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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베스트 블로그, 역갤 블로그의 역습

이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김중태 원장께서 공개를 해 버렸으니 관계없게 되어 버렸다. 지난 6월 말부터 진행되어 어제 공식 결과가 발표된 "2006 블로그미니홈피 콘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다. 이 행사에 관심을 가졌던 분들은 알겠지만 네티즌 추천 상이라는 게 있었다. 게시판에 등록된 400여 개의 블로그, 미니홈피 중 사용자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블로그/미니홈피에 수여하는 상이다.

초반 이후부터 이 상을 받을 확률이 가장 높은 블로그는 "잠들 수 없는 기묘한 밤의 이야기"라는 블로그였다. 이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행사를 소개하고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콘테스트 기간 동안 상위에 위치시켰다. 이건 전혀 부당한 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대부분의 콘테스트에서 추천하는 홍보 방식이다. 어떤 콘테스트도 공식적인 홍보 행위를 추천하는 경우는 없다. 어뷰징에 대한 경고할 뿐이다. 그러나 콘테스트 자체를 알리며 어뷰징(고의적 추천 강제 행위)이 아니라면 자신의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권장한다. 콘테스트가 마감되기 전까지 이 블로그는 확고한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콘테스트 마감 며칠 전 "역갤 블로그"이라는 새로운 블로그가 등록되었고 무서운 속도로 추천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름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DCinside.com의 역사 갤러리의 일부 인원이 자발적으로 구축한 팀 블로그다.

나는 이 블로그의 존재를 심사를 끝낸 당일 저녁에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 위원회는 네티즌 추천 블로그의 심사에는 관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저녁 확인을 하는데 이런 일, 갑자기 역갤 블로그가 1위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이 블로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번 콘테스트의 주최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 날 오전 담당자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냐는 의견을 묻는 전화였다. 아마 심사 위원들에게 모두 이런 문의 전화가 갔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다음과 같이 내 의견을 정리해서 이야기했다,

"이번 콘테스트의 지원 요건에 '개인 블로그에 한한다'는 조항이 없었다면 역갤 블로그는 부정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콘테스트 시스템과 준비 과정의 헛점을 잘 이용했다고 본다. 콘테스트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게 분명하지만 논리적으로 싸운다면 역갤 블로그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본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역갤 블로그가 선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정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콘테스트의 헛점을 반성할 일이다."

그리고 통화의 마지막에 역갤 블로그가 부정 행위를 했음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정되지 않는 걸로 결정한다면 선정 기준을 임의 해석하여 발생하는 책임은 주최측이 모두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역갤 블로그 선정을 반대했던 것은 팀 블로그가 이번 콘테스트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김중태 원장이나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과정의 중요성'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나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라도 자신의 블로그에 동조하도록 하는 것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심사 위원 개인으로서 주최측의 문의에 답한 것이었지 어떤 의사 결정 권한도 없었다.

