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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웹기획자의 정체성

책을 쓰며 웹기획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을 하고 있다. 곧 나오게 될 책의 처음 부분은 아마도 "웹 기획의 구분과 정의"가 언급될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웹 기획의 업무에 대해 구분한 것을 마인드 맵으로 표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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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웹기획과 관련한 서적을 보면 웹기획자의 정체성에 대해 그리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업무상 웹기획을 하게 된 사람과 사업을 위해 웹기획을 하게 된 사람, 혹은 호기심에 의해 웹기획을 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별 다른 논의없이 '웹기획자'라는 이름으로 공동의 목표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위 그림에서 설명하듯 고용상태와 정체성, 주관적요인 그리고 조직이라는 4개 범주로 웹 기획자의 정체성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의 경우 사장이 직접 웹기획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회사가 안정화되었을 때 웹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뽑기도 한다. 이럴 때 웹기획자에게 필요로 하는 역량과 이미 안정화된 큰 기업에 취업한 사람이 웹기획자로 발탁되었을 때 필요로 하는 역량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만약 스스로 독특한 웹서비스를 만들어 창업을 하고 싶다면 또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모든 웹기획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런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역량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야 '웹기획자는 수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웹기획을 할 수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 다만 무엇을 위한 웹기획이며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웹기획자는 다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변신하기도 한다. 이게 흥미로운 점이다. 그런 사람이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변화없이 그냥 웹기획의 단순한 업무에 매진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존재'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질문을 달리 해 보자, "모든 웹기획자가 똑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는가?"

웹기획의 첫 출발은 자신(me)이 되어야 한다. "왜 나는 지금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처음 질문을 해야 하고 그 다음은 "이런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연간 매출 1조원의 웹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 회사가 좀 더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더 똑똑해졌으면 좋겠고 연봉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 모두 "웹기획자"라고 스스로 부른다하여 모두가 "똑같은 웹기획자"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웹기획자라는 전문적 업무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업종이 매우 적다는 현실 때문이다. 회사 웹 페이지 하나 없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웹은 광범위하게 일상 속에 퍼져 있지만 실제로 웹기획자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 여러가지 업무에 종사하며 그 중 하나로 웹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업에서 일을 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문제점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웹기획자가 수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이런 착각을 한다.

웹기획은 '웹'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모든 조직에 필요한 기본 소양이다. 그러나 웹기획자는 기본 소양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이 되어야 한다. 아직 웹기획자는 전문직이 아니다. 웹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일상에 관여하다보니 웹기획자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논의없이 업무와 업무의 결과에 너무 집중하는 느낌이다. 웹의 넓고 얕은 현실을 한탄할 일이 아니라 그런 걸 느꼈으면 나부터 제 할 바를 하면 된다. 웹기획자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글 몇 줄로 끝날 일은 아니지만 이런 논의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고민하는 다른 웹기획자들에게 작은 도움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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