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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결코 볼 수 없을 네이버 블로그 시즌2

2006년 후반 네이버 블로그 팀은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 2(season 2)를 공개하며 네이버 블로그의 환골탈태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네이버 블로그는 시즌 2에서 두번째 에피소드인 스마트 에디터를 2007년 7월 발표한 이후 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앞으로 네이버 블로그 시즌 2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네이버 블로그 시즌2의 끝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초에 네이버 블로그 시즌2에 대한 사용자 간담회를 할 때 슬쩍 참여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만나야 할 사람인 것 같아 담당 부서장과 수인사를 했지만 괜히 사람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발표 내용만 듣고 자리를 떠났다. 시즌 2의 4가지 에피소드 중 2단계까지 들었을 때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3단계와 4단계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와 같다. 1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NHN이 약속했던 네이버 시즌 2의 3번째와 4번째 에피소드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3번째와 4번째 이야기했던 에피소드 중 내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 본 것은 "네이버에서 외부 광고를 쓸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네이버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를 붙일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네이버 플랫폼의 개방을 의미한다. 나는 당시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다. 플랫폼의 개방은 일개 블로그 기획 운영 부서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 생각했고 대중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면 - 보도 자료도 많이 나왔다 - C레벨(경영진)에서 네이버 플랫폼을 개방하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에피소드 1단계와 2단계는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의 질적 개선 정도였기 때문에 국내 웹 생태계에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3단계와 4단계는 네이버가 국내 웹 생태계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1년이 지나도록 3단계와 4단계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초, 블로그 사용자 간담회에서 네이버 블로그의 전략을 들으며 나는 3단계와 4단계가 매우 전략적으로 제안된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NHN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사와 인터넷콘텐츠협회를 위시한 콘텐츠 제작자로부터 심대한 공격을 받고 있을 즈음이었다. 2007년 12월의 대통령 선거에 이명박 현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가 존재할 즈음이었다. NHN으로서는 그 불편한 압박 상황에서 무슨 수를 쓰든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NHN은 대통령 선거든 뭐든 관계할 필요없이 주주들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었고 10조원 대의 주가 총액을 유지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해외 사업에 대한 발판을 보다 굳건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마당에 국내 주요 언론사와 콘텐츠 공급자들이 NHN을 주적으로 간주하며 공격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NHN 입장에서는 자사가 독점적 기업이 아니라 한국 인터넷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발표된 것이 그나마 부담이 덜 한 네이버 블로그의 시즌2의 주요 전략이다.

네이버 블로그 시즌2의 4개 에피소드 중 내가 가장 관심 가졌던 것은 4번째 에피소드에서 제안되었던 "외부 광고 모델의 도입"이다. 즉 네이버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를 붙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네이버가 이것을 받아 들였다면 지금쯤 네이버 블로그에서 하루에 몇 십만원의 광고 매출을 일으키는 블로그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검색 광고 매출에서 구글 코리아가 갖는 위치나 오버추어, 다음 애드클릭스가 갖는 매출 비중이 늘어났을 것이다. NHN이 이것을 받아 들일 수 있었을까? 2007년 초반에 네이버 블로그 팀의 전략을 들으며 '
결코 실현할 수 없는 전략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 것은 나뿐이었을까?

당시 나는 네이버 블로그 팀의 원대한 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네이버 블로그가 변화하면 NHN의 포털 플랫폼이 개방되는 것이고 결국 네이버라는 포털 사업은 큰 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변화가 한국 웹 서비스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 네이버 서비스에 대한 응원을 많이 한 편이었다. 그러나 NHN은 본질적인 변화인 3단계와 4단계를 진행하지 않고 1년 넘게 변화를 멈추고 있다. 결국 나는 NHN의 블로그 시즌 2가 기만적인 대안에 다름 없었다고 판단한다.


만약 NHN이 2006년 후반부터 2007년 중반까지 진행된 네이버 블로그 시즌 2를 그들이 약속한 것처럼 완료했다면 어떠했을까? 몇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분명한 것은 네이버가 지금처럼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최근 NHN 최휘영 대표가 <오픈 캐스트>를 통해 미디어가 스스로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발표를 들으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최휘영 대표는 뭔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원하는 것은 네이버 안에서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네이버가 갖고 있는 미디어 지배권을 돌려 받고 싶은 것이다. 최휘영 대표는 미디어와 네이버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고 그런 관점에서 미디어사와 협력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노력은 처참한 실패로 끝날 것이다. 차라리 다음처럼 싸움을 끝까지 하고 그 결과는 사용자에게 맡기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최휘영 대표가 선택한 방식은 미디어사와 화해하는 것이었다. 네이버가 미디어사의 공격에 대해 과거 "검색 결과를 아웃 링크로 구현"하는 것과 같이 미디어사의 요구에 대해 미흡한 대처를 계속하는 것은 최휘영 대표의 태생적 한계에 근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업 경영자나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이었다면 미디어사와 갈등을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 해결했을 것이다.


NHN이 포털 서비스인 네이버에 대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한 가지 뿐이다. 그들의 플랫폼(platform)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자신이 SKT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네이버는 대기업으로서 SKT와 가끔 비교되곤 한다. 두 회사 모두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고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SKT는 사업적인 독점적 지위 뿐만 아니라 각종 법률적 보장을 받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독점적 지위를 스스로 만들어 왔고 법률적 지위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SKT가 이동통신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보장 받는 법률이 10개라면 NHN은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 더 나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 대한 규제 법률 제정 요청이 있었고 조만간 검색사업자법률과 같은 것이 제정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NHN은 포털 사업 부문에서 지금과 같은 미디어사와 협력 관계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어서는 안된다. 그런 믿음은 결국 네이버 서비스 때문에 NHN의 모든 사업 영역이 도태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NHN이 네이버라는 포털 사업 부문에서 선택해야 할 길은 단 한 가지다. 지금까지 성공 모델이라고 믿었던 폐쇄적 플랫폼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이다. NHN을 만들었던 이해진 의장과 이제는 회사를 떠난 김범수 전 대표의 비전은 옳았다. 1990년도 후반에 한국에서 검색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고 한국어로 검색될만한 콘텐츠가 매우 적었던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포털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2008년 상황에서 한국의 콘텐츠, 한국어로 된 콘텐츠의 숫자는 어떤가? 10년 전에 비해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황이다. 만약 네이버가 자사의 검색 플랫폼과 블로그, 카페 플랫폼을 공개하고 누구든 그 플랫폼을 이용하여 사업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검색사업자법률과 같은 몇 개 포털을 겨냥한 법률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 다음 주에 한 토론회에서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다 NHN의 네이버 서비스에 대한 고민에 글을 썼다. 지금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네이버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하지만 어디 그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고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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