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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네이버 뉴스 캐스트와 광고

며칠 전 <미디어오늘>은 <IT 동아>의 마케팅 문서를 근거로 네이버 뉴스 캐스트를 통해 홍보성 기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광고 상품을 팔고 있다고 고발했다.


포털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걸리는 기사는 기본 수십만 건의 트래픽 증가를 유도하는 창구로 통하면서 홍보성 기사나 콘텐츠를 일정시간 걸어주는 대가로 언론사들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행태가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고백(?)을 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파워블로거들이 제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받았는데 정작 언론들도 뒤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심한 행태를 저질러 왔다는 이야기다.

홍보성 기사는 특히 낚시성 제목과 노골적인 제품 홍보 내용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깎고, 전체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언론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263


이런 행태는 조중동의 특이점은 아니다. 몇몇 양심적인 세일즈와 저널리즘의 공존을 도모하는 미디어를 제외한 대부분 이번 기사에서 언급한 <IT 동아>과 같은 조건 즉 포털에 어떤 식으로 노출되는 조건으로 자사 광고 상품을 팔고 있다.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고 있는 언론사의 세일즈 키트 (marketing sales kit)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오래전부터 "우리 뉴스가 포털에 노출된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부각시켜왔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 했다는 IT 동아의 마케팅 문서가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디어오늘>의 고발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독자라면 이 고발 기사에서 사실과 주장을 걸러 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미디어오늘이 주장하는 바를 살펴 보자.


- 기사는 광고가 아니다

- 광고는 기사가 아니다

- 광고와 기사는 구분해야 한다

- 광고인 기사는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거창한 말로 하자면 '미디어 중립성''자본 독립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것은 미디어에 대한 비판 미디어인 <미디어오늘>의 입장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것은 주장이다. 많은 저널리스트나 미디어 종사자나 연구자들이 공감하는 주장이지 사실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기사 중 대부분은 광고이며 광고와 기사를 엄격히 구분하기 매우 힘든 게 현실이다. 

반면 <미디어오늘>이 주장하는 것 중 사실도 있다. IT 동아를 비롯한 많은 미디어가 "우리 기사가 포털에 실리고 그것을 통해 상품과 회사를 홍보할 수 있다"고 광고주에게 말하지만 정작 그런 종류의 기사에 "이것은 협찬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는 발견할 수 없다. 작년 이슈가 된 블로거 공동구매 사건 이후 많은 리뷰, 공동구매 블로거들이 블로그 포스트에 "이 포스트는 협찬을 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넣는 것과 대조적이다. 

 

IT 동아를 비롯한 미디어들이 네이버의 뉴스 캐스트 혹은 포털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여 광고주를 홍보하는 상품을 파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또한 그들이 광고주의 협찬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고 이것을 널리 퍼뜨리는 것도 잘못이 아니다. 네이버가 각종 미디어에게 포털 메인 섹션을 내 준 이유 중 하나가 수익의 공유도 있으니 네이버가 이런 행태를 막을 이유도 없다. 다만 미디어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잣대를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광고주의 협찬을 받아 작성한 기사를 포털 메인에 노출했다면 그 기사의 하단에 "이 기사는 광고주의 협찬으로 작성된 것입니다."라고 써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지 않겠는가. 

주장과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기 힘든 미디어와 광고주의 관계를 인정한다면 미디어의 중립성을 막연히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또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게 뉴스 캐스트에 대한 검열 조건을 강화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네이버가 뉴스 캐스트라는 섹션을 미디어에게 줄 때 걸었던 조건을 미디어 스스로 어긴 데 더 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스스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음에도 그들은 스스로 규칙을 어기고 편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고 뉴스 캐스트에 대한 검열 조건을 강화한다면 미디어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뻔하기 때문에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네이버가 나서면 미디어는 "어디서 포털이 또 폐악질이냐!"고 소리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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