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성 민주화 사건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고찰

오늘 종일 시크릿 전효성의 '민주화' 관련 발언으로 시끄럽습니다. 전효성 까는 글이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 있는 내용이라 잡설 좀 글적입니다. 

전효성이 오늘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등장한 지 약 4시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키워드 마케팅 업계에게 이런 종류의 키워드는 아주 아주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많은 중소 업체 및 그들과 연계된 개인들이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기반한 상위 검색 결과 노출 작업을 합니다. 이걸 자기네 언어로 SEO 라고 합니다. Search Engine Optimization의 약자죠.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고객의 웹 페이지 혹은 고객이 원하는 검색 결과를 노출시켜준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위해 수많은 블로그,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자동 검색해서 갑자기 뜨는 키워드가 있으면 해당 키워드에 맞게 페이지를 제작하여 검색 결과 상위에 위치하도록 작업을 합니다.

 

이 작업의 대상이 되는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동으로 생성되는 웹 페이지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물론 그 숫자에는 사람들이 직접 생성하는 웹 페이지와 그걸 스크랩하는 숫자도 포함됩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자동 웹 페이지 숫자보다 사람들이 만드는 숫자가 훨씬 많고 그래서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자동 생성 웹 페이지'가 만들어집니다. 

기계(자동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이슈 키워드에 따른 웹 페이지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 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숫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동 생성된 웹 페이지가 걸러지지 않고 온라인 여론으로 직접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조금 다른 범주의 이야기지만 선거 기간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트윗을 무한 리트윗하거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무한 제작하거나 블로그에 똑같은 내용의 글을 조금 수정해서 무한 작성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게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칠까요? 이성적으로 볼 때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영향을 끼칩니다. 이들은 바로 기계가 생성하는 페이지와 같은 영향을 웹 생태계 전체에 끼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짓을 하는 분들을 멍청이라고 부르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멍청한 짓이 실제로 영향을 끼칩니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은 웹 페이지를 수집하며 이런 식의 '비인간적인 데이터'를 걸러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는 처참할 정도입니다. 그나마 사용자들이 'fake page'를 직접 신고하고, 검색 엔진이 다양한 알고리듬으로 이런 가짜 페이지를 걸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짜 웹 페이지는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시간이 지나며 실제 해당 검색어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줄어들지만 그들이 쓴 글을 복사해서 자동으로 페이지를 생성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동작합니다.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은 그런 페이지에 접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들과 함께 전효성이라는 키워드에 얽힌 이야기도 웹에 역사로 남아 있게 되죠. 뻘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예전에 '사람이 쓴 글' 인증 프로그램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블로그든 뭐든 웹에 남을만한 글을 쓸 때 '이건 사람이 직접 쓴 글입니다'라는 인증을 주는 간단한 웹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 거죠. 그런 제안을 했다 개솔 말라고 폭풍 까였는데 - 그것도 내가 돈주고 고용한 애들한테 - 생각해보니 그들의 반론이 정답이었습니다. 당시 직원들의 반론은 이랬습니다, "사람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글들도 인증을 해요?".

 

하지만 요즘은 자동 생성 페이지가 너무 많다보니 어쨌든 정말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핫 키워드가 뜰 때마다 "때릴수록 커지는 악취 덩어리"처럼 점점 늘어나는 자동 생성 페이지를 볼 때마다 이건 뭔가 사람 인증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