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guacu ONLY

네이버는 왜 게임샘을 폐쇄했나?

지난 5월 4일 네이버 커뮤니티 서비스 공지 게시판에 "아이템 골짜기 게임샘 서비스 종료 안내"라는 짧은 공지가 떴다. 네이버 블로그, 카페를 통해 판매되던 유료 아이템의 주요 카테고리 중 웹 게임을 5월 10일 부로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다.

커뮤니티의 수익 모델 중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지되었던 것은 디지털 아이템의 판매였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로 구매할 수 있는 배경음악이나 스킨, 기능, 아이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는 2003년 후반부터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런칭한 후 2004년 8월 "아이템 골짜기"라는 디지털 아이템 판매처를 공개했다. 동시에 사이버머니인 "은화"도 함께 공개했다. 네이버는 싸이월드의 "아이템샵"과 "도토리"의 모방이라는 비판과 함께 블로그의 상업화라는 극렬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사용자들의 극렬한 반응과 별개로 인터넷 서비스 업계 내부에서는 과연 네이버가 싸이월드에 이어 디지털 아이템 판매에 성공할 것인가에 깊은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로부터 약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도록 NHN은 분기 실적 발표나 일반적인 인터뷰에서 아이템 판매액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게임샘의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나는 아이템 판매에 대한 특별한 성과 발표가 없었던 점과 네이버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네이버 측의 커뮤니티 아이템 판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들어 보기로 했다.


나는 지난 5월 4일 네이버 커뮤니티 유닛장(부서장)인 이람님에게 네이버 커뮤니티의 아이템 비즈니스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이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장문의 답신을 받을 수 있었다. 원래 몇 차례의 이메일을 주고 받을 계획이었으나 최초의 답신이 매우 상세하여 수정이나 편집없이 답변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 주 : 이람 유닛장은 답변한 의견이 단지 개인적 의견이 아님을 강조했다)


블루문 : 게임샘 서비스 종료는 아이템 골짜기의 매출 부진의 반영인가? 질문을 하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 무작위 1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게임 아이템이 노출된 블로그는 5개가 되지 않았다. 반면 배경음악 아이템은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게임샘의 경우 현저하게 판매율이 낮았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람 게임샘 서비스의 종료이유는, 게임샘이 이용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게임샘의 매출부진 때문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화폐는 가치와 등가교환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충분히 가치를 못 주었으므로 화폐가 되어 돌아오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매출은 정말 냉정하고도 중요한 지표인 것 같습니다. 이용자는 가치가 있는 것에는 기꺼이 화폐를 내놓지만 물리적/심리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으니까요.

무언가 발언하기 전에 늘 이용을 해보시던데, 아마 게임샘도 그러셨을것 같은데요. 게임샘 자체는 뮤직보다 훨씬 인터랙티브한 매개체가 없을까 하며 기획했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속는 대화 외에도 작은 이벤트, 그걸 매개로 한 웃음이나 소소한 잡담들이 있지 않겠는가 라는 것, 그러면서 <오락실> <오락기 빌려주기> 같은 것을 떠올렸구요.

그런데 이런 생각의 게임샘이 전혀 '가치가 없'었다라는 것보다는, '가치가 적었다' 혹은 서비스의 핵심에서 많이 먼 '부가적 가치'였다, '굳이 이 서비스에 없어도 큰 상관없는' 수준의 가치였다라는 것이 문제였겠죠.

생각해보면 발언과 경청, 토론과 대화를 메인으로 하는 소사이어티에서 오락성 이벤트의 가치가 부가적인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치와 화폐 사이에 잦은 등가교환이 일어나게 하도록 가격도 낮춰보고, 기간도 늘려보고, 노출도 바꿔보고, 로직도 바꿔봤지만 여전히 '이용자가 기대하는 가치'와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 사이의 간극은 컸습니다.

디지털아이템이라고 해도 이곳은 시장이고, 시장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꾸준히 잘 선택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의욕적으로 진열했지만 외면당하는 상품도 있지요. 아이템골짜기라는 곳에서 게임샘이 그랬구요.

