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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그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조직에 남아있는 한 사람들은 계속 떠납니다." 


최근 LG의 휴대폰 사업 부문에서 주요 인력들이 대거 회사를 이탈했다는 기사에 붙은 코멘트다. 정말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다. 관련 기사에는 LG가 조직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와 임금 상승이라는 카드를 사용했지만 조직원들은 무심하게 계속 조직을 떠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LG 휴대폰 사업 부문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이 기사에 붙은 하나의 댓글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시리다. 떠나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떠난 사람들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인가?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관련 기사에 또 다른 댓글이 마음 아프게 한다,

"썩은 사과는 박스 아래에 있어서 안 보이지만 일단 하나의 썩은 사과가 생기면 주변 사과가 급속히 썩어간다."

LG가 잘라 낸 사람, 혹은 LG에서 떠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정작 문제는 그 아래에 혹은 위에 숨어 있는 썩은 사과가 아닌가. 이 글을 쓰던 중 사람들이 LG를 떠나는 또 다른 이유를 발견했다. 


임직원 야영-무박행군-합숙… LG “돌격 앞으로”

최근 LG전자는 경기 평택시 생산공장 근처에 ‘스마트 원’이라는 합숙 연구시설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재기하겠다는 일념으로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 100여 명을 돌아가며 합숙시키고 있는 것. 이 밖에 LG전자 MC사업본부는 출근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8시로 앞당기고, 연구원들의 복장도 자유복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했다.


문득 영화 <넘버 3>에서 대장을 따라 자장면만 먹으며 산 속에서 합숙 훈련하던 깡패들이 "울고 싶은 놈, 빰 때리네."라며 포장마차를 쑥대밭으로 만들던 장면이 생각난다. LG 경영진이 생각이 없어서 합숙을 종용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건 회사와 함께 어려움을 견디려는 사람의 의지조차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한편, 내가 즐겨 찾는 모 게시판에는 "2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개발만 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회사를 떠나려는데 이마저 상사의 거부로 쉽지 않습니다."라는 하소연 글이 올라와 있다. 댓글에 "혹시 그 회사?"라는 글이 여럿 붙어 있고 글쓴이도 인정을 하고 있다. LG는 사람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2014년 1월 추가 자료 :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지속적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