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상상도 못했던 일

"2008년, 당신이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이 확실시 될 때 인터넷 어디에서 본 문장이다. 그리고 2008년 9월 현재.







요즘 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좌파, 우파'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정말 그런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워낙 이 두 개의 단어가 자주 나오다 보니 대체할 단어를 찾기 힘들다.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나라당과 그 추종 세력 특히 뉴라이트같은 보수 단체들은 본격적으로 '좌파'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좌파 정권'이라고 표현하기 시자했다. 이 단어는 더욱 확대되더니 최근에 와서 "교과서의 좌파적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건 정치적, 사회적 문제라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웹 서비스를 분석하며 사용자들을 좌파와 우파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네이버 뉴스의 댓글을 장악하고 있는 우파 성향의 사용자들과 미디어다음 뉴스의 댓글을 장악하고 있는 좌파 성향을 사용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두 포털 웹 사이트는 지난 촛불 정국 이후로 누가 봐도 구분될 정도로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구분되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네이버가 싫어서 다음으로 갔다고 하고, 또 다른 일부 사용자는 다음이 싫어 네이버로 갔다고 한다. 유유상종이라고 내 주변에서 네이버의 뉴스 댓글이 싫어 다음으로 갔다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 다른 정치적 성향의 사람들은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거의 20여년 전 대학에서 학생 운동을 한답시고 까불고 다닐 때도 '좌파', '우파' 따위의 표현은 정치학이나 사회학 교수들이나 내 뱉는 단어였다. 시민민주주의나 시민혁명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이 좌우논쟁을 벌이곤 했지만 당시 현실적 표현은 "좌경용공"과 "반통일군부독재"였다. 그러니까 현실 민주 투쟁에서 흔히 쓰였던 표현인 "빨갱이를 몰아내자"와 "독재정권 타도하자"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포털의 뉴스 댓글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표현을 너무 흔하게 본다. 정치인들도 그렇고 심지어 공중파와 같은 매스미디어도 이런 표현을 흔하게 쓴다.

대학에서 좌파와 우파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내게는 최근의 '좌파', '우파'라는 표현이 너무나 낯설다. 좌파와 우파는 당파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좌파'라고 부를 때 그 의미는 너무나 다르다. 정치적 좌파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경제 한 번 살리겠다고 뽑은 이명박 대통령을 몰아 내자고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촛불 들고 멀쩡한 미국소를 광우병 소로 몰아대는 MBC 피디수첩의 거짓말에 놀아나는 북한에 가서 함께 굶어 죽어 마땅한 빨갱이 좀비들."

반면 어떤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우파'라고 부를 때 정치적으로 보수적 당파성을 지향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병신들



2008년 한국에서 '좌파', '우파'라는 표현이 난무할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1997년 1월 1일부터 2007년 12월 18일까지 네이버 뉴스에 저장된 기사 중 '좌파'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기사는 모두 27,608건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면 2007년 12월 19일부터 2008년 9월 18일까지 네이버로 보내 온 뉴스에 포함된 기사 중 '좌파'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9,682건이었다. 10년 동안 사용한 '좌파'라는 단어 총합의 1/3을 지난 10달 간 미디어에서 사용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12월 19일은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었다. 경제 대통령을 뽑은 줄 알았던 사람들조차 당황하고 있는 요즘이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준호의 2000안타  (1) 2008.09.20
블로그코리아, 어처구니없는 회원 가입 기능  (3) 2008.09.19
보도 자료와 속임수 통계  (7) 2008.09.18
술자리 면접  (10) 2008.09.15
약관 동의를 위한 체크 버튼  (4) 2008.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