단, 이것은 '게임' 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치가 없다기 보다는, 이런 가치를 본격적으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들이 있는데 굳이 블로그에서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게임샘은 웹생태계와 포탈의 역할이라는 각도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때의 시작이유를 말해야만 이번의 종료이유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아이템을 둘러싼 관계는 흔히 예상되는 대로 서비스제공자(네이버)와 이용자, 양자의 관계가 아니라 아이템제작자와 서비스제공자, 그리고 이용자라는 삼자의 관계입니다. (이 관계의 삼각형은 아이템을 둘러싼 여러 오해를 푸는 열쇠이며, 어쩌면 게임아이템과의 근본적 차이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노동하여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 냈지만 이용자 접점이 부족한 제작자에게 이용자와의 접점을 풍부히 연결하고 원래의 서비스와 짜임새 있는 로직을 제공해서 공급자-서비스제공자-이용자 모두가 가치를 셰어할 수는 없을까 라는 것이지요.

게임샘 역시, 게임에 열정이 있던 한 플래시게임 벤처를 만나면서 함께 구상했는데요. 그런 종류의 회사들이 '타회사에 커스터마이징 납품' 해서 이용자를 만나던 기존의 방법 말고, 직접 이용자들에게 라이트한 게임을 만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샘이란 것을 만들면서 타 서비스제공자들도 관심을 보였고 시장이 열리는 것 같았지만 역시 서비스 핵심가치와 동떨어진 부가가치에 머물면서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플래시게임 회사들에게도 좋은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그러므로 게임샘 종료의 이유는

1) 이용자에게 드리는 가치가 부족했다, 그래서
2) 가치사슬의 시작인 공급자에게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환급하지 못하게 되었다,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 :
이람 유닛장의 이야기에는 게임샘에 대한 초반기 기획 의도와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며 바뀐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네이버는 블로그(Blog)에 대해 저널리즘보다는 즐기는 도구로써 접근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이람 유닛장은 "발언과 경청, 토론과 대화를 메인으로 하는 소사이어티"라고 블로그를 정의하고 있다. 게임샘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시장 논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애당초 블로그의 특성을 미니홈피의 그것으로 재정의하여 첫 발을 잘못 디딘 것에서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블로그의 근본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양한 제작자가 참여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생성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그 또한 실패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소기의 사업 부문은 실패한 셈이지만 네이버 측에서는 블로고스피어의 특성을 깊이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손해는 아니다. 다만 의욕적으로 도전했다는 그 벤처 업체와 나머지 업체들이 성과적으로 실패의 교훈을 얻었는 지는 미지수다.


블루문 : 게임샘 서비스를 개시한 후 총 98 개의 게임이 공급되었는데 사용자에게 충분한 콘텐트 공급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이람  1번에서 설명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구요, 동어반복일 수 있지만 콘텐트의 양에 집중해서 다시 설명해보겠습니다.

전체 콘텐트의 총량도 중요하겠지만, 개개 콘텐트의 하나하나의 가치가 적으면서, 결국 총량을 만들어줄 서플라이어의 참여가 부진했던 것 같습니다.

뮤직 아이템 역시 최초에는 단 몇곡만이 배경음악으로 제공되었지만 이용자들이 기뻐하고 그것을 자신의 아이덴터티이자 취향으로 받아들이면서 등가교환되자 현재는 수십만곡의 음악이 디지타이즈 되어 확대재생산 되었습니다.

comment :
총량을 만들어 낼 서플라이어 즉, 게임 제공업체의 부족의 이유로써 개개 콘텐트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블로그라는 특성에 유료 플래시 게임(웹 게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우선하고 그 다음으로 개별 게임이 개인에게 매력적이었나는 반성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해당 게임 제공 업체들과 많은 토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를 환호하게 만들고 새로운 문화적 트랜드를 만들 계기를 찾는데 실패했을 것이다.

배경음악과 관련한 이람 유닛장의 해설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4년 음악샘이 시작될 때 공급된 음원은 단지 네이버 사용자의 환호 때문이 아니라 음원 저작권 관련 업체와 갈등이 이 시점에 일부 해결되어 포탈과 개별 음악 사이트에 정식 공급된 상황적 요인이 크다. 또한 이것은 네이버를 비롯한 포탈 서비스에 대한 불법 음원 단속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블루문 : 싸이월드의 경우 아이템 판매가 주요 캐시 플로우를 장악할 정도로 비즈니스 로직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 아이템 골짜기는 서비스 로직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하며 주 수익은 검색 비즈니스에 대한 기여에서 발생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정도의 역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좀 더 공격적인 디지탈 아이템 판매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람 정확하게 잘 보셨습니다.

