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평가 시스템

식당과 음식에 대한 평가를 자주 보곤 한다. 많은 평가는 처음 다녀 온 느낌이다. 다른 사람은 많이 방문한 후 느낌을 적기도 한다. 새로운 식당이나 음식을 접하고 싶을 때 나는 후자를 많이 참조한다. 첫 느낌의 좋고 나쁨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날 유난히 서비스가 좋지 않았거나 음식의 질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때문에 좋은 식당과 음식을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평가를 참조할 경우 자주, 오래 다닌 사람의 이야기를 참조한다.

좋은 식당이라면 언제든 기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라는 것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한 번 가 본 사람의 평가는 자주 오랜 시간 방문한 사람의 평가보다 더 깊이 참조할 수 있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그 식당을 자주 방문한 사람이라면 완벽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분명히 마음에 드는 어떤 요소가 있을 것이다. 좋은 평가를 하는 면이 분명히 있을텐데 그런 평가를 읽는 사람은 글을 쓴 사람이 무엇을 좋게 평가하는 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신은 식당의 서비스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평가를 한 사람은 서비스 보다는 음식 자체의 맛을 중요시했고 그래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추천만 집중하여 그 음식점을 찾아갔을 때 나는 실망할 지 모른다.

맛을 조금 더 구분하자면 나는 담백하고 신 맛을 좋아하는데 식당의 음식을 평가한 사람은 달콤하고 매운 맛을 좋아 했을 수 있다. 그런데 평가자는 자신의 이런 맛에 대한 취향을 말하지 않고 그냥 내 입맛에 맞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평가만 참조하여 식당을 방문했다면 또 다른 실망을 할 수 있다.

평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을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많은 음식이나 식당 관련 평가 웹 사이트가 서비스, 맛, 가격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별 점을 주곤 한다. 이런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주관성의 오류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평가에 참여할수록 다양성을 포괄하게 되어 평균적 평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일반적 예측도 포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평가 기준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독특한 입맛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평균적 평가는 오히려 혼란으로 다가 온다.

보다 고급화된 평가 시스템은 다수의 평가에 의존하여 하향 평준화된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가자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며 선험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이 정보가 자신과 얼마나 근접한 가에 대해 비교한 후 평가 결과를 섭취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연봉 6천 만원 ~ 8천 만원 수준의 2000cc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식당을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다 현실적인 평가 시스템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평가 기준을 매우 협소하며 주관적이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기준이 더욱 실제적이다. 고급화된 평가 시스템은 식당과 음식의 접근성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연봉 3천 만원에 빚만 1억 원인 사람도 20만 원짜리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식당과 음식에 대해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평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계층화된 혹은 개별 요구에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도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거를 속이다  (0) 2006.04.23
스파이웨어 배포를 막기 위해  (0) 2006.04.23
구글 책 본문 검색, Google Book  (0) 2006.04.22
네이버 역사  (2) 2006.04.21
콘텐츠가 블루오션  (1) 200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