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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함부로 지인 운운하지 말라

언젠가는 이 말을 꼭 해야겠다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NHN과 첫눈의 인수합병 관련 기사를 읽고 뒤 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블로그에 많은 글을 쏟아 내고 있다. 장병규사장이 첫눈 블로그에 남긴 글에도 여러 개의 댓글이 붙어 있다. 자신의 소견을 밝힌 사람도 있고 비판과 격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블로고스피어에도 업계 종사자나 관련자 그 외의 사람들도 많은 글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소위 '지인' 운운하며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이다,

"내가 지인을 통해 들었는데..."
"지인을 통해 알고 있는 누구누구는..."
"그 회사에 지인이 근무하는데..."

도대체 그 '지인'이 누군지 매우 궁금하다. '지인'이라는 한자어는 우리말로는 '아는 사람'으로 풀이되지만 영어로는 'acquaintance'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친구'와 달리 '지인'은 그냥 아는 사람 정도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슈가 되는 글을 쓸 때 '지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아마도 그냥 아는 사람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지인'이라는 단어를 '정보통'이나 '정보처'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정보에 접근하기 매우 곤란한 경우 '지인' 운운은 이런 의미가 특히 강하다고 본다.

이것은 마치 기자들이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냥 자신의 의견이라고 말하라. 지인이 누군지 모르겠고, 그 지인이 해당 이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 지 확신할 수 없다면 자신의 의견이라고 말하라. 그게 훨씬 합리적이며 이해하기 쉽다. 지인이 어쩌구하는 소리를 하면 좀 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소리다. 이런게 싫다면 지인 운운하지 말고 그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밝혀라.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면 최소한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이나 그 회사를 잘 아는 지인 따위의 표현을 쓰지 말고 '작년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한 내 친구'라든가 '회사 투자 자문을 했던 벤처 캐피탈의 이사'라고 명기하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하라.

물론 어떤 사람은 지인의 이야기라고 표현함으로써 그 이야기의 출처가 자신이 아님을 명시하고 싶을 지 모른다. 근거를 확실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이야기의 출처를 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출처를 밝히는 게 아니다. 만약 출처를 밝힐 수도 없고, 지인 운운할 생각도 없다면 그냥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이라든가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로는'이라든가 '내 생각에는'이라고 말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단 한 번 만난 사람도 지인이 되고, 우연히 술자리에서 동석하여 말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인이 된다. 게다가 잘못하면 당신은 업무상 나눈 이야기를 '지인'이라는 표현으로 온라인에서 떠들어대는 이상한 인간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함부로 지인 운운하지 말라.

이건 블로그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사람과 관계를 맺는 원칙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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