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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집단지성과 네이버 지식in

이 이야기를 하면서, James Surowiecki가 집단지성이 구현되기 위한 조건으로써 당시의 시장이 충족시켰던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그것은, 의견의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 및 집합(aggregation; Borkardo에서는 이건 빼먹으셨네요)이라는 것이다 (p. 10).

이야기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돌리자면 (방향이라는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위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모델은 절대로 집단지성을 제대로 활용하는 모델이 아니다. 들은 말로는, 네이버 지식인이 인기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다원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설명하자면,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영화를 보고, 모든 초등학생은 같은 숙제를 하고,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를 풀고, 모든 사람이 같은 과제에 집중하고 모든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모든 사람이 같은 연예인을 찾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네이버의 검색어 제시(정확히 뭐라고 하나?)가 아주 말이 되는 시스템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찾고 있다면 전문 서퍼가 나서서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총대를 메고 정답을 찾아 주는 것도 아주 말이 된다.

그렇지만, 이건 집단지성의 특성 가운데 별로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다양성도 없고, 독립성도 없고, 분산화되지도 않는다. 집합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뭐, 어차피 결론을 내려고 쓰는 것도 아닌데...
(from : 집단지성이 있다면 왜 우리는 정치에서는 멍청한 판단을 하는가?)

인용을 좀 길게 했다. 네이버의 지식in과 집단 지성(집단 지능이든 뭐든)에 대한 담론은 상당히 많이 나와 있고 인용한 글도 그 논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굳이 이 글을 인용한 것은 내용 중 한국이 다원 사회가 아니라는 부분 때문이다. 다원 사회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따라 말은 다르겠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뉴스를 포함한 정보의 배포와 공유에 있어서 매우 밀집된 상황이다.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것이고 포탈은 이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그런데 단지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이 다원 사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고도화된 정보 유통망이 이미 확보된 한국의 경우 그 때문에 더욱 다원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문화적 현상이나 공교육 시스템을 근거로 다원성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그것을 근거로 네이버 지식in은 한국 사회에나 적절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 그렇다면 인구나 지역적으로 다원성이 있다고 말하는 어떤 비교 집단 혹은 국가의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이다. 구글이나 야후가 지식in 류의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네이버 지식in의 인기를 사회의 다원성이라는 필터로 접근한 것은 꽤 흥미롭다. 그러나 그것은 인프라와 시스템을 문화적 통찰로 이해하려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개연성은 있지만 증명되지 않았고 충분한 설명이 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용한 글은 글쓴이 스스로 이야기하듯 다양한 견해라는 측면이라면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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