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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오늘 이글루스를 탈퇴하시겠습니까?

사건의 진행

지난 3월 초 (주)온네트의 블로그 서비스인 이글루스가 SK communications(SK컴즈)에 의해 영업양도 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리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총 거래 규모는 15억 원이었으며 기존 운영 인력을 고용 승계하고 이글루스의 원래 운영 취지를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이 이 계약에 포함되었다. 3월 하순 (주)온네트 주주총회가 끝난 후 향후 일정을 알리는 공지가 이글루스에 나타났다. 이 공지에 의하면 변화된 환경에 대해 이글루스 사용자는 오늘(2006년 4월 30일)까지 이글루스를 계속 사용할 것인 지 아니면 탈퇴를 할 것인 지 선택해야 한다.

SK컴즈와 계약이 알려진 후 가장 강력하게 반응했던 것은 물론 이글루스 사용자들이다. 이 사건에 대해 대개의 이글루(이글루스 개별 블로그)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이글루는 그렇게 돈이 궁하면 차라리 유료화를 해라, 블로그 하나 값어치가 만 오천원이냐, SK컴즈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싸이루스가 될 것이라는 등 비판과 비난을 퍼 부었다. 이러한 반응은 단지 이글루스 사용자에게 제한되지 않고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바로 여기) 전체로 확산되어 수 많은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자기 블로그의 글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탈퇴를 한 이글루도 있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고 이제 정말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회원 이탈

영업 양도에 관여했던 SK컴즈와 온네트의 관계자들은 이글루스 회원들과 다른 블로거들의 격렬한 반응에 다소 당황했던 것 같다. 비록 그런 반응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 이상의 격렬함에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 듯 하다. 온네트는 기존 공지 채널 외에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글루스 이즘'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기에 이른다. SK컴즈의 관계자들도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토론과 의견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모니터링을 했다. 물론 언론사들도 이후 변화에 대해 각종 추측과 예상 기사를 쏟아 냈다.

비상장 회사인 SK컴즈와 온네트의 경우 인터넷 여론이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웹 2.0이라는 IT 업계의 주요 이슈와 블로그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때문에 투자자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이번 사건의 여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글루스의 회원 이탈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긍정적인 평가로 여론을 이끌어 가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보도된 후 7주 간 이글루스 회원의 이탈은 어느 정도였을까? 회사 운영 기밀에 해당하는 이런 질문을 회사 관계자들에게 해 봐야 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회원 탈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지난 3월 초순 이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이글루스 가입자가 평소보다 증가했다고 한다. 사건이 보도된 후 일부 사용자를 중심으로 이글루스 탈퇴에 대한 집단적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계약은 정상적이었으며 사용자들이 집단 행동을 할만한 어떤 구체적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5월 1일 무엇이 바뀌는가?

이글루스 사용자들은 메인 페이지 가장 아랫 부분에 존재하는 아래와 같은 문구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 Copyright 2006 OnNet Co., Ltd. All rights reserved."

회사 소개와 이용 약관 등이 변경될 것이다. 5월 1일 기준으로 일단 이것 외에 바뀌는 것은 없다. 글로벌 네비게이션이 바뀔 수 있지만 천천히 이뤄질 것이다. 서비스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운영될 것이다. 정말 크게 바뀌는 것은 이글루스 사용자가 아니라 이글루스의 운영자들이다. 그 사이에 변화가 없었다면 약 11 명의 이글루스 현재 운영진은 (주)온네트에서 퇴직하고 (주)SK컴즈의 직원이 된다. 이들은 2호선 선릉역의 추억을 접고 종로구 서린동 SK 빌딩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작은 벤처 기업의 직원에서 소위 대기업의 직원이 되는 것이다. 이들의 변화는 이글루스 사용자들의 변화나 이글루스 서비스의 변화보다 훨씬 급격할 것이다.

이글루스의 운영진은 SK컴즈에서 독립팀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업양도 계약과 관련하여 이글루스 사용자와 블로거들이 우려했던 "이글루스다운 모습의 유지"를 위해 SK컴즈가 보장한 것 중 하나가 조직과 조직원의 독립성 보장이다. 한동안 이런 모습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독립된 조직이 보장된다고 하여 이글루스다운 모습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그럴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뿐이다.

이러한 운영진 개개인과 해당 조직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변화는 거의 없거나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정말 바뀌었군"이라고 토로할 정도의 변화는 빠르면 올해 여름이 지나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거나 전략이 바뀌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SK컴즈가 사용자의 반발을 무시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쑤셔 박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이글루스를 영업양수한 것이 아님을 알 필요가 있다.


기대와 우려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우려하는가? 예측과 추측은 충분히 했다.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대와 우려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야기할만한 것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1일에도 여전히 이글루스는 존재할 것이며 매일 몇 만 명이 로그온을 하여 글을 쓸 것이며 댓글을 달고 트랙백을 교환하며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쏟아낼 것이다.

가장 치열한 것은 분명 일상의 치열함이다. 온네트와 SK컴즈의 기업간 계약에 의해 어떤 변화가 발생했고 그것은 이슈이자 사건이었다. 그 이슈와 사건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했고 또한 무엇을 발견했는가? 그걸 잊지 않으면 된다. 이제 이글루스 사용자들 대부분이 그러하고 그 논의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그러하고 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상의 치열함에서 다시 변화의 시기를 준비한다.

만약 이글루스에 위치한 자신의 이글루를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생각한다면 더욱 치열하게 일상을 영위하라. 그것이야말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막을 수 있고, 기대하는 어떤 것을 현실화하는 가장 훌륭한 대안이다. 변화가 발생한 후에 소리치는 것은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수 백 개의 트랙백과 코멘트를 기억하라.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자신이라면 최소한 자신이 했던 이야기만 잊지 말라.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지금 탈퇴하자.

http://www.egloos.com/login/quit_view.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