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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빈과 네이버

해피빈은 네이버의 물적, 인적 지원을 통해 설립되고 사회적 기부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공익 재단이다. 나는 해피빈과 3년 전부터 관계를 맺었고 몇 차례 강연과 컨설팅을 한 바 있다. 해피빈(happybean)은 행복한 콩이라는 의미고, '콩 한 알도 나눠 먹으면 행복하다'는 속담에서 브랜드가 유래한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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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빈과 네이버의 관계는 본 이야기와 관계 없으므로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해피빈은 분명 네이버가 많은 인적, 물적 지원을 했지만 아름다운 재단이라는 기부 사회 단체가 주축이 되었고 해피빈의 주요한 인력들도 네이버에서 떠나 해피빈으로 이적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해피빈은 네이버의 사회 사업이지만 그 보다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 기부 네트워크'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내가 해피빈으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았던 것은 '블로그 강연' 때문이었다. 해피빈은 온라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블로그를 통해 각종 단체들이 더 많은 기부자들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3년 전에 내게 연락을 했다. 이후에 여러 차례 해피빈 종사자들과 만나며 강연과 컨설팅을 했다. 수 많은 질문과 대답 중 오늘 공개할 이야기는 "해피빈과 네이버"에 대한 것이다.

3년 전 쯤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해피빈은 포털 네이버를 통해 기부 프로모션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이 때 '콩 기부'라는 개념이 나왔다. 포털 네이버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피빈을 홍보하고 이메일이나 해피빈의 여러 단체의 블로그 방문을 통해 기부를 활성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내게 이런 계획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을 했다. 당시 이런 서비스를 기획했던 아름다운 재단의 기획자와 네이버의 기획자와 함께 여러 차례 토론을 했다. 당시 해피빈 관계자들은 '콩 기부'라는 이슈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포털 네이버의 방문자가 워낙 많으니 소기의 성과는 있겠지만 해피빈이 '한국의 대표 기부 네트워크'로 성장하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언급한 세부적인 이유는 밝힐 수 없다. 아름다운 재단 자체의 한계도 있었고 네이버에서 해피빈으로 오신 분들의 한계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노력에 대한 인정과 현실적 평가는 다른 것 같다. 내가 기억하기로 최초 해피빈의 네이버를 통한 '콩 기부'는 기대했던 정도의 성과 뿐이었다. 네이버의 트래픽이라면 몇 억이 모여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몇 백만 원을 모으기도 힘든 게 현실이었다. 지금도 해피빈의 콩 모으기 이벤트는 계속되고 있다. 가끔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홍보 베너가 뜨기도 한다. 그러나 물어 보자, 이런 이벤트가 존재하는지 당신은 알고 있었나? 이 이벤트에 참가해 본 적 있는가? 아니, 해피빈이 존재하는 지 알고 있었나?


첫번 째 '콩 모으기' 이벤트가 있은 후 기획자들과 컨설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때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만약 이 제안을 네이버가 받아 들인다면 해피빈은 정말 '한국 최고의 기부 네트워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내 제안을 듣고 해피빈 관계자들은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나는 다시 이야기했다, "그걸 관철 시키면 네이버는 정말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라고. 여전히 이것은 관철되지 않고 있다. 2년 전 내가 제안한 것은 이것이다,

"네이버의 검색어에 대한 수익 공유를 요구하십시오. 네이버의 검색어 수익의 일부를 해피빈으로 돌리라고 이야기하고, 그 검색어에 대한 재판매 권한을 해피빈에게 달라고 하십시오."


