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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해리포터식 면접의 기술

Inuit님이 자신이 면접하는 기술을 해리포터 소설 식으로 풀어서 이야기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면접






해리포터 시리즈를 광적으로 읽다가 4편을 기점으로 더 이상 읽지 않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성장 드라마도 아니고... 애들 이야기를 읽기엔 더 이상 내 상상력이 글쓴이의 의중을 읽는데 훨씬 흥미로워한다는 걸 알게 된 결과다. 게다가 나는 톨킨의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관과 마법, 환상계의 논리를 더 흥미롭게 생각해서 해리포터에 몰입할 바에야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을 읽는 게 더 감성을 자극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Inuit님이 면접자들에게 시전한 마법 기술은 나도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다. 파셀통그를 제외한다면 나 또한 그 마법의 기술을 모두 쓰고 있다. 아... 아니다. 나도 다른 입장에서 파셀통그를 쓰고 있다. 기획자를 뽑을 때 나는 사회과학적 용어나 통계적 용어로 질문을 해서 면접자가 그것에 대해 어떤 언어로 대답하는지 본다. 혹은 엔터테인먼트나 문학적 용어로 질문하기도 한다. Inuit님은 그것을 영어와 같은 다른 문명의 언어로 말했지만 나는 다른 학습의 용어로 질문한다. 아마도 그 차이는 업무와 직종, 사업 영역의 차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면접자가 어떤 다른 영역의 학습이 충분한가 확인하는 파셀통크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것 같다.

Inuit님이 언급한 면접에 사용하는 마법의 기술 외에 내가 쓰는 또 다른 기술이 있다. 해리포터식으로 비유할 수 없기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 제목으로 비유한다.

1. 살인의 추억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분명히 문제의 이유가 그것임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방법이 자신에게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했느냐고 묻는다. 대개의 면접자는 이 질문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이 질문은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과 자신에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2. 록키 6

이제 근육 대신 보톡스만 가득한 실베스터 스텔론의 6번째 록키 시리즈인 <록키 발보아>. 2006년 미국에서 개봉했지만 죽을 쒔다.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록키 시리즈는 1990년에 개봉한 5번째도 있다. 어쨌든 이 질문은 경력자에게 주로 하는 질문이다. 특히 5년차 이상의 기획자와 면접을 할 때 록키 6에 대한 질문을 한다. "당신은 창의적이고 성과적인 기획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 그 경력이 되도록 창업하지 않고 또 다른 직장을 구하는가?" 이 질문의 포스(force)는 록키 6를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의 실베스터 스텔론에 대한 비난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질문은 왜 경력도 많고 화려하고 훌륭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또 직장인이 되려 하냐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면접자의 입장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해 어떤 경력자는 "빚 때문이다"라고 간단하게 답했고 나는 그를 고용했다.

3. 태극기 휘날리며

이 질문을 할 때 우선 이렇게 묻는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셨나요?" 면접자 10명 중 10명이 봤다고 대답한다. 그 다음 질문은 "이 영화가 영화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봅니까?"라고 묻는다. 연이어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영화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질문은 대중적 웹 서비스를 기획하려는 의지와 독특한 웹 서비스를 기획하려는 의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묻는 것이다. 독특한 웹 서비스의 경우 대중적 사랑을 받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이 대중에게 사랑 받는 기술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런 기획자를 뽑는 것은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대중에게 사랑 받는 기술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독특한 서비스를 선택하려는 기획자를 최고로 본다. 이런사람을 뽑고 싶다면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웹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개의 독특한 웹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기획자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법도 모르면서 우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nuit님의 글을 보고 면접의 기술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말했다. 그런데 면접자 또한 다양한 기술이 있을 것이다. 회피의 기술도 있을 것이고, 조작화의 기술도 있을 것이며, 자기 세뇌의 기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원하는 것은 어떤 기술에 의해 면접이 진행되기 보다는 면접에 임하는 쌍방이 솔직한 마음으로 평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면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로에게 솔직했던 그런 순간들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