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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이스트소프트의 개그 블로그

http://insideblog.estsoft.co.kr/

이스트소프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이스트소프트와 그들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루머와 오해를 본격적으로 풀겠다고 만든 블로그다. 만든 의도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이다. 유머라고 올린 포스트를 보니...


제목 : 이스트소프트 개발자는 개발을 발로 한다?



저런 포스트에 사람들이 웃을 것이라 생각한건지 아니면 하도 발로 개발하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울컥하는 마음에 올린 건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방식의 유머를 구사했다는 것이다. 센스가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유머가 아니라면 더 우스운 일이고.

이스트소프트가 자사에 대한 루머 혹은 사용자들의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저 입다물고 있거나 뜬금없이 검색에 걸린 블로그에 가서 댓글로 이런 저런 사연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이 블로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 운영되고 있다.

첫째,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싣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인용하거나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그저 "~라고 하더라"는 주제에 대해 해설하려고 한다. 그런 식의 해설은 이미 언론 보도자료나 컨퍼런스에서 하고 있지 않나. 불만을 자신의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린 사용자의 글을 직접 인용하고 그에 대해 풀어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말하는 '오해'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못한다. 최근에 이 블로그에 올라온 '알백 루머'에 대한 글을 보면 이런 저런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링크나 인용없이 언급하며 자신들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에 대해 주장을 반복할 뿐이다. 이런 건 해설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내뱉는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다. 내가 알기로 알백은 시스템을 백업한 후 30일 이후 복구를 할 때 6,6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다른 소프트웨어처럼 무료인 줄 알고 마음 놓고 사용했다 나중에 복구를 하려니 결제를 해야 하는 것이 기막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이스트소프트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대답은 "유료 결제가 됨을 더 명확히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주절주절 떠들어 댈 필요없이 그렇게 대답하고 나머지 이야기를 하면 될텐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잔뜩 하고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않는다.


이스트소프트가 최초 알집과 같은 작은 유틸리티를 만들며 시작할 즈음 불거진 문제와 시간이 많이 흐른 시점에서 사용자들이 말하는 문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는 여러가지 문제 중 대부분은 그들도 답답할 정도로 루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식의 포스트는 지금까지 쓴 것으로 충분하다. 그들이 블로그를 통해 해야 할 것은 사용자들의 오해를 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정성과 기술력과 이스트소프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늦었지만 이제는 진실을 이야기하겠다"는 식의 태도라면 이 블로그는 없애는 게 낫다. 

이스트소프트 블로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소음조차 아름답게 듣는다"가 되어야 한다. 이스트소프트 블로그는 엉뚱하게 "루머에 대해 제대로 해설하고 사람들의 오해를 풀며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블로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의 블로그 전략이면 이름을 inside... 어쩌구라고 지을 게 아니라 "truth of estsoft"라고 정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누가 그 'truth'를 인정할 지 모르겠지만.  


글을 다 쓰고 우연히 아볼라컴퍼니에서 일하는 PR 담당인 꼬날님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게 되었다. 이스트소프트도 아볼라컴퍼니도 범주와 규모가 다르지만 end user를 향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고 사용자의 선택이 새로운 사용자를 불러 오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꼬날님과 같은 기업 PR 담당자가 다양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도구(SNS가 대부분이지만)를 기업 구성원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해설하는 게 궁금해서 읽어 봤다. 결론은... 너무 어렵다. 직관적으로 해설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거창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 '전략'은 단순해야 한다. 전략은 당위여야 하며 모호함을 없애는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mini communications의 전략은 너무 복잡하다. 한 마디로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의 즐거움을 공유하자"와 같이 짧고 단순해야 한다.


 ps :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와 '가볍게 이야기하기'를 잘 구분하는 사람이 이 블로그를 운영했으면 한다. "이스트소프트는 개발을 발로 하냐?"는 비난 섞인 소리에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데?"라고 대답하고 그걸 보고 웃길 바라는 유머 코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글쓰기를 맡기는 게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