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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기업의 블로그 평판 관리

오랜만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로그온했는데 이런 내용의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블루문님 안녕하세요?
**닷컴 B**입니다.

한국내에서 SEM을 진행하는데 있어 블루문님께서 **닷컴에 대해 부정적으로 업데이트 하신글이 계속해서 노출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닷컴 관련 글을 삭제해 주실 수 있는지요?

감사합니다!


 SEM(Search Engine Marketing)을 하고 있는데 내 글이 상위에 나오니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오래 전에 쓴 글이 네이버에서 이 회사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상위에 나오고 그 내용이 부정적이니 삭제해 달라는 말이다. 그런데 당시에 나는 부정적 의도로 그 글을 쓴 바 없는데 이런 반응을 갑자기 보이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해외 법인인 이 회사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걸까? 몇 년 전에 쓴 내 글이 아직 상위에 노출되고 있다니 말이다.

'절대 삭제 못하겠다'고 답신을 하려다 혹시나 다른 블로거에게도 이런 식의 메시지를 보냈는 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이 회사 이름으로 검색되는 블로그를 하나씩 방문해 보고 몇몇에게 "혹시 저와 같은 내용의 쪽지를 받았는 지" 질문을 보냈다. 어제 답신이 왔는데 한 명은 똑같은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이 쓴 글을 삭제해 버렸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설득이나 협력을 요청하기도 하고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회유든 협박이든 부정적 견해를 더 이상 설파하지 않도록 입을 다물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검색 엔진이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딱히 대응할만한 방법이 없다. 해당 기업으로 검색했을 때 상위 결과물이 기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하고 있다면 그것을 없애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법률에 위배되거나 검색 결과물의 정확도가 낮다고 확인되지 않는다면 검색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다. 공정성의 유지와 검색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임의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색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런 류의 "우리 기업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바꿔 주시오" 요청에 대해 대개 2가지 방안을 알려 준다. 알려 준다기 보다는 하도 귀찮게 하니 슬쩍 일러 준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첫째, 해당 키워드(기업의 이름이나 상품 등)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뒤로 밀리도록 보다 긍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도모한다.

둘째, 부정적 콘텐츠를 삭제해서 링크가 사라지면 검색 엔진도 이 콘텐츠를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니 그 사람에게 삭제를 요청하거나 법률의 힘을 빌어 삭제할 수도 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첫번째 방법보다 손쉬운 두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자가 보다 즉시적인 해결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에 대한 글 삭제 요청은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글 삭제 요청 자체를 대중에게 공개시켜 버리고 그로 인해 기업은 더 큰 망신을 당하고 어이없게도 그 기업에 대한 검색 결과에 '새로운 부정적인 결과'가 하나 더 나타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물론 대개의 경우 별 생각없이 해당 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다가 블로그 글 삭제 요청 혹은 협박을 받은 개인 혹은 블로거들은 화들짝 놀라서 글을 삭제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그 한 명의 미래 고객이 해당 기업에 대해 지울 수 없는 부정적 견해를 갖게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은 아마도 그 기업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글을 삭제하도록 요청했던 그 순간을 떠올릴 것이며 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개인 특히 블로그의 부정적인 글을 발견했을 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서 가장 마지막 순위가 "삭제 요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삭제 요청 혹은 협박을 서슴지 않는 것은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하나의 글은 하나의 인격이며 그 글 뒤에는 사람이 있다. "삭제 요청"이란 인격에 대한 도전이며 사람에 대한 공격이다. 그저 하나의 글을 삭제하여 검색 결과에 긍정적 결과만 나오게 만들기 위해 인격과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일까?

몇 년 전 한 기업의 홍보 담당자가 자사 신상품의 검색 결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블로거가 있는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나는 이런 제안을 했다,

"일단 그 블로거에게 공손하고 겸손한 어법으로 사과의 메일을 보내세요. 회사의 상품에 대해 조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며 기념품을 보내세요. 그리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연락할테니 연락처를 알려 달하고 하세요. 반드시 새 상품이 나왔을 때 그 사람을 초대하세요."

물론 그 블로거를 무시해도 제품 판매에 큰 지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블로거가 특종을 터뜨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 견해 또한 지속적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 블로거가 신제품의 문제를 기업에 알려 주기 전에 특종을 터뜨린다면 정말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일어나지 않을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블로거를 대하라는 말이다. 다행히 홍보 담당자는 내 충고를 따랐고 그 블로거와 좋은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 블로거는 여전히 해당 제품에 대해 쓴소리를 아까지 않고 있지만 그것은 기업에게 파괴적인 행동이 아니라 시의적절한 충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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