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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지난 2년 한국 웹스피어의 변화는?

오늘 한 회사에서 open consulting을 위해 회사를 방문하셨습니다. 90분 가량 궁금한 사항에 대해 토론한 후 정리를 하는데 참가하셨던 분 중 한 분이 개인적인 질문임을 전제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지난 2년 간 업계는 본질적으로 무엇이 변했습니까?"

그 분은 2년 전에 이 업계 - 웹 서비스를 주로 하는 업계 - 에서 떠나 조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 현업에 있는 제게 그런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간 벌어진 일이나 변화에 대해 조금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띠앙이 망한 거죠. 포탈도 망할 수 있다는 확실한 예제라고 할까요..."

하지만 진짜 대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본질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말하는 게 옳겠네요. 웹 서비스 기획자로서 말씀드린다면 지난 2년은 웹 2.0을 화두로 듣기 좋은 말장난을 하며 보낸 시간인 듯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내부적으로 웹 2.0에서 이야기하는 각종 주제를 한번씩 이야기하며 논의했지만 정작 그 논의의 결과로 혁신적 웹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런 논의 - 현실 적용과 별 관계없는 웹 2.0에 대한 뜬구름 잡는 논의 - 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겁니다. 정말 현실과 맞부딪쳐야 할 시점에 온 거죠."

몇몇 미국 이론 수입 업자와 자칭 타칭 에반젤리스트들에 대한 비판도 했습니다. 2년 전에 말했듯 그들은 실천에 대해 크게 책임질 이유도 필요도 없었고, 이제 실무적인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그 질문을 하신 분은 제가 오늘 대답한 것처럼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그냥 정보를 듣고 싶어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변한 것은 있습니다. 2년 전에 비해 블로고스피어는 더욱 확대되었고 온라인 미디어의 힘은 더욱 강화되었고 검색 산업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만약 '본질적 변화'를 물어 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 한국어를 사용하는 블로그는 여전히 전 세계 블로그의 규모와 비교할 때 소수이며 그나마 미니홈피와 같은 전국적이며 독보적인 서비스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온라인 미디어의 힘은 강화되었으나 법률은 그것을 제어하는 보수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여전히 한국 온라인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의 의제 발제 기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검색 산업의 규모는 2년 전에 비해 훨씬 커졌지만 그것은 네이버 혹은 NHN의 성장을 의미할 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이 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훨씬 좁아졌습니다.


이것이 시니컬하거나 비관적인 평가일까요? 세상은 항상 볕과 그늘이 있습니다. 저는 그늘이 더 크게 드리워져 있다고 말할 뿐이지 볕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밝은 측면을 부각한다고 어두운 측면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직업 컨설턴트로서 한국 웹 스피어에 대한 평가이지 개인이나 회사의 의지가 아닙니다. 제 개인 그리고 제가 운영하는 회사의 의지는 한국 블로고스피어의 확대 강화, 블로거의 저널리즘 강화, 검색 산업의 수익 구조 다양화를 통한 중소 기업/스타트업 기업의 융성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지와 별개로 현실에 대한 담담한 판단은 있어야 합니다. 그 판단에 대해 논의는 가능하지만 그런 논의의 결과로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논의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행동"은 멋진 웹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누군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방문하신 분 중 한 분은 왜 open consulting을 하냐고 물었습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왜 하냐고 물어 보신 것이겠죠. 지금 이런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open consulting을 합니다. 내 나이 마흔이 되고 쉰이 되어도 웹 서비스 기획과 컨설팅을 계속 하려면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요구, 더 많은 이상(idea)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pen consulting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내게 주고 있습니다. 바로 "신선한 고민"입니다.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고민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그런 것이 open consulting을 계속 하는 이유입니다. 방문하시는 분은 언제나 시간을 내어 주어 감사하다고 말씀하지만 정말 감사한 건 우리입니다.