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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애플리케이션의 존재 이유

모든 문서 작성을 엑셀(Microsoft Excel)로 끝장 내는 사람을 안다. 심지어 회사 약도까지 엑셀로 그릴 정도로 그 사람은 엑셀 다루기에 능수능란하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그 뛰어난 능력 때문에 그는 회사의 주요 문서 포맷 작성자로 선정되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모든 문서가 엑셀로 작성되었다는 정도다. 별 문제 아니다. 회사 임직원 대부분은 엑셀로 작성된 문서에 적응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고 실제로 적응했다. 정말 문제는 내가 그 회사에 들어 갔을 때 그런 문서가 너무 너무 싫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엑셀은 그것에 적절한 문서에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부류였다.

처음엔 엑셀로 작성된 문서 포맷을 사용했지만 조금씩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문서 포맷을 변화시켰다. 어떤 경우엔 파워포인트를 썼고 또 다른 경우엔 html이나 pdf로 작성한 문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몇 개월이 흐른 후 회사에서 사용하는 문서 포맷은 다양화되었고 각 부서 별로 자신들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믿었다. 이 시점에서 그 엑셀의 달인은 상당한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양한 정품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문제도 이야기했고, 불필요하게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학습하는데 소요되는 학습 비용에 대한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불만을 태연하게 무시했다.

환경과 상황에 가장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하는 것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응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면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 집 앞 작은 텃밭을 갈 때는 호미를 쓸 수 있지만 10마지기 밭이라면 트랙터를 쓰는 게 낫다. 다들 안다고 생각하지만 주위를 둘러 보면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로 애플리케이션을 비능률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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