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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기자와 블로거

원래 하반기 포탈 전망 분석 보고서에 "기자와 블로거"에 대한 주제가 있었다. 포탈과 신문사닷컴 정도의 제목이었는데 주요 내용은 전문 기자와 그들을 위협하는 블로거 혹은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것이었다. 내용을 작성하다 포탈의 전반적인 기조를 설명하는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서 일단 다음에 다시 작성하기로 하고 미뤘다. 상당 내용을 이미 작성한 후라 좀 아쉽긴 했지만 욕심 부리다 올해 안에 보고서를 못 낼 것 같아 욕심을 접기로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기자를 아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들이 기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내가 쓴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과민 반응을 한다고 싫어하기도 한다. 기자들 중에서도 내 글에 공감을 표하기도 하고 말하지 않지만 심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건 내가 그런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쓰는 글 중 어떤 주장을 담는 것은 "누구의 편에 설래?"라고 질문한다. 그건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다.

이전 글에도 썼듯 나는 기자를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자는 스스로를 비유할 때 호랑이나 늑대 혹은 매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나는 세상의 탁함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게 기자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카나리아가 살기 위해 지저귀는 소리를 즐거운 지저귐이라고 착각하면 결국 탄광 속의 광부가 죽는다. 또한 카나리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탁한 공기를 그냥 들이 마시고 있으면 카나리아도 죽고 광부도 죽는다. 나는 카나리아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너도 살고 나도 살기 위해 카나리아가 더 예민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자가 그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블로거가 기자의 역할을 일부 대행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완전한 대체는 기자라는 직종의 몰락을 의미한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지 몰라도 여전히 기자는 블로거와 확실히 구분되는 전문 직종이다. 기자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학문과 고뇌와 경험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언론사 입사나 신방과 입학 문제는 아니다. 기자는 어떤 직업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저널리즘의 구현체이기 때문이다. 이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며 선택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만나서 술을 마실 수 있고 골프를 칠 수 있고 여행을 갈 수 있다. 그러나 직업 기자는 그렇지 않다. 어떤 정치인과 만나서 술을 마셨다고 쇠고랑을 찰 수 있고, 어떤 경제인과 골프를 쳤다가 나라 망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며, 어떤 단체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인생이 끝장날 수도 있다. 그런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게 기자라는 전문직이다.

기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충실할 때 존경을 얻는다. 기자가 그것을 포기할 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쓰레기라는 비난을 받아 들여야 하고 기생충이라는 욕을 감내해야 한다. 아직 기자와 블로거가 차이가 있다면 그런 역할과 책임에 대한 경계선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기자들은 블로거와 비교되기엔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블로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블로거가 아무리 저널리즘에 근접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블로거일 뿐이다. 그러나 기자가 지키고 사수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기 시작하면 자신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그 자리에서 밀려나 있을 것이다. 그 자리를 블로거가 차지하든 시민 기자가 차지하든 네티즌이 차지하든 기자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블로거를 두려워하는 기자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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