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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네이버 샵N을 씹는 사람들

NHN이 <샵N>이라는 브랜드로 오픈 마켓에 진출했다. 한국에 수 많은 오픈 마켓이 있지만 상위 3개 기업을 제외하면 근근히 생존하는 정도다. 그나마 옥션과 G마켓은 (주)이베이코리아의 동일 법인이니 특성화 오픈 마켓을 제외하면 국내 대표 오픈마켓은 "옥션/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정도다. 인터파크를 제외한 3개 기업이 전체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NHN이 <샵N>으로 본격적으로 오픈 마켓에 진입했다. 언론이 앞장서고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그런데 여러 기사와 개인이 올린 의견을 찾아 보니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NHN과 같은 대기업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여 중소 기업 시장까지 다 먹어 치운다.
2) 중소 기업이나 개인 판매자는 샵N에도 광고를 해야 하니 결국 비용 증가만 초래한다.



1)의 문제 제기는 논할 가치도 없다고 본다. 이건 마치 "NHN은 삼성 거라던데?"라는 루머를 아직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다. NHN이 삼성처럼 부동산 투기에 사카린 밀수까지 하며 부를 세습한 것도 아닌데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오픈 마켓에 진출하는 것이 무슨 문어발식 사업 확장인가? 한국 검색 시장, 검색 광고 시장에서 독과점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과 합법적인 사업 확장을 연계하려는 것은 억지를 넘어 NHN에 대한 피해망상이 아닌가 싶다. 정말 NHN을 걸고 넘어지고 싶으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그러했듯 '반독점 조항 위반'을 이유로 본격적으로 싸워 보는 게 낫지 않나. 

2)의 문제 제기는 기존 오픈 마켓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이다. 분명 추가 광고비 지출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추가 매출 발생은 생각하지 않는가? 만약 기존 오픈 마켓과 함께 샵N에 광고를 했을 때 효과가 적거나 반대로 샵N이 훨씬 효과적이라면 광고비 지출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판매자들은 매출이 적은 쪽에 광고를 적게 하게 될 것이다.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판매자들이 아니라 옥션/G마켓, 11번가와 같은 기존 오픈 마켓 서비스 공급자들이다. 왜 판매자들이 나서서 사업자들 땅따먹기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는지 의문이다. SSM과 샵N을 비슷하게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어떤 보도 기사에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의 말을 빌어 "안 그래도 네이버가 트래픽을 다 차지하고 있는데 샵N까지 열게 되면 중소형 쇼핑몰은 다 망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그 쇼핑몰이 망하는 이유는 상품 가치와 서비스 가치가 낮기 때문이지 네이버 때문은 아니다. 혹시 그 쇼핑몰이 네이버에 부속품 납품을 하고 6개월 짜리 어음을 받는다면 모를까. 심지어 어떤 쇼핑몰 운영자는 "네이버가 샵N으로 트래픽을 독점하면 엄청난 수수료로 인해 중소 쇼핑몰이 망한다."고 단언한다. 그 쇼핑몰은 포털 광고 외에는 마케팅 방안이 없나? 네이버가 트래픽을 장악하면 광고비와 수수료에 의해 중소 쇼핑몰이 망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네이버를 온라인의 이마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에게 3차원을 설명하는 느낌이다.


NHN의 포탈 서비스인 네이버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예쁘고 깔끔하고 최신식 설비가 갖추어진 거대한 화장실 같다. 아무리 화장실이 좋아도 거기서 밥 해 먹고 친구들 초대해서 파티하기엔 적절치 않다. 그러니 구글이 구축한 공간적 제한이 없어 보이는 놀이터가 훨씬 멋져 보인다. 구글의 생태계가 네이버의 생태계보다 이상적으로 보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구글의 생태계도 잘 따져 보면 아주 거대한 화장실이다. 구글이 NGO 단체도 아니고 개인의 기부로 운영되는 위키피디어도 아닌데 구글 뭐 좋아서 자선 단체와 같은 짓을 하겠는가? 다만 그들이 만든 서비스와 구조와 그것을 즐기는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NHN을 비판할 때 균형을 잃는 모습을 자주 본다. NHN이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력이 있는 어떤 회사를 인수하면 '될성 부른 싹을 자르는 것'이고 구글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 '열린 생태계를 위한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기 막힐 때가 많다. 답답한 마음이 있지만 또 다른 생각도 한다, "야, NHN 정말 잘 컸구나. 구글이랑 비교 당하니 말이다." 문제가 있는 점은 분명히 지적해야 하지만 비판의 근거는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샵N>이 법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서비스인가? 경제적으로 어떤 집단의 희생을 밑거름 삼고 있는가?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만든 서비스인가? 서비스의 기술적 수준이 조악하여 사용할 수 조차 없는가? 서비스 약관이나 상품 구성이 불공정한가? 그런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궁금한 건 그것이다. 혹시 그저 NHN이라 그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