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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기획의 기본, 자기 반성 능력

심리학 용어 중 'meta-cognition'이라는 것이 있는데 '자기 반성 능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방이나 사물과 비교하여 자신을 되돌아 보는 능력을 말한다. 또 다른 말로는 '자아 성찰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자기 반성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반성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특히 안정적 지위나 훌륭한 직장, 멋진 업무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반성 능력의 상실하지 않기 위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린 환경이나 극한의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환경 자체가 '자기 반성'을 자꾸 하게 만든다. 물론 대개의 경우는 자기 반성이 아니라 투덜거림이지만.

대개의 큰 기업의 CEO나 고위직들은 주변에 많은 조언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특수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간절히 주변의 조언자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게 될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사회적 성취도가 클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주변의 조언을 듣기 보다는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관철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자신의 생각을 잘 읽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스스로 이룰 것을 다 이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 주변의 조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설령 조언을 받았더라도 자신의 생각대로 관철시켰을 때 성공했다면 더욱 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커지게 된다. 결국 더욱 더 자기 반성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과 같다. 기획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것은 치명적인 독이다. 국내 유명 포털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경영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내게 자사 블로그 서비스의 미래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몇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에 내가 동의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에게 나는 자신에게 조언을 해 주는 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었겠지만 나는 그가 이미 자기 반성 능력을 상실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고객'이나 '사용자'를 주어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우리는'이라는 주어를 자주 사용했다. 이미 그 지점부터 그는 자기 반성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그 회사는 블로그 서비스로 승부하기에는 이미 '고객'이나 '사용자'의 인지 부조화가 너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영자는 자신의 과거 승리 경험에 기초하여 현재를 파악하고 있었고 더 이상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자기 반성 능력은 기획을 하려는 사람에게 '아이디어의 화수분'과 같다. 이 능력을 보존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항상 새롭고, 나 또한 항상 새롭다. 반면 자기 반성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과거의 승리에 묻혀 서서히 끓어 오르는 비이커 속의 개구리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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