네이버의 아이템은 이것을 통해 꼭 돈을 벌어야 해서 유료화되었다기 보다는, 서비스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또다른 제공자의 노동에 의해 가치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으로부터 <부분>의 가치와 화폐를 등가교환되도록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유료가 아니면 제공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나 할까요.

일러스트레이터, 픽셀디자이너, 포토그래퍼, 플래시게임개발자, 폰트디자이너.. 등등. 필요한 것을 제작하고 가치 있는 것이 선택되어 나가는 과정을 오픈하여 이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드는 것이 이용자를 위해 우리가 오더하고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았습니다.

comment :
질문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 답변이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네이버가 왜 '아이템 골짜기'를 만들었고 유지하고 있는 가에 대한 답변이 되었다. 싸이월드의 아이템 판매는 주 수익원 역할을 하지만 네이버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한 사용자 제작 콘텐트의 확보가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냐는 질문이었다. 때문에 아이템 판매와 매출에 대한 압박은 존재했겠으나 싸이월드의 경우보단 덜하지 않았느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람 유닛장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것을 외주사가 개발하는데 비용이 발생하고 그것 때문에 유료화했다고 답변하고 있다. 또한 이들과 관계를 통해 투명하고 쌍방에게 도움이 되는 마켓 플레이스를 형성할 계획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블루문 : 아이템 골짜기의 향후 발전 전략과 새로운 디지탈 콘텐트 제공 계획은 어떠한가?

이람  질문이 절묘하네요. 미래 전략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조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템골짜기는 현재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의 와중에 있습니다. 홍대앞 프리마켓, 요요기공원 플리마켓이 변화의 컨셉입니다.

서비스 변화의 이유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에 우리가 주체로 보았던 제공자-이용자의 간격이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옥션이란 서비스를 보면 4천만이 모두 셀러고 바이어인 세상이 온 것처럼. 여러 서비스들에서 디지털 아이템의 제공자와 이용자도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얼리틴(early tean)의 방과후 놀이는 포토샵이고 디지털팬시 만들기입니다. 자기가 포토샵으로 만든 시간표, 미니홈피 서명, 블로그 스킨들을 나누길 바라고 반응을 바라고.

그러므로, 만들 수 있는 모두가 만들고, 투명하게 교환, 혹은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쓰고 싶은 모두가 쓰는 방식으로 이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변경하려고 합니다.

또한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 장르 역시 열어두려고 합니다. 유저메이드 디지털 콘텐트는 무엇이라고 될 수 있고, 다양하게 제안 받을 수 있을 것 같구요. 저희도 제공하고 유저도 제공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블로그 부품 같은 것인데요. 저희가 실시간검색어 데이터를 제공해서 부품으로 장착하게 드릴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네이버 메인의 시계나 달력, 날씨을 제공하면, 그대로 블로그에 부품으로 쓰셔도 되고 아니면 또 다른 시계나 달력의 모습으로 유저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모습 같은 것..아예 무언가를 유저메이드로 만들어 플리마켓에서 교환, 판매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향후 이정도의 컨셉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갈무리 하겠습니다.


이람 유닛장은 향후 네이버 커뮤니티의 아이템 개발 전략에 대해 프리마켓 혹은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콘텐트를 팔고 살 수 있는 오픈 마켓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는 답변을 했다. 그런 전략이라면 현재 네이버 붐의 '오이깎기'의 그림 그리기 툴이나 플레이의 간단한 동영상 편집 툴은 네이버 사용자를 학습시키기 위한 도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사용자들이 네이버라는 도메인에서 놀고 즐기며 네이버가 제공한 도구에 익숙해지고 그 도구를 사용하여 '판매할만한' 콘텐트를 생산하면 낮은 수준의 콘텐트 오픈 마켓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네이버 커뮤니티의 아이템 비즈니스는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단선적으로 아이템 판매의 성과(매출) 이상의 과제가 있고 그것은 올해 상반기에 오픈된 서비스와 하반기에 계속될 네이버가 아닌 다른 웹 서비스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네이버는 이런 정책과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과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 업체와 그룹 그리고 개인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제공하려는 것은 포탈에 갖힌 솔루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탈의 과제는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