연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그들, 다음에 근무하는 스탭들이 어떤 의지와 어떤 눈매로 나와 만날지 기대하고 있다. 썩은 동태 눈깔일 지 세상을 뒤집고 싶은 빛나는 눈동자일 지 그건 며칠 후 그들을 만나보면 알 것이다. 나는 강연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알아 보러 가는 것이다. 긴장하라,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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