나는 이 말을 하고 나서 곧 바로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는 절대 이 조건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겁니다. 자본가가 자신의 자본을 공유하겠습니까? 하지만 제안을 해야 합니다.": 어떤 말이냐면 "기부"라는 키워드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해피빈으로 돌려 달라고 협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100개의 - 더 많이 주면 좋고 - 키워드에 대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해피빈으로 돌린다면 네이버는 정말 해피빈을 위해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설프게 한 해에 몇 억 원 기부하지 말고 해피빈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내가 이런 제안을 할 때 단지 키워드 광고 수익을 해피빈으로 돌리는 정도의 생각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해피빈이 기부와 관련한 키워드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면 그 권한을 국내의 수 많은 기부 단체에게 재판매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네이버가 구축한 "검색 키워드 광고 시장"의 일부를 해피빈에게 기부하고 해피빈은 그런 "자산"을 기초로 국내의 수 많은 기부 단체들에게 또 다른 수익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허무맹랑했나? 그래서 해피빈은 지금까지 네이버 안에서 저렇게 네이버 사용자에게 기부를 종용하는 이벤트만 하고 있나? 네이버가 정말 해피빈을 기부 네트워크로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 자산을 나눠줬어야 한다. 나눠 받은 자산을 해피빈이 더 크게 키우고 그 자산을 다시 국내의 많은 기부 단체들이 갖는 형태가 되었어야 한다. 내가 2년 전에 이런 제안을 했을 때 미래에는 - 그러니까 현재 - 이런 환경이 되기를 꿈꾸었다. 어느 지방에 있는 기부 단체가 그 동네 모텔 사장을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장님 네이버에 키워드 광고 한달에 100만원 하신다면서요? 저희 기부 단체를 통해 키워드 광고를 하세요. 100만원은 저희에게 기부가 되고 종합 소득세 신고하실 때 100% 기부금으로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어요."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했을 즈음 오버추어라는 온라인 광고 업체가 네이버, 해피빈과 함께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한 바 있다. '콩 모으기'라는 기부 금액을 오버추어에서 대신 내 주기로 한 것이다. 아마 1억인가 2억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내가 제안했던 것은 이런 큰 기업의 기부가 아니었다. 이런 기업은 해피빈이 아니더라도 기부할 곳도 많고 엄청나게 많은 회사로부터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는 해피빈이 비록 네이버라는 포털 기업에서 시작했지만 그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희망과 비전을 듣고 그런 식으로 대기업이나 이미 돈 잘 벌고 있는 기업과 제휴하는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십시일반의 문화가 해피빈을 통해 퍼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이버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을 해피빈에게 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이버는 국내의 수백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의 키워드 광고를 통해 돈을 벌고 있지 않나? 나는 네이버가 돈을 번 바로 그 업체들이 다시 해피빈이라는 기부 단체를 통해 사회로 이익을 환원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는 아직 네이버가 '독점 포털'이나 '닫힌 생태계' 따위의 욕을 먹기 직전이었다.

네이버와 많은 비교가 되는 북미의 검색 회사인 구글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블로거 아사달님은 "구글 검색 쓸 때마다 숲이 살아난다"라는 제목의 글을 하나 올렸다. 이 글의 내용은 간단하다. 한 기부 단체가 구글 검색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 사이트를 통해 검색할 때마다 숲을 살리기 위한 기부금이 적립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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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년 전에 제안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관점이다. 만약 네이버가 한 해에 몇 억 원 해피빈에 기부하는 대신, 몇 명의 네이버 사람을 파견하거나 도움을 주는 대신 이런 '자립 모델'을 제공한다면 어떨까? 네이버의 검색 광고와 키워드 일부를 해피빈에게 '기부'하면 어떨까? 돈이 아니라 자산을 줘 버리면 어떨까?

그렇게 하는데 누가 네이버에게 '포털 독점'이라고 소리칠 수 있을까? 누가 '검색 사업자법'을 만들어 포털을 규제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누가 '신문법 개정'해서 포털에서 뉴스를 다 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네이버는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위치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것을 내 놓아도 네이버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없다면 네이버가 해피빈과 같은 조직에 기부를 하고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하루 수천만원의 광고 영역을 제공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재미있지 않나? 네이버의 기부 단체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부 단체, 시민 단체들은 여전히 네이버를 미워한다. 돈 내고 욕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