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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웹 2.0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거부한 이유

어제 오후에 한 회사의 이사가 전화를 했다. 7월 하반기에 웹 2.0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의 한 주제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이사는 내가 웹 2.0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견지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때문에 이번 웹 2.0 컨퍼런스는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것이라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매우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내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다.

"제게 컨퍼런스 강연을 요청한 것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웹 2.0에 대하여 비판적인 이야기를 계속했던 것을 아시는데 제게 이런 제안을 하신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만약 웹 2.0에 대해 개별 회사나 단체가 강의 요청을 했다면 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컨퍼런스는 분명 귀사가 주제로 삼고 있는 어떤 것의 일부입니다. 저는 그 주제의 일부로써, 혹은 반론자나 대안으로써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제가 어떤 의미로 이 컨퍼런스에 참석하더라도 제가 블로그를 통해 그 동안 웹 2.0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을 읽고 참조했던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제가 웹 2.0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그 컨퍼런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궁극적으로 웹 2.0을 주창하는 그룹에 대해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꽤 긴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대략 이런 논조의 이야기를 했고 내게 제안을 했던 모 회사의 이사는 내 의견을 존중하며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나는 국내에서 웹 2.0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 그것의 허구성과 기만성 그리고 무의미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나는 웹 2.0에 대한 대부분의 막연한 논의가 웹 비즈니스에 대한 역사적 무지함에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위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사람들이 웹 2.0 논의에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그것을 설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험자로서 비참한 자멸감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웹 2.0이라는 이식된 논제에 그토록 흥분하고 몰입하며 심지어 광분하는가? 자신들은 객관적이며 논리적이며 또한 냉정하게 대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웹 2.0 컨퍼런스에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왔고 그것도 모자라 앵콜 공연까지 한 것이 정말 웹 2.0에 대한 진실한 궁금증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당신들이야말로 골수까지 진실을 기만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당신들이 중심에서 웹 2.0에 대해 떠들어 댔고 그것을 들은 IT 업계의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 든 것 아닌가. 그들에게 당신들은 무엇을 주었는가? 그리고 지금에 와서 웹 2.0에는 기술의 혁신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또 다른 주장을 하지 않는가. 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고 이제와서 그런 이슈에 몰입하여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다. 양심이 있다면 그 따위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웹 2.0은 팀 오레일리가 떠들어대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던 어떤 문제에 대한 종합 정리판이었다. 그것을 미국의 한 출판업자가 개념정의를 했을 뿐이다. 이 출판업자는 웹 2.0 이후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 웹 2.0의 문제점에 대해 뒤늦게 주워 듣고 고민했던 사람들이 그 고민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 따로, 그것에 환호하는 사람 따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따로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어디 있는가? 말을 하고 문제를 제기했으면 그 책임 또한 가장 무게있게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던가!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 웹 2.0과 관련한 공식적인 컨퍼런스 따위엔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업체나 단체, 개인이 요구하는 모임에는 거리낌없이 참석할 것이다. 나는 웹 2.0의 허튼 논의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했다. 나는 그 비판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당신이 웹 2.0에 대해 내게 묻고 싶다면 언제든 개별적인 강의나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 나는 단지 IT 업계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웹 2.0의 헛소리에 대해 책임질 의무를 느낀다. 그게 내가 컨퍼런스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개별적인 강의에 응하는 이유다. 나는 내가 아는 한계, 내가 한 말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당신들 또한 그런 책임을 질 것이라 믿는다,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