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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NHN 이해진, "직원들 빠졌다" 질타

‘NHN 위기론’을 제기한 사람은 NHN 창업자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고 있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지난달 사내강연에서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질타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41550991&sid=01040103&nid=000&type=0)

 

이런 내용이 지난주부터 계속 기사로 나오는데요. 언론 플레이를 잘하는 NHN이 유사한 기사가 재생산되는 걸 방치하는 걸 볼 때 고의성이 보입니다. 이해진 의장이 기사에 나온 것과 같은 이야기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기사 내용만 따져보면 이해진의장이 "너희들 군기 빠졌어!"라고 닥달하는 주임원사같은 분위기니까요.
 
이해진 의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객관적인 지표가 성장세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죠. 2012년이나 2013년에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어 전년도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을 때 비로소 대처한다면 너무 늦다는 판단으로 이런 강력한 혁신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해진 의장의 회사 내부에 대한 비판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 직원들이 순식간에 "동호회 활동하듯 회사 다니는 사람"으로 매도 당하는 듯한 표현은 아쉽죠. 이해진 의장이 회사 내부에서 존경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건 들은 바 있지만 좀 더 외교적 표현을 사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NHN으로 이직한 분들 중 "좀 편하게 지내려고" 입사한 분들이 있다면 그건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의미지 놀고 먹겠다거나 동호회 활동하듯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편하다"는 의미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회사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미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해진 의장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회사의 노동 강도가 낮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판입니다. 

이해진 의장이 오해를 살만한 발언 - 일부 사례를 근거로 NHN 임직원 전체에 압박을 가하는 표현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자유로운 환경이 긍정적 역할을 하지 못함을 인정
- 강도 높은 노동 환경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이해진 의장의 발언에서 비전이 결여된 것은 아닌가 염려합니다. 누군가를 탓하며 동시에 칭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편하게 여겨지는 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닌데 그걸 문제삼는다는 건 리더십이 붕괴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진 의장의 이번 발언을 기점으로 NHN은 과거보다 더 높은 노동 강도가 상식이 되며 IT 기업의 자유로운 창의성이라는 특성이 점점 더 사라지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건 저만의 기우일까요?


한편, 오늘 아침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발언을 담은 기사가 나오자 NHN에서 근무했던 한 인물의 반박글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접속 불가 상태라 그 내용을 옮깁니다. 글을 작성한 김형준씨는 개발자로 NHN에 근무하며 분산 클라우딩 서비스와 메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했고 현재 그루터에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


----- 퍼온 글 시작 -----

내 경력에는 조기축구회 4년이 있다.

 

NHN에 근무했다는 것이 이렇게 민망할때가 그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 길에 다음 기사를 보고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해진 "편해서 네이버 왔다는 직원에 억장 무너져"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41550991&sid=0002&nid=000&ltype=1


기사를 보자마자 출근글 지하철 안이지만 한마디 적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모든 개발자라면 다 알고 있듯이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미 3D 직군입니다. 국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I 프로젝트는 짧은 납기와 적은 비용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개발자들만 죽어 나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프로젝트 수주의 열매는 영업이 가져가고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성과는 주 계약자인 SI 업체가 가져갑니다.

그렇다고 SI 업체에 있는 개발자는 좋은 환경일까요? 개발 업무를 수행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연구, 학습하기는 커녕 보고 문서 작업, 외주 업체 관리 등의 과중한 업무로 개발 코드는 쳐다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NHN의 개발 환경은 정말 "편한" 환경입니다. 서비스 오픈에 집중하여 사내 다양한 리소스(디자인, 기획, 품질 등)가 개발팀과 협업하고 있고 문서 중심의 보고 체계보다는 실무 중심의 보고 체계로 개발자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삼성에 있다가 NHN으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NHN이 훨씬 편했습니다. 여기서 편했다는 의미는 몸이 편했다는 것이 아니라 개발 환경이 편하고 치열하게 조직내/외부에서 경쟁했던 과거에 비해 조직 문화가 좋아서 편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직원은 말그대로 편하게 지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부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전체 직원, 개발자들을 한낱 조기축구회로 만들어 버리는 경영진을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넷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에 경영진은 무엇을 했습니까? 모바일 붐을 일으키려는 그 시기에 모바일 센터를 없애고, 메신저 서버스가 모바일에서 킬러 서비스가 되려는 시작의 시기에 네이버 폰 서비스를 없애는 등은 누구의 잘못인가요? 일본 검색 시장 진출에 대한 성과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리 위기이고 직원들이 이 위기를 공감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영진이 수천명의 직원을 조기축구회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언급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위기라면 설사 경영진이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경영진의 무능함을 먼저 사과하고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여 직원들과 위기를 공유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서비스의 일정이 지연되는 것이 모두 직장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직원(개발자)의 잘못일까요?

NHN에 근무하는 중에 지금 새롭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하려고 하는 졸업생이 너무 부족하여 어렵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왜 부족할까요? 좋은 근무 환경(어떻게 보면 편한)의 직장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공부했으면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을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NHN의 지금과 같은 상황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업무 강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의 NHN은 임직원 수를 보면 이미 대기업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벤처 시절의 긴장과 업무 강도는 성공했을 때 그 성과를 모두 다 가져갈 수 있다는 벤처 회사만의 특징이었을 겁니다. 지금의 구성원은 자기가 아무리 밤새워 일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거는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성과금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의 노력이 내 윗선에 인정을 받았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립니다. 이런 대기업적인 조직환경에서 벤처 시대의 긴장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요? 현재의 NHN은 일상적인 관리 문화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 조직과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경영진의 숙제인것이고요. 그것을 개발자 또는 임직원의 나태나 긴장감 부족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 커져 버리지 않았을까요?

 NHN에는 많은 우수한 개발자가 있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들도 많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또 나오셨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애초에 근무 시간이나 근무 강도는 의미가 안되었습니다. 개발자의 생산성은 얼마나 자리에 않아 있고 야근을 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기 주도적으로 했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NHN 환경은 개발자에게 그냥 늦게까지 야근만 하다가 가는 그런 무의미한 시간 보내기 활동만하는 것이 평가에 더 좋은 그런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회사에서 개발자는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일까요?  1. 그냥 회사에서 시간 뭉개고 자기 개발이나 한다. 2.그냥 딴데 간다.(이런 개발자는 주로 잘하는 개발자일 가능성이...)
이런것을 원하신건가요?

그리고 야근을 강요하고 계시는데 이것은 엄연한 노동법 위반입니다. 야근을 원하시면 정당한 급여에 비례한 야근 수당을 주고 야근을 시켜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개발자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퇴근하면서도 배포된 프로그램 장애가 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자면서도 문자메시지 오면 벌떡 일어나서 모니터 쳐다 보고 있습니다.
위기라면 자신의 잘못을 먼저 살펴보고 직원들을 다독거리고 공감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리더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