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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태블릿PC가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는가?

매우 개인적인 의견.

오랫동안 노트북을 이용해 왔지만 최근 태블릿 PC로 갈아 탈까 고민 중이다. 빠른 부팅 속도와 휴대성이 훨씬 좋고 확장성이나 저장 공간의 문제도 이제 그럭저럭 해결되는 것 같다. 다만 입력 도구의 문제가 있는데 조그만 휴대용 키보드를 들고 다니면 되니 문제될 것은 없다. 특히 조만간 국내에도 판매될 아이패드의 고퀄러티 디스플레이는 노트북 대신 태블릿PC를 선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듯 하다. 결국 다음 번 내 구매 목록은 얇고 성능이 뛰어난 노트북이 아니라 태블릿PC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몇 가지 태블릿PC가 불만족스러운 측면이 있다.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노트북에 뒤지지 않지만 나처럼 오랜 시간 글을 쓰는 경우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바라는 것은 돌돌 말리며 약간의 키감이 보장되는 키보드가 나오는 것인데 아직 그런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한 가지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인데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보강될 것이니 걱정할 바는 아닌 듯 하다. 결국 태블릿PC를 구매하게 되어도 여전히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은 데스크톱PC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텐데, 보안상 문제 때문에 아마 데스크톱PC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파일 서버 정도의 기능이라면 FTP 서버로도 충분하다. 데스크톱PC의 남아도는 저장공간을 버리기엔 아까우니까.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태블릿PC를 바깥으로 들고 다니는 빈도가 늘어나면 나 또한 다른 웹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게 될 것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접근성을 버려두고 개인이 고집스럽게 데스크톱PC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용하는 것은 꽤 고달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은 노트북이 대중적으로 퍼질 때도 똑같이 예측했던 일이다. 그런데 왜 태블릿PC가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비슷한 상상을 하게 되는 걸까? 노트북PC(랩톱)는 패션너블하지 않다. 반면 태블릿PC는 패셔너블하다. 노트북PC 중 가장 패셔너블했던 것은 내가 지금 사용 중인 맥북이 아닐까 한다. 그 전에 바이오와 같은 브랜드도 있었지만 맥북 화이트와 같은 패션을 만들지 못했다. 이 노트북을 사고 얼마되지 않아 고객사에 프리젠테이션을 하러 간 적 있는데 노트북을 켜자 다들 "와..."하며 신기해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사람들은 맥북을 기능 때문에 사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미지를 소비했다. 아니, 맥북은 뛰어난 기능과 플랫폼 확장성이라는 기본 요소 말고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패션을 제공했다. 

이런 현상이 태블릿PC가 확산되는 과정에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이 제품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적절한 서비스가 적었고 특히 같은 회사에서 나온 아이폰과 맥북 에어에 훨씬 관심이 많았다. 이 둘이 아이패드보다 훨씬 멋있었다. 아이패드2가 나왔을 때 몇 번 써 봤는데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겐 오래되었지만 멋진 맥북이 있으니까. 그런데 뉴아이패드 혹은 아이패드3가 나올 즈음 내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멋진 맥북은 잘 동작하고 있지만 배터리가 터져 버렸고, 그나마 새로운 배터리를 사려면 20만 원 가까이 한다. 새로운 배터리를 살 바에야 차라리 노트북을 새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뉴아이패드는 내가 맥북을 쓰는 이유 중 하나인 '멋진 해상도'를 제공한다. 처음으로 새로운 노트북과 아이패드 혹은 태블릿PC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카페의 맞은 편에 앉은 여성은 아이패드2로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있다. 가끔 그 위에 종이를 꺼내 놓고 메모를 하기도 한다. 그녀는 처음부터 태블릿PC를 들고 다녔을까? 아니면 노트북을 들고 다니다 이것으로 바꾼걸까? 태블릿PC를 가진 사람 중 노트북 또한 갖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그들은 이 둘을 어떤 용도로 이용할까? 그리고 오래지 않아 더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책상 위에 두고 태블릿PC를 들고 다니게 될까? 그 시절이 와도 여전히 폼나는 노트북 - 어둠 속에서 사과 로고가 하얗게 빛나는 맥북이나 표창으로 던져도 될 것 같은 맥북 에어 -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궁금함에 대한 답을 보게 될 것 같다.



리서치 기관인 ChangeWave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기업 이용자 1천64명을 대상으로 다음 분기 태블릿PC 구매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84%가 아이패드를 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다음 분기에 태블릿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율은 22%였다. 이 중 84%가 아이패드에 관심을 보인 셈이다. 


ps : 이 글과 같은 방식을 자기 분석이라고 하는데 멘탈 모델링(mental modeling)과 같은 리서치에서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어떤 변화가 눈에 보일 때 과거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우선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곰곰히 살펴 보는 방법입니다.

pc : 퍼스널 컴퓨터, IBM사의 PC, 정치적으로 옳은, 인권이 고려된, 차별적 편견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