주최측이 내린 결론은 역갤 블로그가 네티즌 상을 받는 것이었다. 심사 위원의 주장과 견해가 중요하긴 하지만 콘테스트에 대해 결과론적 책임을 지는 것은 바로 주최측이다. 나는 주최측의 견해와 해석을 가장 존중한다. 개별 심사 위원 뿐만 아니라 콘테스트 참가자들도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나는 역갤과 역갤 블로그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그 구성 인원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 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규칙을 어기는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들이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면 네티즌 상을 수상한 것은 정당하다. 정당한 홍보와 자신들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네티즌 상'이라는 규칙에 맞게 홍보를 했을 뿐이다. 오히려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은 이런 것을 예측하지 못한 주최측이다. 그 이후 주최측과 통화를 하지 않았지만 아마 그들도 깊이 반성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번 콘테스트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확신하건데 내년도 콘테스트에는 올해 보다 10배 이상의 지원 블로그/미니홈피가 생길 것이다. 이 보다 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문득 2003년도 블로기 어워드와 해외에서 주최했던 또 다른 블로그 행사가 생각난다. 블로기 어워드는 국내 최초의 블로거가 자발적으로 준비한 블로그 콘테스트였다. 네이버 블로그를 주로 운영하고 있던 나는 블로기어워드에 뒤늦게 참석하여 인기상과 부문상을 동시 석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오랜 기간 블로기 어워드를 준비하던 소위 설치형 블로거들에게 난데없이 등장한 나는 매우 불쾌한 존재였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시상식 날짜를 알 지 못했고 참석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 이후에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 블로거가 개최했던 블로그 어워드에도 참석을 했는데 이 때도 갑자기 나타나 1위를 하는 바람에 꽤 문제를 일으켰다. 그 당시 나는 현재의 역갤 블로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분노를 당시 행사 참가자들에게 선사했던 것 같다. 오래 전 이야기고 나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당시의 감정을 명징하게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콘테스트로 인해 내가 신청하기 전에 1위를 하고 있던 한 한국거주 외국인과 연락을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거의 3년이 지난 후 이 친구는 내게 또 다른 도움을 주게 된다. 내가 올해 초에 썼던 "베트남 처녀 사세요"라는 기사를 이 친구가 영어로 옮겨서 해외로 배포했고, 그로 인해 몇 달 후 한국 거주 베트남인들이 공식적으로 한국정부에 항의를 하고 그것이 현재에 와서 국제 결혼과 인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첫 시작은 그리 좋은 꼴이 아니었지만 서로가 열심히 블로깅을 하다 보니 결국 서로에게 도움을 주게 되었다.

나는 이번 소동이 역갤 블로그에 대한 편견으로 고착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행사 주최 측의 미흡함으로 이런 일이 벌어 졌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는 팀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지 않았나? 그리고 매우 안타깝고 분한 마음에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잠들 수 없는 기묘한 밤의 이야기"의 주인장과 팬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역갤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도 이 콘테스트 덕분에 그대들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고 하니 그 또한 나름의 기쁨 아니겠는가. 어리둥절함과 분함, 안타까움과 위로의 마음이 공존하는 밤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블로그는 말야, 오래 끈질기게 하는 놈이 장땡이야"

기묘한 밤의 이야기든 역갤 블로그든 끊어짐 없이 계속 되길 바란다. 블로고스피어를 꽃 피우는 모범적인 예제로 끝까지 남아 있길 바란다. 이런 점잖은 소리에도 도저히 위로가 안된다면 소주 세 병 나발 불기를.

ps : DCinside.com의 역갤에서 이 글을 읽으러 오는 분들께

저는 Tracezone이라는 웹 서비스 컨설팅 그룹의 대표이며 이번 심사에 참가한 심사 위원 중 한 명입니다. 김중태 원장이 쓴 글이 널리 퍼지며 마치 제가 쓴 글은 사건에 대한 개인 의견으로 오인되는 듯 하여 미리 밝힙니다 ;-)

역갤 블로그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행한 방식은 규칙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이 프록시 서버를 이용한 IP 변경으로 어뷰징(abusing)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콘테스트 주최측에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그런 것은 없다고 합니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고 수상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단지 콘테스트 주최측과 참가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했던 많은 네티즌들에게 거북하고 어색한 반응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추천 구걸'이라는 식으로 감정적인 표현을 쓰면 콘테스트의 추천 방식을 비하할 뿐입니다. '추천 요청'입니다. 그건 콘테스트 참가자로써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당연한 홍보 형태입니다. 역갤 블로그는 그런 의미에서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해당 콘테스트와 해당 블로그에 대한 책임감있는 고민을 했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역갤 블로그가 규칙을 위반한 적도 없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DCinside.com의 역갤 사용자 여러분과 역갤 블로그의 여러분, 그리고 이번 행사에 관심을 보이신 네티즌 여러분의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나쁜 일이 결코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서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행사 주최측이 좀 더 섬세하게 운영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서 이 행사의 전반적인 부분에 관여하지 못했지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 26일 심사 위원회에서 "다음 번 행사 때는 심사 위원들이 콘테스트 최초 단계부터 관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리고 심사 위원들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번 사건을 잊지 않고 다음 번 콘테스트 때는 반드시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의견을 제시하겠습니다.

※ 제 블로그는 외부로 트랙백을 걸지 않는게 원칙입니다만 이번 경우엔 특별히 트랙백을 발동합니다. 사건이 루머가 되지 않으려면 사건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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