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위기론’을 제기한 사람은 NHN 창업자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고 있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지난달 사내강연에서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질타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41550991&sid=01040103&nid=000&type=0)
NHN에 근무했다는 것이 이렇게 민망할때가 그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 길에 다음 기사를 보고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해진 "편해서 네이버 왔다는 직원에 억장 무너져"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41550991&sid=0002&nid=000<ype=1
기사를 보자마자 출근글 지하철 안이지만 한마디 적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모든 개발자라면 다 알고 있듯이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미 3D 직군입니다. 국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I 프로젝트는 짧은 납기와 적은 비용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개발자들만 죽어 나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프로젝트 수주의 열매는 영업이 가져가고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성과는 주 계약자인 SI 업체가 가져갑니다.
그렇다고 SI 업체에 있는 개발자는 좋은 환경일까요? 개발 업무를 수행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연구, 학습하기는 커녕 보고 문서 작업, 외주 업체 관리 등의 과중한 업무로 개발 코드는 쳐다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NHN의 개발 환경은 정말 "편한" 환경입니다. 서비스 오픈에 집중하여 사내 다양한 리소스(디자인, 기획, 품질 등)가 개발팀과 협업하고 있고 문서 중심의 보고 체계보다는 실무 중심의 보고 체계로 개발자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삼성에 있다가 NHN으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NHN이 훨씬 편했습니다. 여기서 편했다는 의미는 몸이 편했다는 것이 아니라 개발 환경이 편하고 치열하게 조직내/외부에서 경쟁했던 과거에 비해 조직 문화가 좋아서 편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직원은 말그대로 편하게 지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부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전체 직원, 개발자들을 한낱 조기축구회로 만들어 버리는 경영진을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넷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에 경영진은 무엇을 했습니까? 모바일 붐을 일으키려는 그 시기에 모바일 센터를 없애고, 메신저 서버스가 모바일에서 킬러 서비스가 되려는 시작의 시기에 네이버 폰 서비스를 없애는 등은 누구의 잘못인가요? 일본 검색 시장 진출에 대한 성과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리 위기이고 직원들이 이 위기를 공감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영진이 수천명의 직원을 조기축구회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언급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위기라면 설사 경영진이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경영진의 무능함을 먼저 사과하고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여 직원들과 위기를 공유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서비스의 일정이 지연되는 것이 모두 직장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직원(개발자)의 잘못일까요?
NHN에 근무하는 중에 지금 새롭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하려고 하는 졸업생이 너무 부족하여 어렵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왜 부족할까요? 좋은 근무 환경(어떻게 보면 편한)의 직장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공부했으면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을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NHN의 지금과 같은 상황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업무 강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의 NHN은 임직원 수를 보면 이미 대기업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벤처 시절의 긴장과 업무 강도는 성공했을 때 그 성과를 모두 다 가져갈 수 있다는 벤처 회사만의 특징이었을 겁니다. 지금의 구성원은 자기가 아무리 밤새워 일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거는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성과금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의 노력이 내 윗선에 인정을 받았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립니다. 이런 대기업적인 조직환경에서 벤처 시대의 긴장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요? 현재의 NHN은 일상적인 관리 문화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 조직과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경영진의 숙제인것이고요. 그것을 개발자 또는 임직원의 나태나 긴장감 부족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 커져 버리지 않았을까요?
NHN에는 많은 우수한 개발자가 있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들도 많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또 나오셨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애초에 근무 시간이나 근무 강도는 의미가 안되었습니다. 개발자의 생산성은 얼마나 자리에 않아 있고 야근을 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기 주도적으로 했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NHN 환경은 개발자에게 그냥 늦게까지 야근만 하다가 가는 그런 무의미한 시간 보내기 활동만하는 것이 평가에 더 좋은 그런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회사에서 개발자는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일까요? 1. 그냥 회사에서 시간 뭉개고 자기 개발이나 한다. 2.그냥 딴데 간다.(이런 개발자는 주로 잘하는 개발자일 가능성이...)
이런것을 원하신건가요?
그리고 야근을 강요하고 계시는데 이것은 엄연한 노동법 위반입니다. 야근을 원하시면 정당한 급여에 비례한 야근 수당을 주고 야근을 시켜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개발자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퇴근하면서도 배포된 프로그램 장애가 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자면서도 문자메시지 오면 벌떡 일어나서 모니터 쳐다 보고 있습니다.
위기라면 자신의 잘못을 먼저 살펴보고 직원들을 다독거리고 공감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리더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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